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4번타자의 도전!…일본서 홈런왕 꿈꾸다

[피플 & 뉴스]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맹활약 중인 이대호 선수
한국 프로야구 열기가 뜨겁다. 연일 매진 사례다. 프로야구 30년 만에 나타난 호황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다. 자고 나면 바뀌는 순위와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김태균 등 해외파들의 합류가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야구가 달아오르는 사이 일본에서도 ‘굿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이대호 선수(30) 얘기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한 이대호가 초반 부진을 딛고 거포 본능을 찾아가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달 30일 홈런 10개를 돌파했다. 그가 속한 퍼시픽리그에서 가장 먼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타율도 초반 2할3푼대에서 2할7푼대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타점과 장타율 면에서도 리그 최상위권이다.

섣부른 전망 하나. ‘한국의 4번 타자’가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이 될지도….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 선수가 요미우리에서 2006년 홈런 41개로 리그 2위까지 오른 적은 있다.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 이대호! 생각만해도 짜릿하다.

이대호가 보여주는 타격의 질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통계를 보자. 홈런에선 부채살 타격이 빛난다. 4월엔 좌측으로 2개를 쳤지만 5월 들어서는 좌측은 물론 우측과 중앙펜스를 넘기는 홈런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좌측(당겨칠 때) 3개, 우측과 중앙이 5개다. 밀어쳐서 넘긴다는 얘기는 이대호의 바깥쪽을 집중 공략하는 일본 투수들의 투구패턴을 읽고 충분히 공략하고 있다는 뜻이다. 밀어치기 홈런은 타격감에 물이 올랐을 때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낮은 볼과 체인지업에 대한 대처도 좋아져 힘으로 걷어올려친 것도 2개나 된다.

삼진은 어떨까. 홈런 타자들은 대개 삼진아웃이 많다. 크게 치기 때문. 하지만 이대호는 47경기에서 29개로 적은 편이다. 한마디로 제구력과 변화구가 좋은 일본 투수에 대한 적응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이대호의 앞날은 어떨까. 5월의 성적이 좋긴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가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대호의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프로야구 전문가들은 이대호의 5월 성적이 인터리그 덕분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일본은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가 맞붙는 교류전을 펼친다. 최근 성적은 이대호에 대해 잘 모르는 센트럴리그 팀과의 경기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소속리그로 돌아가면 성적이 지금같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 이대호 이전에 일본 야구를 밟고 간 선배들의 그래프를 감안하면 이대호의 앞날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태균이 실패했고 이승엽이 결국 용도폐기된 전례가 적잖은 부담거리다. 과도한 몸무게로 인한 고질적인 발목 무릎 부상 재발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근 감량해 허리스윙 속도가 빨라졌다고 하지만 그의 거구(194㎝)는 부상의 제1 위험요소인 게 사실이다.

초반 부진에 이대호는 너무 비싼 몸값을 줬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편안한 국내 야구를 뒤로 하고 외국 야구에 뛰어든 ‘부산 갈매기’ 이대호. ‘신이 보낸 용병’이라는 최근 일본 언론들의 칭찬이 시즌 내내 이어지길 국내팬들은 응원하고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