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기자 4명 찬반 배틀

대학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자기소개서 대필 사건과 스펙, 경력조작 사건이 잇따라 불거진 게 계기가 됐다. 입사정 반대 측은 “공정성을 잃어버린 입사정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스펙관리와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담스런 제도”라며 폐지를 주장한다. 반면 찬성 측은 “내신과 수능점수보다 잠재력과 소질, 가능성을 보고 학생을 뽑는 입사정은 일부 문제가 있지만 지속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2007년 8월 도입된 지 5년 만에 입사정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고교 생글기자 4명이 찬반논쟁을 벌였다.


찬성 "점수만으론 다양한 능력 가진 인재 못 찾아"

[생글기자 코너] (고등학생) 입학사정관제 괜찮나요
꿈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정신적인 구심점으로서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내는 데 큰 힘이 된다. 이러한 꿈은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청소년을 당장의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직업생활까지의 힘든 과정을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신과 수능, 즉 ‘결과’만이 큰 의미가 있던 전형들의 비중이 커서 학생들이 자신들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원하는 각기 다른 인재들을 획일화된 방법으로 선발하고자 한 제도의 폐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된 제도가 바로 ‘입학사정관제’이다. 입학사정관제란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이 입학 전형 전체 과정을 담당하는 제도다.

이 제도하에서 입학사정관은 내신과 수능 등 객관적인 자료에 의한 계량화된 서열 대신, 모집단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체험활동 실적, 창의력, 인성과 가치관 등을 고려해 학생들을 선발하게 된다.

평가요소를 다양화한 만큼 입학사정관제는 여러 측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위해 노력한 ‘과정’들이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어 향후 대학입시의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점수화된 결과물보다 학생의 고교생활 전체를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이 3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수단인 동시에 학업생활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로와 연관된 여러 활동을 수행하는 동기가 되고 있다. 그리고 진로활동, 봉사활동, 리더십 등이 입시에 직접적으로 반영됨으로써 내신준비와 수능공부 외의 다양한 고교시절의 경험과 추억을 만드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는 학생의 솔직한 경험이 아닌 결과가 입학조건의 큰 요소였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양상으로, 학생은 자신의 꿈을 위해 고교 3년을 풍성하고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된다. 입학사정관제는 고교시절이 ‘수능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의 꿈을 위한 삶’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입학사정관제는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사교육의 팽창을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학부별로 각기 다른 기준과 요건을 지녀, 입학 경로가 ‘다양화’되었다는 것을 그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모든 학부가 수능이라는 공통 잣대를 요구했기에 모든 고등학생이 각기 희망학과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경쟁을 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경쟁자 수가 많아져 당연히 입시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고 사교육이 만연해지는 것 또한 막을 수 없었다.

이에 반해 입학사정관제하에서는 다른 학부를 지원하는 학생들과의 경쟁이 무의미해진다. 심지어 같은 학부 내에서도 각자가 고교시절에 해온 나름의 스토리에 따라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 간의 지나친 경쟁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다양한 평가요소를 중심으로 한 입학사정관제의 비중을 늘리면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다양한 전형이 존재하는 현재 시점에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은 학생들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창의적이고 잠재능력을 가진 학생을 뽑는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입학사정관제를 주축으로 한 학생선발이 학생들에게 정도(正道)를 안내해 줄 수 있다. 경제대국이자 창의적인 인재를 교육하는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에서는 훌륭한 학생들 중 학문에 대한 열정과 잠재력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구별한다. 미국의 선례와 같이 한국도 수능성적, 내신성적 등 결과물만이 아닌, 학생들만의 인생 스토리와 과정을 통한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을 늘려 창의적이고 폭넓은 교육을 통해 준비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최준호 생글기자(경기고 2년 jamesjunho@naver.com) / 이수종 생글기자(과천외고 2년 sjlee219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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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스펙 세탁 부추기고 학업보다 경력쌓기 치중"

[생글기자 코너] (고등학생) 입학사정관제 괜찮나요
입학사정관제는 시험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우리나라의 입시 방식을 바꾸고 지나친 점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2007년 처음 도입된 이래 매년 확대되었다. 입사정제는 선진국에서 이미 넓게 시행되고 있고,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등 다양한 전형 요소를 평가해 선발하는 형식이다. 입사정제는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온 학생의 잠재력도 감안하자는 의도로 실시되었다.

우리나라의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수능 최저학력을 적용하지 않거나 내신을 많이 반영하지 않는 학교가 상당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점을 노리고 일부 학생들은 학업에는 충실하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화려한 ‘스펙’을 쌓고 입사정제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입사정제는 학생의 성적이 바닥이어도 스펙에 ‘올인’하면 높은 커트라인의 학교에 합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장밋빛 전형이 아니다. 실제로 화려한 스펙을 쌓아 이 전형으로 합격한 사람은 소수일 뿐인데도 입사정제는 ‘공부를 안 해도 갈 수 있는 전형’으로 학생들에게 와전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인정주의와 온정주의는 높은 신뢰와 사실성을 바탕으로 해야 할 입사정제의 진정성을 흐리고 있다. 고교 교사들이 사실적으로 기록해야 하는 추천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있는 것. 얼마 전에도 지난해 지적장애 여중생 성폭행에 연루된 학생이 모 대학에 허위 ‘봉사왕’으로 입사정제를 통해 합격한 사실이 드러나 합격이 취소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사교육이다. 입시 위주 교육에서 탈피해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사교육을 잡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입사정제는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겨 또 다른 문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입학사정관 자기소개서’라는 검색을 해보면 대필업체가 수십 개는 나온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 주는 업체들이 성황일 뿐 아니라 브로커가 만들어준 가짜 활동 경력으로 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입학사정관이 4회 300만원씩 받고 서울 강남 학원 등지에서 고액 컨설팅을 해온 사실이 밝혀진 적도 있다.

학생의 잠재력, 특성을 고려한 선발 방식으로 숨어있는 보석을 찾아내고자 하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사교육 시장이 입사정제의 붐을 타고 더욱 거세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입사정제는 미국을 모티브로 해서 따온 것이다. 미국의 입사정제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그래서 더욱 체계적으로 학생을 선별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시작이다. 입사정제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지금 시점에 여러 학교에선 이미 ‘입학사정관 100% 전형’으로 입학생들을 선별한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입사정제로 다수의 입학생을 뽑는 것은 아직 이르다. 입사정제를 계속해서 추진하고자 한다면 인프라 구축과 입학사정관의 역량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또 학교선생님들에게 입학사정관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교육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지침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채 미국의 입사정제를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작은 것에 너무 집착하다가 정작 큰 것 모두를 잃게 된다는 의미이다. 지금의 입사정제가 이와 같다. 우리나라의 입사정제는 선진국인 미국의 긍정적 측면만 보고 황급히 실시했기 때문에 아직 미흡하고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결국 사교육 열풍 문제를 줄여보고자 입사정제를 실시했지만 더 큰 문제를 유발하게 된 것이다. 이 제도의 합리성과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진현지 생글기자(원곡고 2년 jinuo59@naver.com) / 조승현 생글기자(덕원고 2년 csh9510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