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부동산發 경제위기 막으려 주택 담보대출 규제
DTI와 부동산 시장

40세 미만 직장인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DTI 규제 보완방안을 마련해 다음달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로 소득에 맞춰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규제하는 DTI를 적용할 때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은 ‘10년간 예상소득’이 반영된다. - 8월18일 한국경제신문

☞ 세계 주요국의 경제위기를 살펴보면 부동산 버블(거품)이 꺼지면서 발생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멀리는 1980년대 후반 북유럽 3국의 위기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 부실 사태에서부터 가까이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와 현재 진행 중인 스페인 위기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투기는 종종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뇌관으로 작용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장기 불황도 부동산 거품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발 경제위기는 대체로 부동산 가격 상승→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대출→ 부동산 가격 급등 후 하락 반전→ 금융사의 대출 부실화와 신용경색 현상 발생→ 가계 부실화와 실물경제 타격 순으로 진행된다. 저신용자에게까지 대출을 해주면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금융사들이 중간에서 위기발생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DTI와 LTV는 부동산 거품발 위기 발생을 미리 막자는 뜻에서 도입된 금융감독 제도의 하나다. 둘다 부동산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것인데 DTI는 소득을, LTV는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한도를 정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구체적으로 DTI는 ‘Debt To Income’의 약자로 소득 대비 총부채상환비율을 의미한다.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부채에는 새로 빌리는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과 기존의 부채 이자 상환액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이 집을 사려 한다고 하자. 만약 금융감독 당국이 DTI를 40%로 설정할 경우 총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득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서울은 50%,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60%의 DTI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LTV(Loan To Value)는 주택담보대출비율로 주택 시가에 대한 대출금의 비율을 뜻한다. 집값과 대출을 연계해 집값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대출이 늘어나지 않게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LTV가 50%라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2억원짜리 주택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DTI와 LTV의 구체적 한도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가계 살림 여건, 금융회사 경영 현황 등을 감안해 정한다.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을 때 한도를 높이면 대출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반면 DTI와 LTV 한도를 낮추면 대출이 줄어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번에 DTI 규제를 완화한 것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는 급감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급랭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으면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이 어려움에 빠지고 금융사들의 경영도 부실해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중산층의 상당수는 보유 자산이 주택이나 부동산으로 이뤄져 있는데 빚을 내 집을 샀으나 이자 부담이 늘고 있는 가구, 즉 ‘하우스 푸어’들이 급증한 상태다.

이번 DTI 규제 완화는 일자리가 있는 젊은층의 장래 예상소득을 소득금액에 반영해 40세 미만 무주택 직장인의 대출한도를 늘려주고, 자산은 있지만 은퇴 등으로 소득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예컨대 월 급여가 300만원인 35세 무주택 근로자라면 장래 예상소득이 4172만원으로 대출한도가 최대 2억 2400만원에서 최대 2억6000만원으로 늘어난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부동산發 경제위기 막으려 주택 담보대출 규제
하지만 이 정도의 규제 완화로는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긴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팀장은 “DTI 완화가 부동산 경기 회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피부에 와 닿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시장 자체가 공황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건 DTI 규제 때문이라기보다는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은 데다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와 저출산 등으로 인한 주택시장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DTI 한도를 높이는 건 또 자칫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더 확대시킬 가능성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DTI 완화는 양날의 칼과 같다”며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하지만 가계부채 부담이 늘고 금융권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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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주요 의사 결정권 누구에게 있지?
기업지배구조와 가족경영
아시아에서는 가족경영 기업이 기업지배구조에서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업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사회적으로 쟁점이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가족경영 기업들은 아시아 전체 상장기업의 약 50%를, 아시아 10개국 증시 시가총액의 약 32%를 차지하고 있다. - 8월7일 파이낸셜 타임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부동산發 경제위기 막으려 주택 담보대출 규제
☞ 지배구조란 나라나 회사의 중요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따라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라고 하면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경영의 주요 의사를 누가 결정하는가가 핵심이다.

기업지배구조는 경제발전 과정이나 역사 또는 문화적 특성 등에 따라 나라별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지만 크게 △전문 경영인이 경영의사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전문 경영인 체제와 △오너가 중심인 가족경영 체제로 나눌 수 있다. 이 둘 가운데 어떤 체제가 더 우수한지는 판가름하기 어렵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 경영인 체제의 경우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어서 경영자 독단에 따른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장기보다는 단기 실적을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할 가능성이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 빠른 판단과 행동이 어려울 수 있다. 주인인 주주들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해를 앞세우는 것이다. 이른바 주인과 대리인 문제다. 반면 가족경영은 오너가 있기 때문에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칫 의사결정이 독단에 흐를 수도 있는 게 단점이다. 역사가 오래된 구미 기업의 경우 전문 경영인 체제가 주류를 이룬다. 아시아와 신흥국에서도 전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가족경영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다.

홍콩중문대의 조세프 판 교수는 “가족경영 중심인 아시아 대기업들의 경영권 승계가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이뤄진다면 이는 해당 국가나 아시아 지역에 체계적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는 기업의 주요 거물들이 경영권에서 물러나고 있는 홍콩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콩중문대가 250개 가족경영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 창업자가 경영권을 물러주기 전 5년 동안 해당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평균 60%가 감소했다. 이는 창업자의 가치ㆍ인맥 등 ‘특별한 무형자산’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경영권 승계 논란이 일거나 사업 연속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조기에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가족경영 기업들이 적지 않은 우리나라에도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