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따른 복지비용 모두 충당못해"

"고령자 일자리 문제부터 해답 내놔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노인 기준 높이는게 옳을까요
현재 각종 법령에서 65세로 되어 있는 노인의 기준을 70세나 75세로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공개한 ‘2060년 미래 한국을 위한 중장기 적정인구 관리방안’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 등 노후 대비 수단이 65세 기준에 맞게 짜여 있고 지하철 무료 이용 등 각종 복지 혜택 역시 이 연령대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기준을 좀 더 높이자는 것이다. 정부가 노인 기준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 이유는 급격한 고령화 때문이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 실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100명당 노인의 수는 올해 16.1명이지만 2060년에는 80.6명으로 늘어난다. 근로자 100명이 노인 80명을 부양하는 소위 ‘1 대 1 부양시대’에 진입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인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생산가능인구가 15~69세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과도한 노인 부양 부담도 사라진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노인 기준을 높이는 데는 부작용이 많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각종 지원을 받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이것마저 끊어질 가능성이 있고 정년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기준 상향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찬성

정부가 노인 기준을 올리려는 이유는 요즘 노인들이 건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복지 비용을 정부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평균수명은 길어지는 데다 2050년이면 현재 10%인 노인 인구 비중이 37%까지 늘어나게 된다. 현재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복지수당과 서비스는 수십가지나 된다. 대표적인 기초노령연금의 경우 65~69세 수령자만도 100만명이다. 노인 기준이 70세로 상향 조정돼 이들이 빠질 경우 1조원가량의 예산이 절약된다. 또 2만7000명은 장기요양보험에서 빠진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노인 기준 상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바뀐 점 역시 노인 기준을 상향해야 할 이유로 꼽는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노인 1만15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84%가 70세부터가 노인이라고 답했다. 차흥봉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데다 노인인구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연령을 올리고 각종 복지제도를 여기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찬성론자들은 노인 기준을 상향하면 현재 노인들이 받는 각종 혜택이 사라진다는 반론에 대해 정년 연장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맞선다. 멀쩡하게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직장에서 떠나는 사람들의 정년을 늘릴 경우 기업은 숙달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정부는 복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노인 폄하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걸 불쑥 꺼내면 노인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느냐며 지금은 복지를 줄일 때가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인자살 노인빈곤 1위에 내몰린 노인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는 게 급하다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정부가 먼저 나서기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 전에 고령자 일자리 문제부터 해답을 내놓는 것이 순서”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그는 5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 60세까지, 그리고 60세 이후에도 공적연금 등 마땅한 소득대책이 없는 사람들이 상당수인 현 시점에서 노인 연령기준을 상향 조정한다는 것은 현실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각종 사회적 급여를 지급하는 기준도 획일적으로 정하기보다는 급여의 성격에 따라 또는 개인의 상황에 맞춰 탄력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지급 시기나 정년 등도 모두 상향 조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반발과 부작용이 적지 않은 만큼 섣부른 노인기준 상향은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당장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을 현재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릴 경우 노인 100만명이 지원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을 연장하고 싶어도 고용 유연성과 노동생산성 유지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것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의 정년 연장은 기업엔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생각하기

2010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1.3%인 542만명이다. 2017년에는 노인 인구가 14%에 도달해 고령사회에, 2026년엔 20.8%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노인 연령을 정비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은 일단 불가피하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언제부터 이를 상향 조정할 것이며 몇 살을 노인의 기준으로 새로 정할 것이냐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노인 기준 높이는게 옳을까요
현재는 유엔과 대부분 국가도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노인 연령을 65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3.3%로, 초고령화사회인 일본도 노인 연령의 기준이 65세다. 그러나 고령화 진전에 따라 캐나다와 덴마크·노르웨이 등은 노령연금 지급 시기를 67세까지 올렸고, 스웨덴에서는 총리가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연장하자고 제안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외국에서도 마땅한 참고 사례를 찾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단기적인 추진보다는 좀 더 시간을 갖고 다양한 분야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에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논의에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등의 재원 및 예산,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 정년 연장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