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깨지는 '유리천장'…여성 리더십은 다를까?
꿈의 해석으로 유명한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는 여성을 ‘남성의 어렴풋한 그림자’로 묘사했다. 독일 관념론 철학을 완성시킨 형이상학자 헤겔(1770~1831)도 ‘공동체의 영원한 아이러니’가 여성을 보는 눈높이였다.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의 여성 혐오증은 정도를 넘는다. 그에게 여자는 종족보존의 도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철학의 시조격인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 역시 여자들에게는 스스로가 강조한 용기, 정의, 절제 등의 덕목 부여를 꺼려했다. ‘지혜를 사랑한다’는 당대의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의 여성관이야말로 아이러니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회사나 공무원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이 1970년에 만들어낸 신조어로, 남녀차별을 언급할 때 자주 쓰는 용어다. 미국 정부는 이 말이 유행처럼 나돌 즈음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어 여성차별 해소를 독려했으니 유리천장이 남녀평등 인식을 새롭게 일깨운 셈이다. 높은 실업률, 치솟는 물가, 만성파업 등 심각한 ‘영국병’을 치유한 마거릿 대처 전 총리(총리 재임 1979~1990)는 여성 리더를 보는 왜곡된 선입견에 경종을 울렸다. ‘철의 여인’이란 닉네임에선 남성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하지만 20세기만 해도 유리천장은 몇 차례 충격은 받았지만 여전히 견고했다.

그토록 견고함을 자랑하던 유리천장은 21세기 들어 여기저기 금이 가고 있다. 금이 간 정도가 아니라 깨진 유리천장도 수두룩하다. 재정위기에 내몰린 유럽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지고도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지만 1800만개(득표수)의 금을 가게 만들었다”고 당당히 외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 여성이다. 유리천장이 깨져가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주요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들이 수석을 독차지한 것은 오래 전 얘기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도 탄생했다.

여성 리더십은 공감과 섬세함, 남성 리더십은 카리스마적 권위로 상징된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전통산업 시대는 남성적 리더십이, 창의·감성·협업이 중요시되는 정보기술(IT) 시대는 여성적 리더십이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4, 5면에서 여성과 남성은 리더십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