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일자리" 외친 롬니…'경제 회생' 카드로 오바마 꺾을까?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지난달 28~30일 사흘간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개최됐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통해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설립 경력을 강조하며 ‘자신이 미국 경제를 살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영화 ‘황야의 무법자’로 유명한 영화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전당 대회에 찬조 연설자로 깜짝 등장했다. 롬니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1~2%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미국에 필요한 것은 일자리"

“내가 회생시킨 스테이플에서 버락 오바마 캠프 직원들이 대선에 필요한 물품을 쇼핑하고 있다.”

미트 롬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탬파의 탬파베이 타임스포럼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롬니 후보가 대형 사무용품 소매 체인인 스테이플을 언급한 것은 자신이 운영한 사모투자펀드 베인캐피털이 부도 직전에 몰린 스테이플에 투자해 회생시킨 점을 상기시킨 것.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의도였다.

롬니는 이날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연설에서 “지금은 ‘미국의 약속(Promise of America)’을 복원해야 할 때”라며 12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그는 “지금 이 나라가 필요한 것은 복잡하거나 심오한 것이 아니다”며 “미국이 필요한 것은 일자리, 그것도 많은 일자리”라고 역설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5가지 ‘해야 할 일(to-do-list)’을 제시했다. △2020년까지 에너지 완전 자립 △취업기술 교육 △새로운 무역협정 추진 및 불공정 무역 관행 대응 △일자리 창출 기업 지원 및 균형예산 달성 △세금 감면 등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 등이다.

롬니는 자신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전문가임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37세 때 작은 기업을 시작했고 동료들과 함께 다른 기업들을 돕는 사업(베인캐피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플, 스포츠용품 판매업체 스포츠오서리티 등을 언급한 뒤 “이들 기업의 성공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롬니는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세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면서 “나는 중산층의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특별한 창조성과 재능을 활용하고, 오늘의 재분배가 아니라 내일의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국의 자유기업 시스템의 핵심”이라면서 “오바마는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전당대회, 중년 백인들 북새통

이날 전당대회에는 정장 차림의 중년 백인들로 복도가 북새통을 이뤘다.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모인 핵심 당원들이다. 복도를 따라 이어진 수십여개의 룸은 상원의원, 주지사 등 거물급 인사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미니 연회장’이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 밥 맥도널 버지니아 주지사 등이 눈에 띄었다. 룸마다 와인잔을 손에 쥔 당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축제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켄터키주 런던에서 온 케빈 스미스 공화당 대의원은 “이렇게 좋은 파티에 참석할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라며 “미트 롬니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의원들이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보고 느낀 것을 전하면 롬니의 지지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영화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참석했다. 찬조연설자로 나선 이스트우드는 자신의 왼쪽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상징하는 빈 의자를 두고 1 대 1 대화를 하는 퍼포먼스를 구사했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빈 의자를 향해 빈정거리자 대회장에는 웃음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스트우드의 연기가 너무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스트우드는 훌륭한 배우이고 더 훌륭한 영화감독”이라면서 “나는 이스트우드의 엄청난 팬”이라며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

#"강력한 미국 재건"거듭 강조

롬니는 오바마의 대(對)이란 정책, 러시아 정책 등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강한 미국의 재건’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 이상을 존중할 것”이라며 “이는 트루먼, 레이건 전 대통령의 초당적 외교정책 유산이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시 한번 이를 복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롬니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유연성보다는 기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에 1조달러의 빚을 지기를 원하느냐”고 물어 청중으로부터 ‘아니요’란 답을 유도했다.

이민자 등 약자 계층에 대한 포용 의지도 천명했다. 그는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라면서 “더 나은 삶을 원한 이들의 자손”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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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비율 압도적… 종교 단체 기부 많아

미국 공화당 지지파 성향은?

[Global Issue] "일자리" 외친 롬니…'경제 회생' 카드로 오바마 꺾을까?
미국 공화당의 지지파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 스카버러리서치가 2010년 8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유권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조사기간 중 사냥경험(공화당과 민주당 비율 각각 11%, 4%)이 있고 △종교단체에 기부(58%, 39%)를 많이 하며 △폭스뉴스(46%, 16%)를 시청하고 △컨트리뮤직 콘서트(11%, 6%)에 자주 다니는 성향을 갖고 있다. 또 공화당 지지파의 백인 비율은 92%로 민주당(58%)을 압도한다.

공화당 지지파와 민주당 지지파는 국가에 대한 비전이 다를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화당원의 투표 참가율도 71%로 민주당(61%)을 웃돈다. 보수적 가치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셈이다. 공화당 지지자 중 대졸자 비율은 67%, 민주당은 45%로 교육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크린트 이스트우드 '깜짝'등장… 찬조 연설

탬파에 집결한 보수당원들은 이날 ‘오바마의 저격수’로 불리는 폴 라이언 연방하원의원의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시작되자 열광했다. “미국을 실업 위기에서 구하고, 번영의 시대로 이끄는 임무를 맡을 것”이라며 운을 뗀 라이언은 “오바마 정부는 어제의 바람을 타고 항해하려는 배처럼 낡은 슬로건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자신의 핵심 아젠다인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 대상 의료보험) 민영화 방안을 민주당이 공격하고 있는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메디케어 예산에서 7160억달러를 빼내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맞불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