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사형제 찬성 "범죄자 인권보다 피해자 생명이 우선"

사형제, 필요악인가 사법살인인가

사형제 찬성의 기본논리는 피해자 인권이 흉악범죄자의 인권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찬성론자들은 사형제를 채택하고 실질적으로 사형을 집행하면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강력범죄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1982년 사형집행을 부활하면서 살인범죄가 크게 줄어든 것은 이런 믿음을 뒷받침한다. 국내에서도 사형제에 대한 찬성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사형제는 적극 권장될 형벌은 아니지만 사회의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악’인 셈이다.

#무고한 시민 생명권이 우선

‘모든 국민은 사람으로서 지니는 가치와 존엄성을 가지며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나라는 개인이 지닌 침범할 수 없는 기본적 인권을 확실히 인정하고 이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진다.’

우리나라 헌법 10조에 명시하고 있는 인권에 관한 규정이다.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있고, 국가는 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권은 누구한테서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타고난 것이라는 의미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이 극악범죄자의 사형집행을 반대하며 내세우는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20명을 살해하고 사체를 토막내 암매장한 희대의 연쇄살인범 유영철, 아무런 이유도 없이 10명을 살해하고도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았던 강호순을 인권과 존엄성 운운하며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것은 인권이란 측면에서도 모순이다. 무고한 20명의 인권과 스스로 인간임을, 인간의 가치와 존엄을 포기한 범죄자의 인권을 동일시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범죄자에 대한 사형선고는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사형제를 폐지하면 어떤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리 많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아도 내 생명만은 유지된다는 논리를 합리화시킨다. 남의 생명을 짓밟은 잔혹한 범죄가 발생한 이후에 범죄자의 생명을 논하기에 앞서 이런 범죄의 예방책으로 사형제를 형법에 정해 놓아야 한다. 이는 무고한 국민들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 국가적 장치다.

#극악범죄 막는 최소한 장치


사형제는 극악범죄를 막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다. 폐지론자들은 사형제가 강력범죄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억측논리다. ‘어떤 경우든 내 목숨은 안전하다’는 믿음과 ‘내 목숨도 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공포는 범죄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범죄는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을 뿐더러 범행 방법도 잔인하고 흉포해지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강력범죄는 84.5% 증가했고, 2003~2007년에 살인범죄는 1000건 이상, 강간범죄는 1만건 이상이 발생했다. 이 같은 흉악범죄 증가는 지난 1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사례는 사형제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1981년 휴스턴은 701명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미국 내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았다. 고심 끝에 텍사스주는 1982년 사형집행을 부활했고, 휴스턴 해리스카운티는 살인범죄가 격감했다. 1996년에는 살인사건이 261건으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1981년보다 63%나 감소했다.

물론 범죄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사형제로 모든 강력범죄가 예방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형제가 범죄억지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인류의 오랜 역사가 증명한 것이고, 누구도 이를 부인하기 어렵다. 최초의 성문법인 함무라비법전, 우리나라 고조선의 8조법금, 성경에 모두 ‘눈에는 눈’을 명시한 것은 사회의 근본질서를 유지하려면 때론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약자보호·정의구현에 필요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돼 명분상 인권선진국이 됐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법원이 선고한 사형판결을 전혀 집행하지 못하는 정부의 처사를 이해하지 못한다. 진보단체들과 상당수 종교계 인사들의 반대, 유럽연합(EU)과의 마찰 등을 우려한 외교당국의 거부감으로 법무장관이 사형을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형은 현행 형법상 엄연히 존재하는 형벌이고, 헌법재판소도 두 차례나 합헌임을 인정했다. 따라서 법에 따라 사형선고를 해놓고도 행정부 자의적으로 이를 집행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국가는 약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살인범죄의 피해자는 주로 여성, 어린이, 노인 등이다. 약자의 인권은 물론 정의와 형평, 헌법이 보장하는 진정한 평등권을 구현하려면 사형제도는 유지돼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사형제도 존폐를 묻는 설문에 ‘존속돼야 한다’는 응답이 69.6%로 ‘폐지돼야 한다’(18.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논술 포인트 >

피해자의 인권이 범죄자의 인권보다 소중하다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해보자. 사형제도가 범죄억지력이 있다는 주장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자. 약자 보호와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법적 장치를 논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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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존폐 대선 정국 화두로…여 '존치' 야 '폐지'

[Cover Story] 사형제 찬성 "범죄자 인권보다 피해자 생명이 우선"
사형제 존폐는 대선 정국의 화두로도 떠오르고 있다. 전반적으로 여당은 사형제 존치를, 야당은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안철수 후보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도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사형 자체가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끔찍한 일에 대해 ‘그러면 너도 죽을 수 있다’ 그런 것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이라면 지금 사형을 집행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글쎄…”라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 후보와 경선을 치렀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범인들의 인권보다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며 사형제를 찬성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사형제를 폐지하고 사형집행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와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른 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도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흉악범이 늘어나면서 사형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어 대선에서도 사형제는 논쟁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최근 국회 후보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현 단계에서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건 국민의 법 감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흉악범의 기본권과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