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자본주의 進化 키워드 '지속가능 발전'
경제 위기와 지속 가능성

정부는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닦고자 가계ㆍ기업ㆍ정부의 부채 총량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늘리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5일 발표한 ‘지속 가능성의 세계적 의미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경제주체별 부채 문제를 평가하고 소득 불평등 완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 3월 25일 연합뉴스

☞ 한 달에 400만원을 버는 사람이 명품 구입 등으로 매달 600만원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 또 매년 국민들로부터 걷는 세금(세수)이 300조원인 나라가 400조원씩을 써왔다면? 답은 얼마 못가 망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국민들이 과도하게 빚을 내 부동산 투기를 한데서 비롯됐으며, 유럽의 재정위기 또한 정부가 세금을 아끼지 않고 오랫동안 흥청망청 써댔기 때문이다.

‘빚(부채)’은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도 ‘빚 줄이기’가 최대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계의 빚은 900조원을 넘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정부 부채(국가 부채)도 다른 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다지만 표를 사기 위한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영향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지속가능성’(Sustainable)이란 원래 생물학적 용어로 생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란 뜻이다. 생태계가 생태의 작용, 기능, 생물다양성, 생산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란 의미로 한마디로 ‘미래 유지가능성’으로 요약된다. 국가 부채나 가계 부채는 물론 자본주의의 위기를 둘러싼 최근 논의의 배경에도 지속가능성이란 단어가 자리잡고 있다.

지속가능성이란 용어는 로마클럽이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란 보고서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인간활동, 경제나 경영, 기후와 환경, 사회체제, 국가정책 등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로마클럽은 학자와 기업가, 정치인 등 지도자들이 참여해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유엔 세계환경개발위원회는 1987년 ‘지속가능한 사회’를 ‘현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의 역량을 훼손하지 않고 현재의 욕구에 잘 대응하는 사회’로 정의했다. 지속가능 발전은 △인간과 자원의 공생(symbiosis) △개발과 보전의 조화(harmony) △보전과 개발을 통한 삶의 질 향상(prosperity) △현 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형평(equity) 등 경제 성장, 사회 안정과 통합, 환경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추구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지속가능한 소비가 전제돼야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지속가능한 소비는 미래 세대의 욕구를 훼손하지 않고 자원 사용, 오염물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더 나은 삶의 질을 견인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사용행위다. 또 개인이든 국가든 과도하게 빚을 내는 건 금물이다.

지속가능성은 기업 경영에도 화두다.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 최근 확산되고 있는 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이나 자본의 탐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CSR 경영은 영리추구가 목적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으로 주주뿐만 아니라 종업원, 소비자, 지역사회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봉사하는 경영이다. 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장기 생존을 위해서도 경제·환경·사회에 대한 책임이 조화되는 경영체계 구축 및 실행이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미국의 포천지는 매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는데 선정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사회적 책임이다. 현대자동차나 BMW 등이 지속가능 경영활동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ISO(국제표준화기구)는 CSR 경영 확산을 위해 ‘ISO 20006’ 규격을 만들었다. 환경, 노동, 지배구조, 사회공헌 등 7개 영역에 걸쳐 200개가 넘는 항목을 조사해 CSR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이 규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국제적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CSR 경영을 잘하는 기업들에만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펀드)도 있다. CSR 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대체로 우량 회사로 실적이 좋고, 주가도 강세를 띠는 데 착안한 펀드다. 미국의 SRI펀드 규모는 3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로마클럽이 들고나온 지속가능 발전에 대해 일각에선 인구 증가에 따른 우울한 미래를 그린 맬서스의 ‘인구론’처럼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과 복지, 개발과 환경보전, 사적 이익과 사회적 책임 간 균형을 추구하는 지속가능 발전은 경제위기 이후 거센 공격을 받고 있는 자본주의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하는 화두가 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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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자본주의 進化 키워드 '지속가능 발전'
中企에 저금리로 빌려주는 韓銀의 자금 정책


총액한도 대출 제도

한국은행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분기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1분기와 동일한 7조500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총액한도대출은 한은이 저금리로 중소기업 등에 지원하는 정책자금이다.
- 3월23일 한국경제신문

☞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이란 정책목표의 달성을 위해 통화량 또는 금리를 조절하는 중앙은행의 정책이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위해 공개시장조작과 지급준비제도, 여·수신제도 등 다양한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총액한도대출은 여·수신제도의 하나다.

공개시장조작은 한국은행이 시장에서 금융회사를 상대로 국공채 등 증권을 매매해 시중 유동성 및 금리를 조절하는 것으로 주요 통화정책 수단이다. 지급준비제도는 은행이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비율(지급준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토록 하는 것이다. 지급준비율(지준율)은 예금 종류별로 0~7%이며 평균 지준율은 현재 3.7%다.

여·수신제도(옛 대출·재할인제도)는 중앙은행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대출하거나 예금을 받는 것으로 △자금조정 대출 및 예금 △총액한도대출 △일중당좌대출 △특별대출 등이 있다. 자금조정대출 및 예금은 금융회사가 중앙은행으로부터 부족자금을 차입하거나 중앙은행에 여유자금을 예치하는 것이다. 일중 당좌대출은 은행의 일시적인 지급결제 부족자금을 지원하는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이다. 특별대출은 금융시스템 불안 등 최종 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이 나서야 할 경우 실시하는 대출이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자본주의 進化 키워드 '지속가능 발전'
총액한도대출은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도록 한국은행이 시중은행들에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은행들은 연 1.5%의 금리로 한국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아 중소기업에 시장금리보다 싸게 빌려준다.

한국은행이 대출해주는 자금 규모는 총 7조5000억원 이내다. 은행들은 이 자금을 중소기업 대출 외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이 대출 한도가 클수록 자금을 지원받는 중소기업이 많아진다. 일종의 중앙은행의 중소기업 지원책인 셈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