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불패'저자 유재원이 전하는 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책을 많이 읽는 학생들이 공부도 잘한다.’

아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괜히 나온 소리는 아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확실히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도 그랬고, 내가 만난 서울대생들은 대부분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다. 어렸을 때부터 쌓은 독서량이 공부하는 데 중요한 자양분 역할을 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하면 쉽게 손이 가질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된 일인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으면 다잡을수록 점점 더 책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책과 친해지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우선은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시작하자.

[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8·끝) 글에 익숙해지면 공부가 쉬워진다
# 읽기도 단계별 훈련 필요

책 읽기는 크게 ‘아나운싱’과 ‘리딩’으로 구분된다. 아나운싱은 단지 글자를 읽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리딩은 책 내용을 자신의 글로 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읽기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글자를 읽는 아나운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아나운싱으로 글에 익숙해져야 그 다음 단계인 리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책과 글자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갑자기 공부를 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글자에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다. 글자에 익숙해지면 저절로 리딩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리딩의 단계에 들어서면 공부는 저절로 굴러가는 자동차처럼 된다.

이처럼 읽기도 단계가 있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은 걷지 못하는 아이가 러닝머신 위에서 바로 뛰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텍스트에 익숙해졌을 때 학생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다. 솔로몬 르웬버거 중학교는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보스턴 최고의 명문 학교로 명성을 떨쳤다. 그런데 학교 주변이 빈민화되면서 보스턴 최고의 명문학교는 문제학교로 전락해 강제 폐교를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때가 1980년에 접어들 즈음이었다.

풍전등화와도 같은 솔로몬 르웬버거 중학교를 살린 것은 ‘독서’였다. 새로 취임한 오닐 교장은 책 읽기 운동을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후 10분 동안 교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읽던 책을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읽는 학생들이 생겨났다. 책 읽기 운동의 효과는 시작한 첫해부터 나타났다. 첫해부터 읽기 능력이 향상되기 시작해 3년째 되는 해에는 보스턴에 있는 중학교 중에서 최고 성적을 올렸다. 문제학교에서 다시 명문 중학교로 화려하게 변신한 셈이다.

쉽고 재미있는 책만 골라 읽으면 나중에 어려운 책을 읽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지나친 기우다. 쉽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 글에 익숙해지면 좀 더 다양하고 어려운 책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나의 경우도 처음에는 좋아하는 역사소설책을 중심으로 읽었지만 점차 사회과학서적이나 다른 문학책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 나갔다.

#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라

책을 읽다 보면 특히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소장해두고 싶은 책들이 있다. 그런 책들은 “나중에 다시 한 번 봐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책꽂이에 예쁘게 꽂아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 읽은 책은 어지간해서는 다시 꺼내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책이 읽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책꽂이를 멋지게 장식해주는 장식품이 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두루 읽는 것도 좋지만 좋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것도 아주 좋다.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도 책을 읽을 당시에는 내용을 꿰고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내용을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렇게 조금씩 잊어버리다 보면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는 책 제목조차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수 있다.

[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8·끝) 글에 익숙해지면 공부가 쉬워진다
하지만 단순히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책을 여러 번 반복해 읽으라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분명 꼼꼼하게 다 읽은 것 같아도 새로 읽으면 느낌도 다르고, 그때마다 꽂히는 부분도 다르다. 전에 읽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인물이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다른 시각으로 해석이 되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계속 생각도 깊어지고, 삶의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면서 삶을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자기가 처한 상황이나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울대 수석 입학했던 선배가 삼국지를 15번이나 반복해서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삼국지를 비롯한 여러 책들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수 있었다.

문제집을 여러 권 푸는 것보다 한 권을 반복해 풀어봄으로써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듯, 많은 책을 두루뭉술하게 읽기보다 좋은 책을 반복해서 여러 번 읽는 것이 독해력 향상에도 좋다. 똑같은 책을 읽어 지루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지 말기 바란다. 장담컨대,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로워 새 책을 읽는 것 같이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