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시장경제 거두…15년전 유로존 위기예측
지난주 체코 프라하에서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2012 총회’가 열렸다.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는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47년 만든 세계 자유 지성들의 모임이다. 하이에크는 2차 대전 후 공산주의와 정부 주도 경제를 옹호하는 케인스학파가 만연한 데 대항하기 위해 39명의 경제 역사 철학자들을 스위스 몽 펠르랭으로 불러 이 모임을 창설했다. 이후 이 모임은 자유 시장경제학파를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지난주 끝난 총회에서 다시 주목을 받은 인물은 “공짜 점심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었다. 프리드먼은 자유주의 시장경제학파(시카고 학파)의 거두다. 정부 재정정책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케인스학파와는 상종도 안할 정도로 자유와 시장, 엄격한 통화관리를 주창했다. 그는 시카고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통화주의 이론을 정립,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주목받은 이유는 작금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유로존의 통화위기를 1997년 이미 예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과 잡지에 유명 학자들의 글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가 이런 프리드먼의 통찰력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프리드먼은 1997년 발간한 ‘유로화:정치 해체를 위한 통화 통합’이라는 저서에서 “유로화(유로화를 단일통화로 사용하는 국가는 현재 17개국) 출범은 독일과 프랑스가 다시 전쟁을 벌이지 못하도록 가깝게 묶으려는 정치적 요인이 경제적 요인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결과여서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리드먼은 “국가나 지역 간 경제적 불균형은 대개 환율이 그에 따라 변하는 변동환율제도로 균형을 잡는데 단일통화는 이런 변동환율제의 순기능을 없애버린다”고 비판했다. 유럽 국가들은 임금도 다르고, 물가도 다르고, 관세도 다른데 하나의 화폐만 사용한다면 화폐는 같은데 화폐가치는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유럽 강국인 독일과 최약체인 그리스가 같은 통화를 쓴다는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이다. 그리스는 통합 이전의 자국통화였던 드라크마에 비해 통화가치가 높아진 유로화를 쓰게 됨으로써 수출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리스에서 생산된 제품 가격이 높아져 유럽 내 수출이 어렵게 됐다는 얘기이다. 반대로 독일은 마르크화보다 가치가 떨어진 유로화를 사용하게 되면서 수출경쟁력이 더 커졌다.
프리드먼은 또 “유럽 각국은 역사와 언어, 문화, 제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정치제도도 달라 단일통화는 물리적 통합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동환율제로 막을 수 있는 유럽 내 정치적 갈등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며 단일통화는 오히려 정치적 통합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그의 진단은 요즘 유럽상황을 정확하게 예견했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경제정책, 특히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는 통화정책은 항상 엉뚱한 결과를 낳는다는 얘기다. 그의 자유 시장경제주의가 다시 주목받은 ‘몽 펠르랭 2012’였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