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레버리징과 이자상환비율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계의 이자상환비율이 작년 4분기 2.83%까지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4월23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위험수위 넘어선 가계 빚…경제위기 몰고 올 수도
☞21세기 들어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8년 여름까지가 레버리징(leveraging)의 시대였다면 2008년 가을 이후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의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라는 뜻으로, 금융용어로 사용될 때는 남에게 돈을 빌리는 차입을 의미한다.

빚을 지렛대로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레버리지는 경기가 호황일 때 효과적인 투자법이다.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수익성이 좋은 곳에 투자하면 보다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아파트를 1억원에 사 1년 만에 1억2000만원에 팔았다. 이때 자기 돈 1억원을 들여 아파트를 매매했다면 수익률은 연 20%다.

반면 자기 돈 8000만원에 은행 대출 2000만원을 연 5%의 조건으로 빌려 1억원을 투자했다면 수익금 2000만원에서 은행에 지급한 이자 100만원을 뺀 1900만원이 순수익이다. 따라서 자기돈 8000만원을 투자해 얻은 수익률은 약 24%다. 자기 돈 1억원 투자했을 땐 수익률이 20%였던 게 24%로 높아지는 것이다. 이를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레버리징의 시대는 이처럼 차입에 의한 투자가 성행하던 때를 말한다.

하지만 빚은 양날의 칼날이기도 하다. 경기가 좋을 때는 빚을 내서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경기가 나쁠 경우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빚이 과도하게 많을 경우 기업은 차입금을 갚아 부채를 축소하려 하고, 가계도 은행 빚을 갚으려 하게 된다. 이게 바로 디레버리징이다. 완만한 디레버리징은 경제를 건전하게 만들지만 급격한 디레버리징은 경제 전체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쳐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 급락 불안감을 키우고 신용경색을 초래하기도 한다. 실질금리가 뛰고 경제주체들의 부채 부담을 늘려 수요가 극도로 침체되는 디플레이션과 부채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디레버리징은 요즘 세계적인 현상이다. 각국 정부는 물론 기업이나 은행, 가계 할 것 없이 빚 줄이기가 화두다. 대형 자산운용사인 핌코(PIMCO)의 CEO(최고경영자) 엘 에리언은 이를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일상)’로 부르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라는 보고서를 낸 것은 국내에서도 빚이 과도하게 불어나 위험 수위에 접근했다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가계의 빚은 작년 말 현재 921조9000억원에 달한다. 2005년 말 522조원에서 6년 만에 400조원 늘었다. 가계부채에는 집을 사면서 빌린 돈과 신용대출 등이 포함돼 있다. 가계가 벌어들인 수입에서 세금 등을 제외하고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5%로 세계 3위 수준이다. 가처분소득에서 이자를 갚은 데 사용한 돈의 비율(이자상환비율)은 2.83%다. 이자상환비율은 2009년 3분기 2.51%로 2%대 중반을 넘어선 후 작년 4분기 2.83%까지 높아졌다. 통상 이자상환비율이 2.51%를 넘으면 가계에 부담이 되고 소비를 위축시킨다.

소비 위축은 경기를 침체시키고 경기 침체는 일자리를 줄여 가계 소득을 축소시켜 다시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의 이자 부담만 연간 60조원으로 추산된다”며 “금리가 올라 대출 원리금 부담이 커질 경우 가계로선 소비를 더 줄어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계뿐 아니라 정부 부채(국가 채무)도 경제의 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부채는 작년 말 현재 420조70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34.0% 수준이다. 부채비율 자체는 세계 주요국보다 낮은 편이지만 문제는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은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30년께 10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화로 인해 공공의료보험과 같은 사회보장과 공적연금 지출이 급증하고 정치권의 복지 공약으로 복지에 투입되는 세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선진국의 경우 부채비율이 90%, 개발도상국은 40~60%를 넘으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간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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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와 정부 부채는 한국 경제의 큰 짐이다. ‘외환위기 해결사’로 불리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최근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가계부채로 인해 외환위기 때 못지않게 심각한 재앙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이라도 단기 위주인 주택담보대출을 중장기로 바꿔주는 등 정부와 금융권이 가계대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정치권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재정 능력 범위 내에서 도와주는 복지로 정책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리스 스페인 등 나라살림이 거덜난 유럽 재정위기국의 현재 모습은 가계든 나라든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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