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던 흥미를 찾았고 거기에 푹 빠졌어요"

심현보 군(21)은 2011학년도 연세대 수시전형에 합격, 기계공학도의 길을 걷고 있다. 심군의 입시 키워드는 ‘흥미에 미친 나’다. 자신의 흥미를 끈질기게 가꿔가면서 공부와 연결한 결과가 원하는 학과 입학으로 연결됐다는 얘기다.“흥미는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들어 나가는 거예요”라는 심군의 말에서 그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과학이 좋았어요

[나는 이렇게 대학 갔다] (7) 심현보 연세대 기계공학과 2년
심군은 이른바 과학 마니아다. 중학교 때부터 직접 참여한 과학 관련 활동이 수십 가지나 된다. 남다른 과학 사랑이 처음부터 뜨거웠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만들기 활동을 좋아하긴 했으나 다른 아이들처럼 그저 평범했다. 심군이 변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참가하게 된 발명 영재단 활동이 단순한 흥미 수준을 넘어서게 했다.

물론 과학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초기 고민단계를 벗어나자 과학에 대한 ‘어렵다’는 선입견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발명 영재단은 어려운 과정 중 하나였다. 과학 지식과 관련된 도구를 학습하고, 과학적 논리와 현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발명의 기초가 되는 과학적인 사고법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과학에 대한 체계적인 생각이 없었던 심군에게 어려웠던 것은 당연. 심군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기를 가지고 열심히 참여했다. 그 결과 심군은 발명 영재단에서 지원하는 해외 탐방 프로그램에 선발돼 중국과 일본의 과학연구소와 박물관 등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 때 과학에 뜨거운 무엇인가를 느꼈던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으로 진로 구체화

중학교 때부터 과학이라는 흥미를 찾고, 진로 방향을 과학으로 찾은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넓고 다양한 분야 중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영역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많은 고민 끝에 심군이 생각한 해결책은 다양한 경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었다.고등학교 때부터 심군은 과학과 관련된 활동이라면 무엇이든 참여했다.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때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 발명반 활동은 물론 지질탐사 현장탐구, 자연탐구 캠프, 천체사진 촬영반 등으로 행동반경을 넓혔다. 고교 때 다양한 과학 분야를 확실하게 체험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고교 1학년 때 참가한 교내 모형항공기 대회는 기계공학도로의 진로 결정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체계적으로 모형항공기 설계 등을 배운 적 없었던 심군이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닦아온 과학 실력을 토대로 차근차근 준비해 갔다.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심군은 특유의 인내와 오기로 과정을 치러냈다. 최선을 다해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마침내 대회에서 고교 1학년생 중 유일하게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 경험이 있거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체계적으로 학습한 학생들이 출전하는 대회여서 수상할 줄은 몰랐어요. 비록 장려상이었지만 저는 누구보다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됐습니다. 동력 분야에 대한 제 관심이 커지게 된 계기도 됐고요.”

#과학경시대회 꾸준히 참가

심군의 다양한 과학 체험은 과학 경시대회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고교 2학년과 3학년 2년 동안 교내 과학경시대회에서 연속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심군은 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않는다. 실제로 특정 과학주제에 대해서 논리와 이론을 통해 서술하는 논술 문제풀이에서도 그동안의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책을 통해서만 습득한 것이 아니라 실제 관찰과 실험을 통해 익혔던 경험이 훨씬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심군의 경시대회 2관왕에는 또한 가지의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바로 신문 스크랩이었다. “과학에 관해서라면 자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죠. 특히 3학년 때는 디펜딩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일 최신 과학 트렌드를 분석하는 신문 스크랩을 했었어요.”

#경험은 면접서 힘을 발휘한다

심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입학사정관제 전형이나 수시 전형을 염두하고 있었다. 과학에 대한 열정이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거쳐 기계공학이라는 분야로 구체화시킨 자신의 스토리가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

심군의 포트폴리오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봉사활동이었다. 정부에서 주최하는 과학박람회의 자원봉사 진행요원으로 참가했다. 이처럼 심군의 포트폴리오는 한순간도 과학을 놓치는 부분이 없었다.

심군의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는 심군의 ‘스펙’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포트폴리오의 진짜 힘은 면접에서 발휘됐다. 심군이 5년에 걸쳐 쌓은 경험은 다양한 각도에서 현상을 분석하는 열린 시각을 키워줬다. “논술이나 면접을 볼 때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심군은 말한다. 논술은 정확한 지식보다는 학생의 창의적인 시각과 논리적인 접근법을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면접에서 제가 받는 질문은 ‘마찰력이 없는 얼음 호수 가운데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였습니다. 저는 작용 반작용의 원리로 설명했어요. 그런데 입학 후 동기들과 면접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동기들의 대답이 다 제각각이더라고요. 결국 정답을 맞춰야 합격이 아니라 얼마나 과학적으로 사고했는가가 중요했던 것이죠.”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 후배들에게 주는 한마디 >>

스펙만을 쌓지 말고 흥미를 갖고 즐겨라.
직접 몸으로 부딪혀라. 직접 경험하고 판단하라.
다양한 활동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 분야를 깊게 생각하라.
과학이 좋다면 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할 수 있고,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