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골드러시’가 시작되고 있다. 셰일가스(shale gas) 얘기다. 최근 외신들은 ‘셰일가스’가 미래 에너지는 물론 산업 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다. 전통적인 가스는 셰일층에서 생성된 뒤 암석의 가스 투과도에 따라 오랜 세월 동안 지표면 방향으로 올라온다. 그러나 셰일가스는 셰일층 위에 대리석 등 가스가 통과하기 어려운 암석층이 있어 셰일층에 머물러 있는 가스다. 셰일가스가 부각된 것은 시추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지난 1월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연두교서에서 “미국은 백년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스 자원, 즉 셰일가스를 가지고 있다”며 “셰일가스를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셰일가스를 핵심적인 미래 에너지 산업으로 개발해 2020년까지 미국에서만 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셰일가스의 개발로 ‘가스 황금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Global Issue] 셰일가스를 주목하라…'가스 황금시대' 예고

#퇴적암 셰일층에 엄청난 매장량


왜 셰일가스가 주목받을까. 첫째, 매장량이 많다. IEA에 따르면 셰일가스 매장량은 현재 확인된 것만 187조4000억㎥로 전 세계가 향후 59년간 사용 가능한 양이다. 이 정도 양은 전통가스나 석유의 확인 매장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의 확인 매장량은 러시아 및 중동을 제외한 31개국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잠재 매장량은 앞으로 200년간 사용이 가능한 635조㎥로 추정된다.

또 전통 가스는 특정 지역에 집중 매장돼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은 중동 41%, 러시아 24%, 북아프리카 4%, 베네수엘라 3% 등 특정 지역에 72%가 몰려 있다. 반면 셰일가스는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한다. 이는 ‘에너지 안보’라는 차원에서 매력적이다. 에너지 수요가 높은 중국과 미국의 매장량이 전 세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대생산국 美 주도… 中도 관심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의 선도 국가이자 최대 생산국이다. 미국은 쉘 등 석유 메이저들이 개발에 참여한 뒤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IEA에 따르면 2010년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국내 천연가스 생산량 중 24.1%(4억8000만㎥) 정도로 폭증했다.

36조㎥로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인 중국 역시 관심이 크다. 중국은 2010년 이후 에너지 소비량이 미국을 추월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에 셰일가스 개발을 포함하는 등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매장량이 풍부한 셰일가스를 개발해 환경오염이 큰 석탄(소비 비중 70.2%)을 대체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국영기업인 시노펙은 22억달러를 들여 2012년 수압 파쇄 기술 회사인 프랙테크의 지분 30% 인수를 추진 중이다.

천연가스 소비 비중이 높은 유럽 역시 셰일가스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유럽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16조㎥ 정도다. 엑슨모빌 등 메이저 업체를 중심으로 셰일가스 개발에 착수했다. 유럽의 에너지 소비 중 천연가스 소비 비중이 24%로 높고 천연가스 소비량의 3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JP모건의 전망에 따르면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면 2015년 300억㎥의 셰일가스를 생산하고, 2020년 1200억㎥ 이상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에너지시장 판도 바뀌나


셰일가스는 이미 세계 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은 셰일가스의 개발로 2008년 1MMBtu(영국 열량 단위)당 8.9달러에서 2012년 1월 2.4달러로 떨어졌다. 미국 에너지국은 그간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출을 금지해 왔지만 2011년 40년 만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계획을 승인했다. 미국이 순수출국으로 전환되면 세계 천연가스 가격은 장기적으로 안정되는 저가격 가스 시대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석유화학 산업과 발전 산업에서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는 석유에서 분리한 나프타 중심에서 가스 원료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은 해외 가스전 지분 참여에 나서고 있다. 또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가스 수요에 따라 운송선 물량도 늘어날 수 있다.

물론 셰일가스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 많은 건 사실이다. 셰일가스 매장량 추정치가 크게 과장돼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셰일가스 생산 과정에서 환경오염의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남윤선 한국경제신문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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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샌드· 초중질유… '비전통 에너지' 관심 커진다

[Global Issue] 셰일가스를 주목하라…'가스 황금시대' 예고
셰일가스와 함께 기존 화석연료 채굴 방식으로는 채굴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기술 개발로 채굴되고 있는 자원, 즉 ‘비전통 에너지 자원’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분류에 따르면 비전통 에너지는 크게 비전통 가스와 비전통 석유로 나뉜다. 유전이나 가스전에 농축돼 있는 전통 가스와 달리 비전통 가스는 지층의 미세한 층에 넓게 퍼져 있다. 전통 가스와 비전통 가스는 개발 방식이 다를 뿐 화학적 성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비전통 가스는 매장된 지층의 종류에 따라 구분된다. 타이트 샌드 가스(tight sands gas)는 경질 암반층인 사암층에 함유된 가스다. 탄층 메탄가스(coalbed methane)는 석탄층이 형성되면서 석탄에 흡착된 메탄가스다. 마지막으로 가스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s)는 영구 동토나 심해저의 저온과 고압 상태에서 천연가스가 물과 결합해 생긴 고체 에너지원이다.

비전통 석유는 오일샌드·초중질유·셰일오일 등으로 구분된다. 오일샌드(oil sands)는 원유를 함유한 모래 또는 사암으로, 아스팔트와 같은 중질유가 10% 이상 함유돼 있다. 초중질유(extra heavy oil)는 타르와 같이 점성이 강한 원유로 물보다 무거운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발전용 연료로 사용된다. 셰일오일(shale oil)은 원유 성분 물질인 케로겐(Kerogen)을 함유한 퇴적암에서 추출하는 석유다. 비전통 석유에는 가스액화연료·석탄액화연료가 포함되기도 한다. 가스액화연료(Gas to Liquids)는 천연가스를 화학적·물리적으로 가공해 상온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만든 액체 상태의 석유다. 석탄액화연료(Coal to Liquids)는 석탄에 촉매를 사용해 직접 원유 성분을 추출하거나 석탄의 가스화와 화학반응을 통해 만든 액체 상태의 석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