[Focus] 격화되는 센카쿠 분쟁…中·日 경제전쟁으로 번지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양국 간 영유권 분쟁이 경제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피해는 일본 기업에 우선적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관광객 감소로 여행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들도 반일 감정 고조로 판매와 납품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자동차는 이미 판매가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최대 변수는 중국 정부의 태도다. 국내 여론에 편승, 중국 정부가 경제보복 카드를 꺼내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인민일보는 “중국이 경제방아쇠를 당기면 일본은 20년 후퇴한다”고 경고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반일시위


센카쿠열도 갈등으로 촉발된 일본인들의 반일정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베이징(北京) 시내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북동쪽으로 10여㎞ 떨어진 량마차오(亮馬橋) 거리에 있는 주중 일본대사관 주변에는 시위대가 몰려들면서 지난주 일반인의 접근이 완전 차단되기도 했다. 중국인 시위대 1000여명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자 중국 공안이 아예 거리를 봉쇄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도 반일감정이 격화되면서 중국인 시위대들이 일본 공장과 가게를 부수고,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영토분쟁이 경제전쟁으로 확산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국 57개 도시에서 최대 8만명이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에 항의하는 반일시위를 벌였다. 16일에는 80여개 도시에서 반일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지통신은 이날 시위에도 8만여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만주사변 81주년을 맞은 18일에도 전국 100여개 도시에서 또다시 대규모 반일 시위가 발생했다. 중국 해군은 앞서 센카쿠열도 해역 인근에서 미사일 40여기를 발사하는 등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무력시위도 벌였다.

# 공포에 떠는 일본 기업들

[Focus] 격화되는 센카쿠 분쟁…中·日 경제전쟁으로 번지나
중국인 시위대는 칭다오(靑島)와 쑤저우(蘇州)에 있는 일본 파나소닉그룹의 전자부품 공장에 난입해 생산라인을 파손시켰다. 칭다오에 있는 도요타 판매점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다수의 차량이 파손됐다. 칭다오에 있는 일본 유통업체 ‘자스코 이오지마’도 습격을 받아 상품 24억엔(약 340억원)어치 가운데 절반 정도가 불에 타거나 약탈당했다. 광둥(廣東)과 쑤저우에서는 일본계 음식점과 백화점이 시위대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주중 대사관을 통해 중국 정부에 유감을 표시하고 일본인과 일본 기업의 안전 확보를 요구했다. 일부 일본계 음식점과 유통업체 등은 피해를 막기 위해 일본어 간판을 내리고 중국 국기를 내걸기도 했다.

혼다자동차는 광둥성 광저우시 등에 있는 5곳의 자동차 공장 가동을 18, 19일 이틀간 중단했다. 도요타자동차도 하루 중국 내 일부 공장의 휴업을 결정했다. 다마쓰자동차는 장쑤성에 있는 공장 가동을 18일부터 4일간 중단하고 파나소닉과 캐논도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히타치제작소는 베이징 현지법인 직원들에게 18일 하루 출근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중국에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산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정부가 경제적 제재를 통해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소의 진보쑹 연구원은 “일본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제재조치가 시행되면 일본의 타격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경제보복 카드 꺼내들까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걱정은 중국 정부의 경제제재 조치에 쏠려 있다. 방화와 기물파손 등에 따른 지금까지의 손해는 충분히 복구 가능한 수준이지만 중국 정부의 제재조치는 피해의 차원이 다르다. 그만큼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2007년 1090억달러에서 2011년엔 1614억달러로 60%가량 불어났다. 도요타자동차는 중국 판매대수를 작년(88만대)의 두 배 이상인 180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세계 판매 대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현재 12%에서 2015년에는 15%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내 반일감정에다 경제제재 조치까지 겹치면 이런 전략이 바닥부터 흔들리게 된다.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언론을 통해 조금씩 확산되는 분위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비관세 장벽을 통해 일본산 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일본 기업의 중국 내 활동을 제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0년 중국 어선이 센카쿠열도 해역에서 일본 해양순시선과 충돌, 외교분쟁이 발생했을 당시 중국은 첨단제품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로 일본의 ‘백기투항’을 받아낸 전례가 있다. 중국 반관영 언론 매체인 중궈신원왕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중국 정부가 일본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일본 경제가 침체되고 세수 감소로 이어져 일본 정부의 재정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도쿄=안재석 특파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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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무력충돌 '일촉즉발' … 中, 인근에 미사일 40기 발사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강행한 일본에 대해 중국이 전방위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다. 대규모 무력시위를 진행하는 한편 어민과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압박하고 있다. 센카쿠열도 해역을 담당하는 중국 동해함대는 최근 동중국해 모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했다고 중국 CCTV가 보도했다. 동해함대 소속 전투함정, 잠수함, 전투기, 헬리콥터 등 주요 전력이 모두 참가했으며 미사일 공격훈련에서 40여기의 미사일이 발사됐다. CCTV는 이례적으로 훈련장면을 편집한 영상을 발빠르게 보도했다. 센카쿠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일본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어업감시선과 해양감시선이 18일 잇따라 센카쿠열도 접속수역과 영해에 진입하면서 중-일 양국 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전국 100여개 도시에서 일어난 반일 시위와 관련해 “일본은 중국 인민들의 자발적인 정의의 함성을 직시하라”고 경고했다.

NHK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8일 하루 열도 접속수역에는 중국 정부 선박으로는 가장 많은 11척이 진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어선과 일본 해양순시선이 충돌했던 2010년보다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충돌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극단적인 무력충돌로 가기에는 양국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이어 홍콩과 대만도 센카쿠열도 문제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극단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