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이 4년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호주도 두 달째 금리를 내리는 등 주요국들의 동반 금리 인하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일단 동결했지만 7월에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금리 인하에 이어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lobal Issue·기획] 시동걸린 글로벌 금리인하…세계경제 '구원투수' 될까? 등

#중국, 4년만에 전격 금리 인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4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인민은행은 지난 8일부터 기준금리 성격인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1년 예금금리는 연 3.25%, 대출금리는 연 6.31%로 각각 떨어졌다. 중국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최근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이달 중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첫 번째 조정은 대출금리를, 두 번째 조정에선 예금금리를 각각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전격적으로 예금과 대출금리를 동시에 인하했다.

중국이 4년 만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물가보다는 성장률 저하로 경제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성장률 둔화에도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시장 거품을 우려해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대신 올 들어 두 차례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로 통화량을 조절해 왔다. 인민은행도 신중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5월에 공개된 4월 거시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금리인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떨어진 반면 소매판매는 14개월, 산업생산은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달 하순 “(물가보다는) 안정적 성장을 더 중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제지표가 더 나빠지면 인민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도 두 달 연속 금리 인하

호주 중앙은행(RBA)도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RBA는 지난 5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75%에서 3.50%로 0.25%포인트 낮췄다. 지난달 1일 0.5%포인트 인하에 이은 것으로 2009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글렌 스티븐스 RBA 총재는 이날 “중국 경기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등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는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내비쳤다. 스티븐스 총재는 “물가 상승 전망을 감안할 때 호주 경제는 추가 경기부양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통화정책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월터스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미국의 성장 둔화가 즉각적인 영향을 줄 것에 대비해 금리를 내린 것”이라며 “외부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주나 중국이 국제 경기에 민감한 것은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영국·유로존도 인하 가능성

영국 중앙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ECB도 기준금리를 연 1.0%로 유지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금통위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린 뒤 이달까지 12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금리를 동결한 국가들도 글로벌 경기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금리 인하’라는 경기부양 카드를 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럽 위기 해결을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가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

[대형 유통점에 대한 오해와 진실-중] 백화점이 소비만 부추긴다고?

꽃꽂이에서 재테크, 몸짱 강좌까지…'동네 문화' 바꿨다

백화점이 소비만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백화점은 의류 화장품 가전 등 물건을 파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문화 요구에 적극 대응하는 마케팅도 구사한다. 대표적인 것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하게 제공하는 문화강좌다. 신세계 롯데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점들은 지역과 고객 수요에 맞는 꽃꽂이, 재테크, 몸짱 프로그램을 강좌형식으로 제공한다. 요즘엔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같은 강좌를 개설해놓고 있지만 이전에는 백화점 문화센터가 그 역할을 선도했다.

[Global Issue·기획] 시동걸린 글로벌 금리인하…세계경제 '구원투수' 될까? 등

#1984년 신세계 문화센터 첫선

백화점 문화센터라는 것이 처음 등장한 때는 1984년이다. 신세계 동방점 문화센터가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 문화센터다. 신세계 문화센터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생활문화 수준이 올라가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동네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한 손뜨개, 재봉틀 사용법, 꽃꽂이 강좌가 주류였다.

1990년대에 들어 문화센터가 다양해졌다. 취미, 교양, 자녀 교육, 스포츠, 주부 노래교실이 나타났다. 주부 대상 노래교실과 사군자, 서예, 수채화 등의 미술 강좌, 꽃꽂이, 한지그림 공예 등에 수요가 몰려 조기마감될 정도였다.

19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IMF형 문화 강좌’가 등장했다. 신세계 현대 롯데 문화센터는 앞다퉈 ‘IMF를 이기자불황을 극복하는 재테크’를 내놨다. 알뜰 가계 운영 재테크 특강, 경매 공매를 통한 불황기 탈출법, 여성 유망부업 가이드 특강 등 가계에 도움이 되는 강좌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실버세대 건강강좌 봇물

2000년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7.1%를 차지하면서 실버 세대를 위한 강좌가 잇따라 개설됐다. 실버 세대의 관심 분야인 건강과 관련한 ‘실버 건강 댄스’ ‘실버 해외여행 영어’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 회복의 기미가 뚜렷했던 2001년 이후 부동산, 금융 등 재테크 강좌가 봇물을 이뤘다. ‘종잣돈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아이디어였다. 신세계백화점의 ‘10억 만들기 프로젝트’ 강좌는 대표적인 인기 강좌였다.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와 지식’ ‘상반기 부자되기 재테크 마스터 플랜’ 등도 있었다.

#'요리-몸짱-키즈'가 키워드

2010년대로 접어든 이후 최근까지 핵심 키워드는 ‘요리’ ‘몸짱’ ‘키즈’다. 요리학원 수강비가 부담스럽고 전문가 수준까지 바라지 않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백화점 요리강좌는 안성맞춤이다. 얼짱, 몸짱 트렌드도 등장했다. ‘명품 몸매 필라테스’ S라인 강좌는 단연 인기다. 테이블 세팅, 호텔 레스토랑 테이블 매너 등을 비롯 와인, 이미지 메이킹 등도 많이 찾는 강좌다. 고객유인을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도입된 문화센터가 지역의 문화 패턴과 수준을 바꿔 놓은 셈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