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저축의 과유불급
공자(孔子·BC 551~BC 479)는 3000명이 넘는 제자를 길러냈다. 그 중에서도 학업에 통달한 72명을 칠십이현(七十二賢)이라고 불렀다. 이들 중 자공(子貢), 자장(子張), 자하(子夏)는 각기 다른 특성이 있었다. 자공은 말솜씨와 경제적 감각이 뛰어났으며, 공자의 사위인 자장은 의협심이 남달랐고, 자하는 문학(시서예학·詩書禮學)에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말하기를 좋아하던 자공이 어느날 공자에게 “자장과 자하 중에서 누가 더 현명한가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고, 공자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자장은 선비로서 달(達)하는 것은 관리가 되어 이름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자리를 가더라도 겸손하며 그릇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달(達)이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허영심이 과한 것이다. 한편 자하에게는 지식을 얻기에 급급하지 말고 수양을 본의로 하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자장은 다시 둘의 비교를 요구했고 공자는 “자장은 지나쳤고, 자하는 미치지 못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과유불급·過猶不及)”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논어』의 선진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부족한 것과 넘치는 것은 모두 좋지 못하다는 중용을 강조한 일화다. 서양에도 이와 같은 의미의 그리스 사자성어(?)가 있으니, 메덴 아간(Meden Agan)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나친 사랑은 지나친 미움과 같다.”고 했으며, 호로메스는 “지나친 칭찬은 지나친 비난처럼 불쾌하다”고 했다. 네덜란드의 인문학자인 에라스뮈스는 ‘결코 지나치지 말라’(ne quid nimis·네 퀴드 니미스)라는 라틴어 격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중용은 최적화된 균형찾기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용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으며, 경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중용은 최적화와 균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어진 제약조건 속에서 목적의 최적화를 달성했다면 그보다 부족해도, 더해도 최적화된 균형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적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은 생산자이건 소비자이건 궁극적으로 효용을 가장 크게 만들어주는 최적화된 균형을 찾는 것이다. 생산자라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1차적 목표겠지만 이윤 추구 자체가 행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생산을 통해 만들어낸 이윤은 결국 소비를 통해 효용을 늘리는 데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자도 결국 넓은 범위의 소비자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효용을 극대화하는 소비를 잘 선택하는 것이 경제학의 중용일 것이다.

경제학적 중용은 효율적 소비와 관련이 있고, 이는 저축과 직결된다. 저축은 현재 소비하고 남은 것이다. 달리 말하면 미래 소비를 위해 현재 소비할 수 있지만 남겨놓은 것이다. 현재가 중요한 사람은 미래 소득을 담보로 음(-)의 저축을 하면서 소비할 것이고, 미래가 중요한 사람은 현재 소득 중 일부를 남겨서 양(+)의 저축을 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생애 주기를 모두 고려한 효용을 가장 크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소비와 저축의 문제를 더 넓은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한 국가 내에 소비되지 않고 남겨둔 저축은 투자 재원으로 쓰인다. 투자는 차곡차곡 자본으로 쌓여 점차 국가의 생산능력은 커질 것이고, 늘어난 생산은 저축한 사람들에게 분배되어 다시 소비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현재 소비가 많고 저축이 적다면 한 나라의 생산능력 증대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다.

저축이 무조건 좋을까

그렇다고 나중을 위해 무조건 저축을 많이 해야 좋은 것은 아니다. 저축이 늘어나면 경제가 성장하며 나중에 받게 되는 몫이 커져서 좋겠지만, 현재 소비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와 저축의 경제학적 중용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던 경제성장 분야의 경제학자들이 한 나라의 경제주체들이 평생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한 소비와 저축의 최적 조합인 ‘황금률 자본량’이라는 개념을 만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만약 자본 수준이 황금률에 미치지 못했다면 개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려고 할 것이며, 경제는 점차 성장해 황금률 수준에 근접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고민이 생길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갑자기 저축을 늘리면 소비가 위축될 것이고, 이는 총수요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 성장이 아니라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소비와 저축의 최적조합은?

[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저축의 과유불급
황금률 자본량을 논할 때 사실은 저축은 모두 투자된다는 암묵적인 가정을 전제했었고, 이는 모든 가격 변수가 신축적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다분히 고전적인 경제학자들의 사상에 기반하고 있다. 반면 저축의 증대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의 이면에는 모든 저축이 투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기초한다. 소비의 감소로 기업 매출이 줄어들면 노동자는 해고되며 투자는 오히려 위축된다는 것이다.

저축과 소비를 바라보는 눈이 서로 다르고, 경제를 바라보는 환경이 상이하니 누가 맞는 말을 하는지 정확히 말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소비와 저축의 과유불급은 경제학에서 가정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차성훈 KDI 전문연구원 econcha@kdi.re.kr


경제 용어 풀이

▨ 황금률 자본량

경제성장의 장기균형에서 1인당 소비수준을 극대화하는 자본량을 말한다. 가장 기초적인 모형에서 황금률 자본량은 인구증가율과 감가상각률을 더한 값이 자본의 한계생산성과 같아지는 수준의 자본을 의미한다.

▨ 절약의 역설

개인의 저축은 개인을 부유하게 만들지만, 모든 사람이 저축을 하게 되면 총수요가 감소해 사회 전체의 부가 오히려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부분은 참이나 부분이 모인 전체는 거짓이 될 수 있는 구성의 오류의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