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총선 뚜껑 열어보니…
새누리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거뒀다. 새누리당은 영남과 강원을 휩쓸고 충청권에서 승리하며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깨고 과반의석을 넘겼다. 독자적으로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위상이다. 하지만 서울·수도권에선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압승해 향후 연말 대통령 선거에 비상이 걸렸다. 막말파문을 일으킨 나꼼수 김용민의 사퇴 거부와 한·미 FTA와 관련한 야당의 말바꾸기가 중산층 부동표를 새누리당으로 가게 했다는 분석이다.
# 민주, 서울·경기 탈환
민주당은 246곳 전체 지역구 중 112석에 달하는 서울과 수도권을 탈환했다. 48석이 걸려 있는 서울에서 민주당은 30석을 확보, 압도적 다수당이 됐다. MB 바람과 뉴타운사업 기대로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40곳을 휩쓸었던 새누리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낮은 의석수인 16석에 그쳤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 지고 ‘강남벨트’와 일부 강북지역에서만 간간이 깃발을 지켰을 뿐이다.
경기에서도 민주당이 이겼다. 52석 중 29석을 차지했고, 새누리당은 33석에서 21석으로 주저앉았다. 12석이 걸린 인천은 새누리·민주당이 절반씩 나눠 가졌으나 18대엔 9석이 새누리당 의석인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세력이 넓어졌다.
이는 서울시민과 수도권 시민들이 ‘MB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종합편성채널 선정 과정의 특혜를 비롯해 민간인 불법 사찰, 4대강 사업, 중앙선관위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청와대 내곡동 사저 매입 등 비리와 의혹 등으로 얼룩진 현 정권에 등을 돌린 것이란 분석이다.
# 지역구도는 여전했다
영남에서의 전체 성적은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울산 6곳과 TK(대구·경북) 27곳은 전부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경남 16곳 가운데 민주당에 김해갑, 통합진보당에 거제를 내줬다. ‘문재인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 부산 18곳 중 민주당은 2곳만 차지했다. 낙동강벨트는 물론 영남권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호남에서도 민주당이 전북 11곳 중 9곳, 광주 8곳 중 6곳, 전남 11곳 중 10곳을 차지했다. 제주 3곳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 의미가 있다면 공고하던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여기던 PK에 균열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부산 사상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됐고,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은 3선에 성공했다. 의석은 두 곳에 그쳤지만,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40% 이상인 지역구도 속출했다. 부산은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도 30%의 지지율을 허락하지 않은 곳이다.
# 새누리, 강원·충청 선전
여야의 영호남 텃밭과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충청·강원권을 새누리당이 가져간 게 1당으로 올라선 결과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과 달리 박근혜 위원장의 위력이 미쳤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은 ‘여도(與都)’로 돌아선 강원 9곳을 전부 가져가면서 지도상으론 동쪽을 모두 차지하는 모양새가 됐고, 충북 8곳 중 5곳을 이겨 중원까지 차지했다. 충남 10곳 중 4개를 이겼고, 대전에서도 절반인 3석을 확보했다. 반면 18대 14석으로 충청권 최대 의석을 유지했던 자유선진당은 충남 3곳만 차지하며 제3당의 자리도 통합진보당에 내주게 됐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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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이겼어도 '무상복지 시리즈' 이어질듯
새로 출범하는 19대 국회 화두는…
19대 국회의 최대 화두는 복지다. 여야 모두 어떤 형태로든 복지 확대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춤형복지를 내건 여당이 총선에서 단독과반을 지킴으로써 야권의 보편적·무상복지는 입법과정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과도한 복지비 지출이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보육은 무상이 대세
무상보육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당장 내년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0~5세 아동에 대해서는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월 17만7700~39만4000원의 보육료가 지원된다.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으면 월 10만~2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같은 공약을 내걸어 국회 통과가 확실시된다. 당초 정부는 만 0~2세와 5세는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되 3~4세는 소득하위 70% 계층에만 보육료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도 여야 합의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도서지역 등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의무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무상보육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보편적 보육 재원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무상급식·무상의료는 논란
야권이 무상보육과 함께 보편적 복지의 핵심으로 추진해온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는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초·중등학교 전면 무상급식과 함께 연간 입원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소득에 따라 100만~200만원으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는 200만~400만원이 상한이다.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은 한발 더 나아가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입원치료와 통원치료를 따지지 않고 모든 병원비 본인부담액을 최대 100만원으로 못박겠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을 공약에서 뺐다. 무상의료도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핵심의료 공약으로 제시했다. 본인부담 상환제에 대해서는 “적정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인하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재정 고려한 복지 필요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지 재원 확보가 필수다. 이번 총선 결과는 유권자들이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에 손을 들어준 측면이 있다. 복지 공약 실현에 소요되는 비용은 새누리당이 5년간 연간 15조원 수준인 반면 민주당은 5년간 연간 32조원으로 두 배 이상 많다.
기획재정부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복지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향후 5년간 매년 53조6000억원씩 총 268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복지 예산 대비 58%씩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복지 공약 이행 과정에서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hohoboy@hankyung.com
새누리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거뒀다. 새누리당은 영남과 강원을 휩쓸고 충청권에서 승리하며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깨고 과반의석을 넘겼다. 독자적으로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위상이다. 하지만 서울·수도권에선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압승해 향후 연말 대통령 선거에 비상이 걸렸다. 막말파문을 일으킨 나꼼수 김용민의 사퇴 거부와 한·미 FTA와 관련한 야당의 말바꾸기가 중산층 부동표를 새누리당으로 가게 했다는 분석이다.
# 민주, 서울·경기 탈환
민주당은 246곳 전체 지역구 중 112석에 달하는 서울과 수도권을 탈환했다. 48석이 걸려 있는 서울에서 민주당은 30석을 확보, 압도적 다수당이 됐다. MB 바람과 뉴타운사업 기대로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40곳을 휩쓸었던 새누리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낮은 의석수인 16석에 그쳤다. ‘정치1번지’ 종로에서 지고 ‘강남벨트’와 일부 강북지역에서만 간간이 깃발을 지켰을 뿐이다.
경기에서도 민주당이 이겼다. 52석 중 29석을 차지했고, 새누리당은 33석에서 21석으로 주저앉았다. 12석이 걸린 인천은 새누리·민주당이 절반씩 나눠 가졌으나 18대엔 9석이 새누리당 의석인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세력이 넓어졌다.
이는 서울시민과 수도권 시민들이 ‘MB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종합편성채널 선정 과정의 특혜를 비롯해 민간인 불법 사찰, 4대강 사업, 중앙선관위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청와대 내곡동 사저 매입 등 비리와 의혹 등으로 얼룩진 현 정권에 등을 돌린 것이란 분석이다.
# 지역구도는 여전했다
영남에서의 전체 성적은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울산 6곳과 TK(대구·경북) 27곳은 전부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경남 16곳 가운데 민주당에 김해갑, 통합진보당에 거제를 내줬다. ‘문재인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 부산 18곳 중 민주당은 2곳만 차지했다. 낙동강벨트는 물론 영남권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호남에서도 민주당이 전북 11곳 중 9곳, 광주 8곳 중 6곳, 전남 11곳 중 10곳을 차지했다. 제주 3곳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다. 의미가 있다면 공고하던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여기던 PK에 균열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부산 사상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됐고,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은 3선에 성공했다. 의석은 두 곳에 그쳤지만,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40% 이상인 지역구도 속출했다. 부산은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도 30%의 지지율을 허락하지 않은 곳이다.
# 새누리, 강원·충청 선전
여야의 영호남 텃밭과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충청·강원권을 새누리당이 가져간 게 1당으로 올라선 결과로 나타났다. 서울·수도권과 달리 박근혜 위원장의 위력이 미쳤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은 ‘여도(與都)’로 돌아선 강원 9곳을 전부 가져가면서 지도상으론 동쪽을 모두 차지하는 모양새가 됐고, 충북 8곳 중 5곳을 이겨 중원까지 차지했다. 충남 10곳 중 4개를 이겼고, 대전에서도 절반인 3석을 확보했다. 반면 18대 14석으로 충청권 최대 의석을 유지했던 자유선진당은 충남 3곳만 차지하며 제3당의 자리도 통합진보당에 내주게 됐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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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이겼어도 '무상복지 시리즈' 이어질듯
새로 출범하는 19대 국회 화두는…
19대 국회의 최대 화두는 복지다. 여야 모두 어떤 형태로든 복지 확대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춤형복지를 내건 여당이 총선에서 단독과반을 지킴으로써 야권의 보편적·무상복지는 입법과정에서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과도한 복지비 지출이 재정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보육은 무상이 대세
무상보육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당장 내년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0~5세 아동에 대해서는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월 17만7700~39만4000원의 보육료가 지원된다. 보육시설에 다니지 않으면 월 10만~2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같은 공약을 내걸어 국회 통과가 확실시된다. 당초 정부는 만 0~2세와 5세는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되 3~4세는 소득하위 70% 계층에만 보육료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도 여야 합의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도서지역 등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고교 무상의무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무상보육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보편적 보육 재원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무상급식·무상의료는 논란
야권이 무상보육과 함께 보편적 복지의 핵심으로 추진해온 무상급식과 무상의료는 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초·중등학교 전면 무상급식과 함께 연간 입원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소득에 따라 100만~200만원으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는 200만~400만원이 상한이다. 야권연대의 한 축인 통합진보당은 한발 더 나아가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입원치료와 통원치료를 따지지 않고 모든 병원비 본인부담액을 최대 100만원으로 못박겠다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무상급식을 공약에서 뺐다. 무상의료도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핵심의료 공약으로 제시했다. 본인부담 상환제에 대해서는 “적정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인하 수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재정 고려한 복지 필요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복지 재원 확보가 필수다. 이번 총선 결과는 유권자들이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복지’에 손을 들어준 측면이 있다. 복지 공약 실현에 소요되는 비용은 새누리당이 5년간 연간 15조원 수준인 반면 민주당은 5년간 연간 32조원으로 두 배 이상 많다.
기획재정부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복지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향후 5년간 매년 53조6000억원씩 총 268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복지 예산 대비 58%씩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복지 공약 이행 과정에서 재원 마련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치권의 갈등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주용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