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대학 갔다’ 시리즈가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습니다. 진로교육 전문 브랜드인 ‘투모라이즈’와 함께 한 이번 시리즈가 대학진학에 성공한 선배들의 사례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렇게 대학 갔다] (10·끝) 허기영 서울대 의학과 본과 1년

"진로 결정 위해 전문가 멘토와 직접 대화하라"

허기영 군은 2010년 서울대 의과대에 입학했다. 소록도 방문 경험을 통해 의과대 진학 꿈을 키웠고 결국 원하는 길을 가고 있다. 허군은 “작은 인연이 나를 의과대로 가게 했다”며 “내 인생에 또 어떤 인연이 다가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허군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 나만의 공부법 찾기가 관건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자기주도학습’의 가장 중요한 효과 중 하나는 바로 자신만의 학업 노하우를 찾아내고 습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이런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느냐 여부가 성적을 결정하게 되거든요.”

허군은 학습비결에 대한 질문에 “자신만의 학업 노하우가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학업 모범생들에게 흔히 들을 수 있는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나 노트필기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대답이다.

“의과대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평가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교내외 활동은 물론 내신과 수능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학원이나 과외에서 알려주는 일종의 공부기술을 통해서는 어느 한 가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어도 다양한 항목들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령 아무리 노트 필기법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학업생활을 아우르는 시간관리법을 자기 스스로 터득하지 못하면 안 돼요. 내신 점수를 잘 받을 수는 있어도 교내외 활동이나 수능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자기주도력, 더 나아가 자신만의 학업생활 노하우를 만들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죠.”

최근 학업생활 전반을 평가하는 수시전형과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추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허군이 강조하는 ‘자신만의 학업생활 노하우’ 만들기의 중요성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내활동으로 리더십을

허군은 이과에서 중요한 수학의 경우 정형화된 문제를 푸는 것보다 논술 문제식으로 문제를 풀 것을 권한다. 보통 문과계열에서 강조되는 논술을 이과계열인 허군이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생각하기에, 하나의 명확한 답이 정해져 있는 단답형 문제보다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답이 존재할 수 있는 논술형 문제 풀기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허 군이 밝히는 논술형 학습의 장점은 두 가지다. 첫째, 논술형 문제는 그 어떤 문제 유형보다도 사고력을 증진시켜 준다. 둘째, 정해진 답이 없으므로, 정답을 맞혀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학습에 몰입할 수 있다. 허군은 고등학교 재학 당시 수학 논술문제만을 토론하는 교내 수학동아리 ‘Mathholic’을 결성해 활동한 경험을 들려 주었다.

“우리가 흔히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학문제를 논술로 접근하면 수없이 다양한 대답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다양한 대답을 도출해내면서 수학의 사고력을 길렀어요. 또 수학이라는 과목을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동일한 수학 논술문제에 대해 제가 제시한 방안과 전혀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풀어내는 동아리 친구들을 보면서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범위가 넓어졌어요. 특히 누구의 대답이 좀 더 타당한지 토론을 했던 게 정말 좋았던 학습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진로멘토링을 통한 진로결정

허군이 의대 진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바로 의료봉사활동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실 진로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세우지 못했던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장애인 복지시설과 나병환자들이 거주하면서 치료를 받는 소록도를 방문체험하면서 의학의 중요성과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허군은 장애인들이 신체 재활훈련을 받고, 나병환자들이 사회와 격리돼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학 분야를 공부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허군은 단순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진로멘토링을 구하려 애썼다. 허군은 실제로 의사들에게 멘토링을 신청했고 이를 통해 관련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넓혀 나갈 수 있었다. 앞서 나간 선배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만큼 몸에 와닿는 게 없다는 게 허 군의 생각이다. 비록 고교생이었지만 방법을 찾아가는 자세가 남다른 대목이다.

“의사 선생님들과의 인터뷰와 멘토링을 통해, 뉴스나 인터넷에서는 습득하기 어려운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조언들이 고등학교 3년 생활에 큰 활력소로 작용한 것은 물론이지요. 후배들에게도 관심 분야가 뚜렷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편지나 이메일을 통해 조언을 구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정말 그 활동 자체가 새로운 힘이 돼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후배들에게 주는 한마디 >

- 자기만의 노하우와 습관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학업생활을 잘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적인 계획 수립과 활동력이 필수적이다.

- 단답형 문제보다는 논술형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학습효과를 가져온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1주일에 2~3개 이상의 논술문제를 풀어보라.

- 자신의 관심분야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든다면 해당 분야 종사자나 전문가를 만나 멘토링을 요청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