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와 간접투자


국내 주식형 펀드로 사흘 만에 자금이 들어왔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지난 22일 419억원이 순유입됐다. 코스피지수가 22일 2.21% 급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99억원이 순유출돼 12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6월26일 연합뉴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전문가에게 투자 맡기면 '리스크' 는 줄겠죠!
☞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도록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월째 연 3.25% 수준에서 동결 중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이 투자와 소비를 더 많이 해 경기가 활기를 띠게 된다.

하지만 저금리는 자금에 여유가 있어 저축을 하려는 사람들에겐 이자가 줄어 불이익이다. 그래서 특히 저금리 시대엔 저축보다는 투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저축은 정기예금이나 적금처럼 매달 또는 매년 금융회사로부터 미리 약정한 이자를 받는다. 이에 비해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을 사들이는 투자는 저축처럼 확정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투자 대상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잘하면 저축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잘못하면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투자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자신이 직접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할 수도 있고 전문가에게 투자를 대신해달라고 맡길 수도 있다. 펀드는 전문가들에게 돈의 운용을 맡기는 대표적 간접투자 상품의 하나다. 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가 불특정 다수의 돈을 모아 다양한 자산에 투자, 위험(리스크)을 분산하면서 수익을 올려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 관련법상 명칭은 ‘집합투자기구’다.

펀드가 가진 장점은 △전문가들이 자금을 굴리는 까닭에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으며 △소액의 자금으로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산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고 △필요할 때 현금화가 쉽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이 대신 자금을 운용해주는 대가로 일정한 비용(보수와 수수료)을 지급해야 한다.

펀드의 종류는 다양하다. 먼저 설립 형태에 따라 공모펀드와 사모펀드(PEF)로 나눌 수 있다. 공모펀드는 자금을 불특정 다수로부터 공개적으로 모으는 것이고, 사모펀드는 친분 관계에 따라 소수만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또 투자 대상에 따라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 △기타 부동산이나 선박, 금, 원자재,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대안펀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주식형 펀드는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채권형 펀드는 투자한 채권의 가격이 수익률을 좌우한다.

주식형 펀드는 다시 △시장평균 수익률(예를 들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얻기 위해 증시의 대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인덱스펀드와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낼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소수 종목을 발굴하고 매매전략을 구사하는 액티브펀드로 나뉜다. 인덱스펀드는 투자자들이 내야 하는 수수료 부담이 작은 반면 증시가 활황일 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액티브펀드는 증시가 좋을 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수수료 부담이 크고 증시가 안 좋을 땐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펀드의 수익률은 매일 발표되는 기준가격으로 따진다. 예를 들어 A라는 펀드가 출범 첫날인 지난해 7월2일 기준가가 1000원이었는데 2일 현재 1050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1년 동안 이 펀드의 수익률은 연 5%가 된다. 기준가는 펀드를 운용하는 금융회사가 펀드의 순자산을 매일 따져 산정한다. 또 펀드 자금 운용을 담당하는 사람을 펀드매니저라고 한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전문가에게 투자 맡기면 '리스크' 는 줄겠죠!
펀드매니저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자금을 굴리는 건 아니다. 자금을 모을 때 미리 투자자(고객)들에게 이 펀드는 어디에 투자한다고 약속을 하는 데 이 약속대로 투자하게 된다. 투자 대상과 수수료 등은 펀드 약관에 명시돼 있다. 그래서 펀드 투자자라면 펀드 가입 전 약관을 자세히 읽어 내 돈이 어디에 투자하고, 수수료는 얼마나 되며, 리스크는 무엇인지를 꼼꼼이 챙겨야 한다.

펀드 투자에는 거치식과 적립식이 있다. 거치식은 목돈을 일시에 맡기는 방법이고 적립식은 일정 시점에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이다. 적립식으로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주가 등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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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자본시장…증권거래소간 합종연횡 활발

LME 사들인 홍콩 거래소


홍콩거래소(HKEx)가 세계 최대 금속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LME)를 13억9000만파운드(약 21억50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거래소는 LME에 주당 107.6파운드를 매입가로 제시했다. 이번 인수 제안은 LME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6월15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전문가에게 투자 맡기면 '리스크' 는 줄겠죠!
☞증권거래소는 유가증권을 사고팔려는 사람들이 증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장소와 시설이 조직화된 유통시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 후인 1956년 3월 문을 열었다. 유가증권은 재산권이나 소유권을 법적으로 명시한 증서로 대표적인 게 바로 주권(주식회사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증서)과 채권(기업이나 정부, 금융사들이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증서)이다. 증권거래소는 기업들이 필요한 사업자금을 모을 수 있는 자본시장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대부분 민간업체가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거래소(KRX)가 증권거래소를 운영한다. 그런데 국가 간 자본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세계 증권거래소 간에 M&A(인수·합병)를 통한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2007년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범유럽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Euronext)와 합병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식시장 거래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됐다. 싱가포르거래소는 지난해 호주증권거래소 인수를 시도했지만 호주 정치권의 반대로 실패했다. 자국 거래소를 싱가포르에 뺏길 수 없다는 호주 정치권의 반대 때문이다. 이처럼 증권거래소 간 짝짓기 시도가 활발한 것은 세계의 금융중심지(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선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어서다. 홍콩거래소가 LME를 인수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홍콩은 뉴욕 런던 도쿄 싱가포르 등과 함께 세계 금융 중심지 가운데 하나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2위 증권거래소인 홍콩거래소가 특히 LME에 눈독을 들인 것은 LME가 구리 아연 알미늄 등 세계 주요 원자재 거래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당시인 1877년 설립된 LME는 세계적인 비철금속 선물 및 옵션 상품 거래소로 전 세계 비철금속 선물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은 15조4000억달러에 달했다.

전 세계 비철금속 소비의 42%를 차지하는 중국은 세계 원자재 시장의 최대 큰손이다. 중국 정부는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외교적으로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대국에 대한 공을 들인다. 따라서 홍콩과 중국의 지도자가 장기적으로 원자재 시장 입김 강화를 위해 LME를 인수한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 홍콩으로선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으며, 중국은 홍콩의 금융허브 위상이 높아지면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세계 각국 간 경쟁은 치열하다. 아시아의 금융허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이런저런 규제로 제자리걸음인 한국에 홍콩의 LME 인수 결정은 교훈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