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본과 나라경제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흔들리는 인적자본…한국 경제의 우울한 자화상
인적자본
손실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9일 ‘대한민국 인적자본이 흔들리고 있다’ 보고서에서 “출산율 저하, 청년실업 고착, 높은 스트레스로 한국의 인적자본이 크게 손실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8월20일 한국경제신문


☞흔히들 한국 경제는 전쟁 이후 60여년 만에 무에서 유를 이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이 20세기 중반 최빈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사람, 즉 인적자본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선진국의 전철을 밟아가는 징후가 뚜렷하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성장률이 급락한 구미(歐美) 선진국과 1990년대 버블 붕괴와 함께 급격하게 성장률이 둔화된 일본처럼 인적자본 축적이 뒷걸음질하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이 공장의 기계, 농부가 소유하고 있는 경운기와 같이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장비와 시설이라면 인적자본(Human Capital)은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으로 그 경제가치나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자본을 뜻한다. 인적자본이란 용어는 1950년대 말 미국의 노동경제학자인 슐츠와 벡커 등에 의해 본격적으로 쓰여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간을 투자에 의해 경제가치나 생산력의 크기를 증가시킬 수 있는 자본으로 보았다.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사람은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해도 더 많고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 나라경제 전체적으로도 파이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슐츠 등에 의하면 인적자본의 증가는 공장이나 설비 등의 증가보다도 미국 및 서구의 경제 성장에 더 큰 공헌을 했다.

인적자본을 늘릴 수 있는 투자에는 △정규교육(학교교육) △현장훈련 △이민 △건강 △노동시장 정보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사람은 또 소득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높다. 사람을 찾는 기업의 입장에선 교육 수준이 높은 근로자의 한계생산이 크기 때문에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고자 한다. 일자리를 찾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많은 교육을 받으면 그만큼 보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교육비를 지급하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인적자본의 축적이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에도 큰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인적자본의 축적이 급속히 둔화되면서 나라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출산율 저하다. 지난해 한국의 가임연령 여성 1인당 출산율(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보육비와 교육비 등 애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부담이 너무 커 출산을 기피한 데 따른 현상이다. 가계 소비에서 교육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7.3%로 싱가포르 3.3%, 미국 2.2%, 독일 0.9%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다. 지난해 국내 가구의 소득은 1990년 대비 4.1배 증가했으나 교육비 지출은 6배 늘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미래의 인적자본이 줄어들고 노령인구가 늘어나 저축률과 투자가 감소한다. 이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 2030년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7%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신호는 청년실업이다. 외환위기 이전(1990~1997년) 15~29세 연령층의 실업률은 평균 5.5%였다. 그러던 게 2000년대 들어선 평균 7.3%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흔들리는 인적자본…한국 경제의 우울한 자화상
마지막 ‘징후’는 스트레스다. 한국 인구 10만명당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2010년 1071명으로 10년 전 475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자살률 역시 10만명당 31.2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고용이 불안해지고 생존경쟁 등 스트레스가 커진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20~50대의 가장 큰 자살 충동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2010년 우울증과 자살에 따른 인적자본 손실은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드러나지 않은 우울증 보유자까지 포함하면 직·간접적 손실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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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통화정책 결정되는 '잭슨홀 미팅'에 시선 집중

잭슨홀 미팅과 양적완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한 코스피지수가 조정 국면을 맞았다. 분위기 반전을 이끌 변수로 시장은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주목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제3차 양적완화(QE3)에 대해 언급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그는 2010년에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QE2 시행을 강력히 시사하며 금융시장의 흐름을 바꿨다. -8월28일 연합뉴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흔들리는 인적자본…한국 경제의 우울한 자화상
☞잭슨홀(Jackson Hole)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와이오밍주의 한적한 산골 마을이다. 미국 최고 스키리조트 중 하나인 잭슨홀이 유명해진 건 해마다 8월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중앙은행 총재들과 석학,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콘퍼런스를 열기 때문이다. 잭슨홀 미팅(회의)은 미국 지방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하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학술회의적 성격이 짙은 이 회의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금융위기가 한창인 2010년 버냉키 의장이 연설을 통해 2차 양적완화(QE2) 정책을 내놓으면서부터다. 8월30일부터 9월1일까지 열리는 이번 모임에서도 버냉키 의장은 물론 각국 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석해 세계경제 상황을 평가하고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한다.

잭슨홀 미팅은 특히 Fed의 통화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Fed가 어떤 정책을 취하는가에 따라 세계의 자금 흐름이 달라지고 자산시장도 출렁이기 때문이다. Fed는 8월22일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통해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른 시일 내 추가 부양책을 시행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언급된 추가 부양책은 QE3,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 인하, 저금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의 도입 등이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조치는 추가 양적완화다.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된 2조35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실시 이후 주가가 상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 무차별적으로 시중에 돈을 뿌리는 정책이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이 이번 미팅에서 직접적으로 QE3 시행 방안을 언급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다수다.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경제 상황이 Fed의 통화 완화정책을 정당화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언급해 QE3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

추가 양적완화 실시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는 민주·공화 양당 간의 정치적 논쟁거리가 될 수 있어서다. 미국은 현재 11월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야당인 공화당은 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은 지난 7월 Fed의 통화정책을 의회 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는 실력 행사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부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버냉키 의장 입장에선 공화당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는 형국이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롬니는 Fed의 재량권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양적완화는 경기가 급격한 불황에 빠지는 걸 막을 순 있겠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따른 국민의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정부의 지속 불가능한 재정정책을 초래하며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공화당이 양적완화를 반대하는 이유다. 게다가 Fed의 양적완화는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고 이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다른 나라를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