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불패'저자 유재원이 전하는 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사당오락(四當五落)! 대입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얘기다. 한술 더 떠서 삼당사락(三當四落), 즉 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돈다. 공부해야 할 양은 많고, 경쟁은 치열하고, 시험을 보기까지의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잠을 줄이지 않고서는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다른 서울대생들도 대부분 사당오락, 삼당사락이 불변의 진리였다면 모두들 서울대 문턱도 밟지 못했을 것이다. 대부분 공부 때문에 잠을 줄이지는 못했던 잠꾸러기들이었으니까.

[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6) 공부 시간은 줄여도 잠자는 시간은 줄이지 마라

#잠이 충분해야 똑똑해진다

인간의 뇌는 크게 뇌간, 변연계, 두뇌피질로 구분된다. 뇌간은 호흡, 혈압조절, 심장박동 등 생명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뇌이고, 변연계는 주로 감정을 다스리고 기억을 주관하는 역할을 하는 뇌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뇌는 두뇌피질 중에서도 ‘전두엽’이다. 그래서 전두엽을 ‘이성의 뇌’ 혹은 ‘생각의 뇌’라고 말하기도 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세 종류의 뇌 중에서도 전두엽이 잘 발달해야 한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두엽은 아이가 말과 글을 배울 무렵부터 발달하다가 초등학교 4, 5학년쯤 어느 정도 완성된 이후, 중고등학생 때 대대적인 확장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물론 전두엽이 1차적으로 완성되는 4, 5학년 때도 초등학교 수준의 공부를 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4, 5학년 수준의 전두엽으로 중고등학교 공부를 소화하기란 불가능하다. 공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공간도 더 넓히고,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청소년기인 중고등학교 때 대대적인 리모델링, 확장공사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두엽 확장공사는 대부분 잠을 자는 동안 진행된다는 데 있다. 잠을 잘 자야 확장공사가 무리 없이 성공적으로 잘 끝난다. 공부를 한다고 잠을 무리하게 줄이면 오히려 전두엽 확장공사가 부실해져 공부를 하고 싶어도 판단능력과 사고능력이 떨어져 잘할 수 없다.

이 연구 결과를 처음 접했을 때 비로소 나는 왜 하필이면 한창 공부해야 할 중고등학교 시절에 그토록 잠이 많이 쏟아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등학교 때도 7시간 이상씩 잘 잤기 때문에 서울대에 입학한 후에도 사법고시를 비롯한 각종 어려운 시험에도 척척 붙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했다면 전두엽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고등학교 공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은 어려운 공부들을 소화하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휴식도 공부다


잠을 잘 자야 하는 이유는 전두엽 확장공사 때문만은 아니다. 잠이 부족하면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은 남녀 군인 49명을 대상으로 잠이 부족했을 때 전두엽의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험했다. 연구그룹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이틀간 정상적으로 잠을 자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밤을 새게 한 후 정보를 통합하고 범주화하는 일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잠을 잘 잔 그룹은 전날 저녁보다 정확도가 4.3% 증가한 반면 밤을 샌 그룹은 2.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부족이 전두엽 기능을 떨어뜨려 상황판단이 느려지고 업무처리도 융통성 있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결과 입증된 셈이다.

또한 수면부족은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잠을 자지 않고 공부를 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는 늘 잠도 거의 자지 않고 공부만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성적이 오를 수가 없다. 잠이 부족해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로 공부를 하니 아무리 책을 들여다봐도 머리에 잘 들어가지가 않는 것이다.

[명문대 가는 공부의 법칙] (6) 공부 시간은 줄여도 잠자는 시간은 줄이지 마라
공부를 잘 하려면 전두엽이 충분히 휴식을 취해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전두엽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청소년기에는 하루 평균 9시간15분은 자야 뇌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잠이 중요해도 현실적으로 하루에 9시간15분을 자기는 어렵다. 설문조사에서도 약 10%만이 9시간15분에 근접한 8~9시간을 잤다고 대답했을 뿐이다.

중학생이라면 조금 여유가 있다. 가능하면 최소 8시간은 잠을 자고, 고등학생도 최소 6~7시간 이상은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잠 잘 시간을 줄여 공부할 시간을 늘릴 것이 아니라 우선 최소한의 수면 시간부터 확보하고 공부할 계획을 짜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단 1시간을 공부하더라도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잠을 잘 자면서 공부를 해야 효과도 좋다. 설문조사 결과가 충분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