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로 시간 절약하고 실용음악에 올인"
김지희 양(21)은 2011학년도 정시전형을 통해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합격했다. 김양은 어릴 때부터 특별한 재능이나 음악 소양을 타고난 천재는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일곱 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치긴 했으나 단순한 취미 수준에 불과했다는 게 김양의 설명이다. 그런 김양이 어떻게 실용음악에서 길을 찾았고 준비했는지 알아보자.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찾아라
김양이 실용음악으로 진로를 결정한 것은 고교 2학년 때였다. 비교적 늦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김양은 “인생을 바꾸는 변화는 때로는 천천히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김양은 자신의 대학 진로가 음악과 관련될 것이라고 짐작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한국의 여자 아이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우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피아니스트나 음악가가 되려고 배운 게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교양과 취미로 배우게 한 것이죠. 조금 열심히 배운 정도지만 음악으로 대학을 가리라고는 전혀…”
피아노를 조금 잘 치는 정도였던 김양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고교 1학년 때였다. 김양은 1년 동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고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경험이 한 줄기 빛처럼 김양을 음악으로 이끌었다.
어느 날 김양이 다니던 미국의 고등학교 음악반에 피아노 연주자가 필요했다. 미국에선 음악 수업이 주로 연주 등 실기로 이뤄져 웬만한 학생들은 모두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는 학생이라곤 김양이 유일했다. 그 흔한 피아노 연주자가 한 명도 없다는 데 김양은 묘한 ‘팔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유일한 피아노 연주자인 김양이 음악수업 시간에 반주를 맡게 되면서부터 낯선 유학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미국 고교에 유학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텃새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김양은 피아노 연주실력 덕분에 친구들은 선생님과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 바로 이때가 한국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싹텄다고. 이러한 작은 열정은 또다시 찾아온 기회로 인해 불꽃으로 커나갔다. 음악 선생님의 추천으로 참가하게 된 미국 캔자스주 피아노 대회가 바로 그것.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던 대회에서 김양은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김양은 취미로 시작한 음악으로 놀라운 성과를 얻게 되자 자신의 재능과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피아노 연주가 그 전까지는 그냥 취미 생활이었는데,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고 학교에서 인정을 받게 되니 자신감이 붙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그 과정이 매우 즐거웠었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뜻 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아
하지만 김양이 하루 아침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양의 실력은 자신도 모르게 붙어 나간 점을 기억한다. 김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회 반주자로 활동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친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떨렸지만 김양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주 교회 무대에서 연주했다. 특유의 대범함과 순발력은 이때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혼자서 취미로 칠 때랑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치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달라요. 또 예배 방식에 맞추어 연주 스타일을 조금씩 바꿀 수 있는 순발력도 많이 늘었죠.”
뿐만 아니라 김양은 교회 반주가 끝나면 교회 친구들과 밴드활동까지 했다. 비록 정식 밴드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여러 곡을 연주하거나 연습했다. 실용음악을 선택한 것도 이때 연습한 가요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처럼 김양은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취미 이상의 음악적 경험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이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마친 김양은 음악대학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늦은 시기에 중요한 결정은 내린 김 양은 한국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늦게 시작한 만큼 음악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판단에서였다. 김양은 검정고시를 독학으로 준비하는 한편 대학 입시를 위해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실용음악학원에서도 역시 김양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실전 경험이었다. 결국 대학입시는 실기시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김양은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발표회를 위해서 학원 수업 시간뿐 아니라 매일 한두 시간씩 따로 연습하기도 했다. 김 양은 실용음악학원의 장점이 실전에 가까운 연습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실기 시험에 대비했다.
“음악 분야는 학원 수업 비중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사실 연주를 배운다는 점도 있지만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함께 모인 곳에서 합주와, 경쟁을 통해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제로 연주하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실전에서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김양은 정시와 수시를 모두 지원한 경험이 있는데 대부분의 음악계열은 두 전형의 차이점이 크게 없다고 한다. 두 전형의 공통점은 바로 실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실기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결국 실기를 위해서는 자신감과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유곡을 한 곡 준비해서 들어가기는 했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교수님들께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주문하시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했었습니다. 하지만 학원에서의 커리큘럼 외에 스스로 실전 위주의 준비를 했기 때문인지 막상 연주를 시작하자 그다지 많은 긴장을 하지 않아서 저 스스로도 놀라웠던 게 기억나네요.” 김 양은 취미가 어떤 계기를 만나 대학 진로로 이어진 학생이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후배들에게 주는 한마디 >>
- 진로가 확실하지 않다고 조급할 필요 없다.
- 가장 좋아하는 것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 공부만이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
김지희 양(21)은 2011학년도 정시전형을 통해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합격했다. 김양은 어릴 때부터 특별한 재능이나 음악 소양을 타고난 천재는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일곱 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치긴 했으나 단순한 취미 수준에 불과했다는 게 김양의 설명이다. 그런 김양이 어떻게 실용음악에서 길을 찾았고 준비했는지 알아보자.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찾아라
김양이 실용음악으로 진로를 결정한 것은 고교 2학년 때였다. 비교적 늦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김양은 “인생을 바꾸는 변화는 때로는 천천히 이루어지기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김양은 자신의 대학 진로가 음악과 관련될 것이라고 짐작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한국의 여자 아이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배우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피아니스트나 음악가가 되려고 배운 게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교양과 취미로 배우게 한 것이죠. 조금 열심히 배운 정도지만 음악으로 대학을 가리라고는 전혀…”
피아노를 조금 잘 치는 정도였던 김양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고교 1학년 때였다. 김양은 1년 동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떠났고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경험이 한 줄기 빛처럼 김양을 음악으로 이끌었다.
어느 날 김양이 다니던 미국의 고등학교 음악반에 피아노 연주자가 필요했다. 미국에선 음악 수업이 주로 연주 등 실기로 이뤄져 웬만한 학생들은 모두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는 학생이라곤 김양이 유일했다. 그 흔한 피아노 연주자가 한 명도 없다는 데 김양은 묘한 ‘팔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유일한 피아노 연주자인 김양이 음악수업 시간에 반주를 맡게 되면서부터 낯선 유학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미국 고교에 유학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텃새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김양은 피아노 연주실력 덕분에 친구들은 선생님과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 바로 이때가 한국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싹텄다고. 이러한 작은 열정은 또다시 찾아온 기회로 인해 불꽃으로 커나갔다. 음악 선생님의 추천으로 참가하게 된 미국 캔자스주 피아노 대회가 바로 그것.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 않았던 대회에서 김양은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김양은 취미로 시작한 음악으로 놀라운 성과를 얻게 되자 자신의 재능과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피아노 연주가 그 전까지는 그냥 취미 생활이었는데,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나타나고 학교에서 인정을 받게 되니 자신감이 붙었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음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그 과정이 매우 즐거웠었다는 점입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뜻 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아
하지만 김양이 하루 아침에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양의 실력은 자신도 모르게 붙어 나간 점을 기억한다. 김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회 반주자로 활동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친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떨렸지만 김양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주 교회 무대에서 연주했다. 특유의 대범함과 순발력은 이때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고.
‘혼자서 취미로 칠 때랑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치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달라요. 또 예배 방식에 맞추어 연주 스타일을 조금씩 바꿀 수 있는 순발력도 많이 늘었죠.”
뿐만 아니라 김양은 교회 반주가 끝나면 교회 친구들과 밴드활동까지 했다. 비록 정식 밴드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여러 곡을 연주하거나 연습했다. 실용음악을 선택한 것도 이때 연습한 가요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처럼 김양은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취미 이상의 음악적 경험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이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마친 김양은 음악대학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늦은 시기에 중요한 결정은 내린 김 양은 한국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늦게 시작한 만큼 음악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판단에서였다. 김양은 검정고시를 독학으로 준비하는 한편 대학 입시를 위해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실용음악학원에서도 역시 김양이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실전 경험이었다. 결국 대학입시는 실기시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김양은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발표회를 위해서 학원 수업 시간뿐 아니라 매일 한두 시간씩 따로 연습하기도 했다. 김 양은 실용음악학원의 장점이 실전에 가까운 연습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실기 시험에 대비했다.
“음악 분야는 학원 수업 비중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사실 연주를 배운다는 점도 있지만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함께 모인 곳에서 합주와, 경쟁을 통해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제로 연주하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실전에서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김양은 정시와 수시를 모두 지원한 경험이 있는데 대부분의 음악계열은 두 전형의 차이점이 크게 없다고 한다. 두 전형의 공통점은 바로 실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실기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결국 실기를 위해서는 자신감과 순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유곡을 한 곡 준비해서 들어가기는 했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교수님들께서 이것저것 다양하게 주문하시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했었습니다. 하지만 학원에서의 커리큘럼 외에 스스로 실전 위주의 준비를 했기 때문인지 막상 연주를 시작하자 그다지 많은 긴장을 하지 않아서 저 스스로도 놀라웠던 게 기억나네요.” 김 양은 취미가 어떤 계기를 만나 대학 진로로 이어진 학생이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후배들에게 주는 한마디 >>
- 진로가 확실하지 않다고 조급할 필요 없다.
- 가장 좋아하는 것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 공부만이 유일한 기준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