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중 수교 20년…공동번영 길을 닦다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한·중 양국은 수천년 역사 속에서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전쟁으로 얼룩진 아픔의 흔적도 많다. 중국 대륙에까지 한민족의 기상을 떨친 적도 있지만 거대한 나라에 치욕을 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 현대사에서도 양국은 애증이 교차한다. 6·25전쟁, 탈북자 인권, 서해 갈등에선 뚜렷한 인식차가 드러나지만 지난 수십년간 양국의 물적·인적 교류는 놀랄 만큼 늘어났다. 이웃은 자주 만나 웃기도 하지만 가끔은 다툼도 생기는 법이다.

한국과 중국이 역사적인 수교를 맺은 지 20년이 됐다. 1992년 8월24일. 양국은 베이징 댜오위다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한·중 외교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새로운 관계의 개막을 선언했다.

양국 간에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인적·물적·문화적 교류는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1992년 63억달러에 그쳤던 교역액은 2011년 2206억달러(홍콩 포함)로, 불과 20년 만에 35배 이상 급증했다. 2206억달러는 한때 최대 교역국이었던 미국(2011년 1008억달러)과의 무역액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중국은 2004년부터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고, 한국은 미국 일본 홍콩에 이어 중국의 4위 교역국이 됐다. 1992년 13만명에 불과했던 양국 방문자도 640만명(연간 기준)으로 50배 가까이 급증했다. 20년이 짧지 않은 시간임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증가속도다. 중국의 불고기집에도, 한국의 양꼬치집에도 양국 손님이 거의 절반씩이다.

K팝, 드라마 등 한류(韓流)가 중국의 젊은층에서 하나의 문화로 뿌리내린 지 오래고, 우리나라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는 중국 경제를 상징하는 용어가 돼버렸다. 현재 협상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 양국 관계가 단순한 교역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어갈 파트너로 격상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한·중 수교 20년은 양국 관계가 성년으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그만큼 친밀해졌지만 책임 역시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성숙한 관계를 위해선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사회·경제·통상과는 달리 정치·안보 분야는 거의 답보상태다. 양국이 4년 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지만 ‘전략적 협력’은 사실상 선언에 그치고 있다. 북한 핵, 탈북자 인권,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조업, 이어도 관할권 주장, 역사 왜곡 등 동반자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중국은 갈등과 마찰이 있어도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이웃이다. 한·중 수교 20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한 단계 성숙해지기를 기대한다. 4, 5면에서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이유와 한·중 수교 20년사를 상세히 살펴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