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논란에 휩싸인 CD 금리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혐의로 국내 10개 증권사에 대한 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의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과 비슷한 사건이 국내에서도 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월18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CD는 사고 파는 정기예금…가계대출 기준금리 역할
☞양도성예금증서(CD·certificate of deposit)는 한마디로 사고팔 수 있는 은행의 정기예금이다. 은행의 정기예금에 매매가 가능하게 양도성을 부여한 증서로, 주식이나 채권처럼 일종의 유가증권으로 분류된다. 만기 전 중도 해지는 불가능하나 양도가 자유로워 현금화가 쉽고 유동성이 높다. 은행이 발행하고 증권회사와 종합금융회사 등을 통해 매매가 이뤄진다. 은행들이 단기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하는 단기금융상품의 하나다. 최장 만기 제한은 없고 최단 만기만 30일 이상으로 제한되는데 주로 만기가 3개월과 6개월인 3개월물과 6개월물이 거래된다.

은행은 CD 예치기간 동안의 이자를 액면에서 할인하는 방식으로 CD를 발행한다. 예를 들어 액면금액 1000만원짜리 CD 91일물(만기가 91일짜리라는 의미임)을 10% 할인해 발행한다고 하자. 이때 고객은 이 CD를 약 25만원 할인된 975만원에 살 수 있게 된다. 이자를 미리 받는 셈이다. 할인이자는 액면금액(1000만원)×할인율(10%)×만기 시까지의 일수/365일로 구한다. 은행들은 여타 금융상품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발행할인율 대신 연간수익률로 환산해 금리(발행수익률)를 고시한다. 예컨대 1000만원 액면의 3개월물 CD 발행수익률이 연 3%라면 이 CD의 가격은 970만원이라는 뜻이다.

발행금리는 콜금리 등 다른 시장금리나 발행 금액, 기간 등을 감안해 결정되는데 은행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 수준이 다르다. CD를 산 고객은 만기가 되면 은행이나 CD를 산 증권사 등을 통해 액면가에 해당하는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CD는 미국 씨티은행의 전신인 퍼스트내셔널씨티뱅크오브뉴욕이 1961년 기업어음(CP) 등 단기 금융상품으로 은행 예금이 빠져나가자 이를 막기 위해 처음 고안해냈다. 영국에서는 1968년, 일본에서는 1979년부터 CD가 발행됐다. 우리나라에서 1974년, 1978년 두 차례 일시 CD 시장이 도입됐으나 CD가 매매되는 유통시장이 원활하게 형성되지 못해 폐지됐다가 1984년 6월 다시 CD 발행이 시작됐다.

은행이 발행한 CD를 사들인 투자자는 만기 이전에 자금이 필요할 경우 유통시장에서 CD를 팔 수 있다. 이때 적용되는 게 유통수익률이다. CD 금리(유통수익률)는 단기금리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다. 또 은행의 단기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정할 때도 3개월 CD 유통수익률이 기준으로 활용된다. 대출금리는 CD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CD 금리 흐름을 보면 단기적인 시중의 자금상태를 알 수 있다. 금리가 높으면 단기 자금흐름이 나쁘다는 뜻이다.

CD 금리는 CD 매매를 중개하는 대신 한화 KB투자증권 등 10개 증권사가 매일 오전 11시30분과 오후 3시30분에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 금리 자료를 제출하면 협회가 이를 산술 평균해 결정한다. 금투협은 10개 증권회사가 보고한 국민 신한 하나 등 7개 시중은행의 CD 금리 중에서 가장 높은 금리와 가장 낮은 금리를 각각 제외하고 나머지 8개의 평균값을 구해서 최종 CD 금리를 산출, 고시한다.

문제는 요즘 조작 파문이 일고 있는 리보처럼 CD 금리도 증권사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하는 까닭에 증권사들이 허위 자료를 내면 조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CD 금리(3개월물)는 시중금리가 꾸준히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줄곧 연 3.54~3.55%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CD 금리는 특히 은행에서 돈을 빌린 서민들하고도 관련이 깊다. CD 금리에 연동된 대출이 많기 때문이다. CD 금리 연동 가계대출 잔액은 196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456조원)의 43%에 달한다. CD 금리가 올 들어 CD와 비슷한 단기금융상품인 통화안정증권(3개월물) 금리(0.3%포인트)만큼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돈을 빌린 고객들은 이자 부담이 5880억원 줄어든다. 그런데 실제 CD 금리는 떨어지지 않아서 은행으로선 그만큼 대출 이자수익을 거둔 셈이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CD는 사고 파는 정기예금…가계대출 기준금리 역할
CD 거래를 중개해 수수료를 얻는 증권사나 CD를 발행한 은행들은 CD 금리를 조작해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 규제에 따라 CD 신규 발행이 거의 중단된 데다 기존에 발행된 CD도 거래가 안 되면서 CD 금리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월 9조~10조원에 육박하던 CD 거래는 현재 월 2조원 미만으로 급감했다.

어쨌든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선 리보 금리 조작 파문만큼이나 큰 파장이 벌어질 수도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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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살리는 법정관리… 잘못한 경영진도 살린다?


법정관리와 도덕적 해이

삼환기업이 워크아웃을 요청한 지 5일 만에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채권단은 “부채를 동결하면서도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대주주의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판한 반면 삼환기업 측은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어음(CP)을 상환할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취한 불가치한 조치”라고 항변했다. -7월18일 한국경제신문

☞경영이 부실해진 기업 앞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적자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것(파산이나 청산)이고 또 하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의 길을 밟는 것이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는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의 회생을 돕는 대표적 장치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CD는 사고 파는 정기예금…가계대출 기준금리 역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돈을 빌려준 채권 금융회사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이다. 금융사가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대출해준 기업 가운데 부실 징후 기업을 골라내 시행하게 된다. 주채권 은행은 해당 기업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 회사 내 수입과 지출 등 모든 재무 상황을 챙기게 된다.

이에 비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는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회생 가능성이 보이는 경우에 법원의 결정에 따라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관리인)가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것이다. 기업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법원이 법정관리를 결정되면 기업주의 민사상 처벌이 면제되고, 모든 채무가 동결돼 회사 경영을 정상화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면 회사는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예전에 ‘회사정리법’이나 ‘화의법’ ‘파산법’ 등은 경영이 부실해진 법정관리 기업의 경영인이나 대주주를 회사 경영에서 배제했다. 경영을 잘못한 경영인에게 법정관리 후에도 계속 경영을 맡기는 것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경영이 부실해져도 경영권 박탈을 우려해 법정관리 신청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해 법정관리를 통해 살아날 수 있는 기업도 파산하고마는 사례로 적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정리법’ ‘화의법’ 등을 하나로 통합해 2006년 4월 시행에 들어간 ‘채무자의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의 법인 대표자가 관리인이 돼 회사 경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삼환기업과 채권단이 워크아웃이냐 법정관리냐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은 워크아웃을 하면 채권단이 회사 경영을 사실상 좌지우지할 수 있는 반면 법정관리 때는 삼환기업 경영진이 회사 경영에 여전히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 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을 살리기보다는 남은 자산 챙기기에 더 열을 내는 일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