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는 愛國’…내는 만큼 존경받아야

[Cover Story] '복지 천국' 외치는 정치권… 누구 세금으로 ?
복지천국은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공짜로 주어지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그런 세상이 반드시 천국일지도 의문이다. 공짜는 항상 ‘달콤한 유혹’이다. ‘복지=세금’이라는 공식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다. 세금을 고민하지 않고 복지만을 외쳐대는 정치인은 유권자를 현혹하는 궤변가일 뿐이다. 부자에게서만 세금을 더 거둬 복지비용을 충당하겠다는 생각 역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어긋나는 발상이며, 계층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선동이다. 국민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많든 적든 각자의 소득에 걸맞게 세금을 내는 것이 원칙이다.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복지 확대만을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무상복지, 브레이크 풀리다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무상복지의 고삐가 풀려가는 모습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연일 쏟아진 복지공약을 보노라면 ‘무상복지 천국 대한민국’이 벌써부터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년에 태어나는 아이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추가 혜택은 각각 6824만원(새누리당 공약 기준), 1억8640만원(민주통합당 공약 기준)이다. 민주통합당의 액수가 상대적으로 큰 것은 무상의료 공약 때문이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은 복지 강화의 단골메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쏟아낸 각종 복지정책을 이행하려면 향후 5년간 최대 300조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엄청난 액수다.

복지는 건강한 사회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점이다. 생명의 고귀함이 존중되고, 구성원 모두가 맘껏 능력을 계발하고, 노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복지사회는 모든 국가나 사회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복지이슈가 선거철마다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복지공약의 봇물이 터진 듯하다. 초·중학교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장병 급여 인상, 취업준비수당,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의 복지공약이 연일 쏟아졌다. 공약대로라면 대한민국이 ‘복지천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 보인다. 그러나 어느 정치인도 진지하게 재원을 논하진 않는다. 희망에 부풀어 쇼핑 리스트를 들고 마트(시장)에 가면서 정작 카드(돈)는 빼놓는 격이다.

# 세금 없이는 복지도 없다

정치인들에게 복지는 유권자를 유혹하는 핵심 카드다. 공짜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공통된 심리다. 현재의 공짜로 미래에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공짜는 일단 챙기고 싶어진다. 포퓰리즘의 전형은 복지라는 명분으로 무분별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는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복지가 명분이라면 재원(돈)은 엄연한 현실이다. 복지라는 명분을 논하려면 재원이라는 현실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재원은 빼놓고 ‘복지천국’만을 외치는 정치인은 귀에 달콤한 궤변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려는 술수에 불과하다. 유럽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복지시스템을 잘 갖췄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세금이다.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것은 엄청난 세금에도 불구하고 복지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면서 나라가 빚에 쪼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와 세금은 동전의 양면이다. 모든 것이 공짜로 주어지는 유토피아는 누군가 그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만 가능하다. 그 비용은 바로 세금이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세금 논의가 빠진다면 허울 좋은 수사일 뿐이다. ‘세금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말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명제다. 최근 인천시 등 몇몇 지자체들의 재정이 고갈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도 무리하게 ‘세금 없는 복지’를 추진한 탓이 크다. 세금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킨다.

#세금 부담은 나누는 게 원칙

복지가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정치지도자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도 재원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1 대 99’라는 극단적이고 대립적인 구호를 내걸고 부자들에게서만 추가로 세금을 거둬 복지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다수의 유권자 표를 노린 다분히 정치적 발상이다. 물론 부자나 수익을 많이 내는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합리적인 균형을 깨고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해 소수를 압박하는 것은 ‘자유’가 바탕이 되는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사회적으론 ‘세금 부담은 나눠 진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적든 많든 세금을 내야 진정한 국가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이 퍼져나갈 때 국가의 버팀목이 단단해진다. 정부는 탈세를 철저히 차단하고 세원을 더 다양화해야 한다. 국가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세금을 더 거두는 핵심이다. 성장과 세금은 함께 굴러가는 자전거의 두 바퀴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논술 포인트>

복지와 세금의 관계를 논리적으로 정리 해 보자. 증세와 감세가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생각해보자. 세금을 낭비해 재정이 어려워진 지방자치단체들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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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펑크'난 지자체 복지재원

정부에'SOS'…대책없는 공방만

[Cover Story] '복지 천국' 외치는 정치권… 누구 세금으로 ?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시는 심각한 재정난으로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를 하루 늦게 지급했고 지자체들은 정부에 무상보육비를 전액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선심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으로 지자체들이 돈 쓸 곳은 많아지고 있지만 재정은 갈수록 취약해지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와 16개 광역시·도 단체 관계자들은 무상보육 재원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뽀족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지자체장들은 “중앙정부가 추가 무상보육 재원을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 측은 “지자체도 무상보육의 한 축”이라고 대응했다. 무상보육 재원을 지자체가 스스로 마련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올해 만 0~2세 전면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은 약 1조9000억원이다.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대략 반반씩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는 3300억원가량이 부족하다며 전액 국비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가 지난해 말 0~2세 무상보육 대상을 소득하위 70%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하는 바람에 지자체의 재원이 부족해진 탓이다. 누적된 재정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시가 직원 수당을 제때 못준 것은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재정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인천시의 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2조7401억원, 올해는 3조304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천시가 다각도로 부채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적자예산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상복지 정책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면 지자체의 재정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원과 복지의 균형을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