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성형 미스코리아 괜찮을까요
"미스코리아만 엄격한 잣대 대는 건 시대착오"


"약물복용 선수가 금메달 딴 것과 다를바 없어"

2012 미스코리아 진을 차지한 김유미 씨가 스스로 성형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김씨가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되자 인터넷에는 그의 학교 졸업사진 등 과거 모습이 올라왔다. 그런데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접한 누리꾼들은 과연 성형을 한 사람을 미스코리아로 뽑는 것이 타당하냐는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성형 미인을 미인대회 우승자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씨는 성형논란에 휩싸이자 “졸업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올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스스로 모태 미녀라고 한 적이 없는데 기사에 모태 미녀라고 나와 당황스러웠다”며 “실망한 분들도 이해는 가지만 속일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 외모보다 행동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성형 미인의 미인대회 우승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찬성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미인 대회가 보여지는 아름다움, 즉 외모를 기준으로 뽑는 것인 만큼 성형여부나 과거의 경력까지 따지고 들면 복잡해지고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최근 미스코리아 대회는 예전처럼 한국의 대표 미녀를 뽑는다는 개념보다는 또 하나의 종합 엔터테이너 선발대회 성격이 짙어졌다는 이유로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미스코리아 출신의 대다수가 연예계로 진출하는데 연예인들의 성형은 이제 대부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유독 미스코리아 성형에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김유미 씨가 성형사실을 인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 보기좋다며 격려하는 견해도 있다. 지금까지 미스코리아 출신들이 모두 성형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김씨가 이를 일부러 숨긴 것도 아닌데 유독 김씨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그런 것이다.

성형이 문제가 된다면 성형하지 않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미인 대회를 만들면 그만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성형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굳이 모든 미인 대회 참가자들에게 성형을 금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대표적인 미인 대회에서도 성형에 대해 특별히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김씨를 두둔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

과도한 성형으로 미스코리아에 당선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일반 연예인 오디션 등과는 달리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취지를 가진 미인 대회에는 성형 미인을 배제하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자적한다. 이런 식이라면 미스코리아 대회 존폐까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다른 미인 대회와는 달리 최소한 미스코리아 대회만은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움을 가진 사람이 선발돼야 한다며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JYB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성형 미인을 무조건 모든 미인 대회에서 제외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미인 대회 취지가 한국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미인을 선발하는 것이라면 성형미인과 자연미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성형 미인이 미인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약물을 복용한 운동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격이라는 비유를 하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한 누리꾼은 “이제는 미스코리아가 아니 메스코리아다. 누구나 돈 있으면 성형수술로 미인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누구나 졸업 사진은 촌스럽고 이상하게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번 사진은 그동안 본 사례 중 최고의 변화”라며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런 식이라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라는 대회 이름조차 무색하다며 성형미인 선발대회라고 바꾸어야 할 것이라는 비아냥도 적지 않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 정도로 훌륭하게 변신할 수 있다면 성형 수술한 미인이 아니라 해당 수술을 한 성형외과 의사가 상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도 나온다.


생각하기

한경닷컴은 이 문제가 온라인상에서 한창 논란이 되자 ‘성형 미스코리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주제로 지난 7월9일부터 16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 응답자의 66%가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고 지금 예쁘면 상관없다는 응답은 34%였다. 문제가 있다는 답이 더 많은 셈이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성형 미스코리아 괜찮을까요
최근의 미인 대회는 대체로 성형미인에게 관대한 편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경우 참가자들에게 “성형 여부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통보한다. 본선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3명이 심사위원단(총 23명)에 포함돼 성형을 많이 한 후보자를 가려낸다. 보톡스 같은 가벼운 ‘시술’은 감점 폭이 작지만 양악수술 코수술 등 뼈를 깎아내는 ‘수술’은 감점이 클 수 있다. 그래도 성형을 한 후보자가 당선되는 이유에 대해 미스코리아 대회 관계자는 “서류전형부터 면접, 본선까지의 전체 심사과정에서 누적점수 순으로 진·선·미가 결정되기 때문에 성형 여부가 최종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인들의 인식과 실제 대회 심사기준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 미스코리아에 성형 미인이 뽑혀서는 된다 안된다의 논의는 사실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성형이 워낙 일반화되어 있는데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한국 대표 미녀 선발대회라는 의미도 많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찬반 논의에서 나온 것처럼 미인 대회 중 자연미인만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어 여기에서는 최고의 자연미인을 선발하고 나머지 대회는 성형 여부와 관계없이 미인을 뽑으면 그만이다. 성형은 개인의 선택이고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이제는 별 의미가 없는 논쟁이라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