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보는 눈과 '생각의 힘'을 키우려면…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연초부터 시작된 선거 열기는 아주 뜨겁다. 그만큼 언론의 활동도 활발하다. 정치뿐만 아니라 치솟는 물가 탓에 경제 분야에도, 한류와 혐한류로 국민의 이목을 끄는 문화 분야에서도 언론의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띈다. 수많은 기자가 발로 뛰며 세상의 소식을 전하는 이때, 대한민국 국민들의 그러한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사람들도 매일 정치와 경제, 문화 등에 관심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을까? 특히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학생들은 사회의 각종 문제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뉴스에서 시사적인 논쟁거리를 가지고 학생들에게 인터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명확한 안목으로 논리적인 답변을 하는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하거나 말도 안 되는 답을 내놓는다. 10대 청소년은 빠르면 10년 후부터 대한민국의 주역이 될 것이다. 이들이 사회를 책임질 능력을 갖추려면 사회에 눈을 떠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 눈뜨는 것, 쉽게 말해서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보면서 청소년은 자기 자신의 ‘우물’ 안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갈 수 있다. 시야를 넓힐수록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학교 성적이 우선순위인 학생들에게 공부도 좋지만, 사회에 관심을 두라고 하면 무리한 요구사항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신문 기사를 읽고, 사회 현상을 배우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일은 사회 발전의 가능성 이상의 가치가 있다. 상식이 늘어나고 보는 눈이 달라지면 나와는 전혀 상관없던 일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자연히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지고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고민을 끌어안게 된다. 여기서 우리 학생들이 변한다. 고민하면서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비판에서 나아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나만 아는 삶이 아니라 우리를 아는 삶, 공동체를 생각하는 의미 있는 삶에 도달할 수 있다.

성숙한 사회인이 되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다. 매일 신문의 첫 면이라도 읽고, 지나가면서 1분이라도 뉴스를 보는 습관을 갖는 것만으로도 첫발을 뗄 수 있다. 이 과정이 익숙해진다면 주간지의 심도 있는 기사를 읽어 보기도 하고, 시사에 관해서 친구들과 토론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 논술을 걱정하는 친구들에게도 논술의 기술을 배우기에 앞서 사회에 관심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을 권한다. 우리의 실천이 몇 년 안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환한 등불이 될 것이다.

제갈현 생글기자(이화여자외고 2년) angelinahy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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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교실제’의 성공적 정착을 바라며⋯

광주에 위치한 살레시오고등학교에서는 2012학년도부터 교과교실제를 시행하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학생을 2~5개 그룹으로 나눠 과목별로 전용 교실을 두고 학생들이 수업 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 교육 방식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4년까지 농어촌·중소도시 6학급 이하 학교를 제외한 전국 모든 학교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같은 교과교실제는 공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현 정부 초기부터 추진된 제도이다. 영어, 수학 등 교과특성에 맞게 과목별 전용 교실이 꾸며지고 교사의 연구공간도 생기기 때문에 전문성, 창의성이 확대되고 학생들의 흥미가 높아져 학업성취도 향상과 사교육비 경감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반이라는 개념이 사라져 교우 관계나 교사의 생활지도 등을 어렵게 할 수 있고 동일한 시간에 좁은 복도에서 전교생이 움직여야 돼 매우 혼란스럽고, 학생들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과교실제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교과교실제에 필요한 홈베이스 구축과 좁은 복도, 그리고 혼란스러움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또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공부를 해야 하는 고3 학생들은 이동수업 때문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교과교실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수업시간마다 이동하다 보니 피곤해지고 어수선해지는 등 면학 분위기도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학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홈베이스 공사 마무리까지는 아직도 3개월가량 남았다. 수업시간과 자습시간까지 이어지는 공사 소음 때문에 수업분위기가 흐트러지는 등 많은 학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 쉬는 시간에 각 과목 교실로 이동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하는 바람에 제도 시행 이전보다 더 피곤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반해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방과 후 보충수업 같은 경우 본인이 원하는 과목과 선생님을 선택했기 때문에 수업 집중도와 학업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각자 수준에 맞는 반 편성 덕분에 오히려 수업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아직은 제도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제도가 추구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홈베이스 구축 등 제대로 된 인프라가 조성되고 학생들이 새로운 제도에 익숙해지면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선 우선적으로 우수 교원 충원, 재정지원 및 연수확대가 선행돼야 하며 학교는 학생들의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배치되고 그에 따른 휴식시간 조정,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현장 속에 문제없이 녹아들어 학생과 교사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고, 본래 취지에 맞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제도로 안착됐으면 좋겠다. 또한 교과교실제,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어수선해진 학교 분위기를 학생과 교사들이 협심하여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바란다.

최재영 생글기자(살레시오고 3년) wodud712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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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명소, ‘산복도로’를 아시나요?

일반적으로 부산의 명소라고 하면 한국의 대표 여름 피서지 중 하나인 해운대, APEC정상회의가 열린 누리마루나 자갈치 시장, 국제시장 등을 꼽는다. 그런데 부산에는 이외에도 숨겨진 명소가 한 곳 더 있다. 바로 ‘산복도로’다. 산 중턱을 빙 둘러 도로를 만들었다고 해서 ‘산복도로’라고 이름 붙여졌다.

물론 전 국토의 70%가 산지인 대한민국에서 산복도로는 그리 흔한 도로일 수도 있지만 부산의 산복도로는 한국 현대사와 그 궤를 함께한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인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해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피란와서 서울의 달동네처럼 가난할수록 산 위로 올라가 판자촌을 형성한 것이 지금의 산복도로로 이어지고 있다. 산복도로는 1960~80년대 부산의 섬유·신발산업이 발전해 함께 전성기를 맞았지만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도시 속 산골, 발전이 정체된 마을로 낙인 찍혀 버렸다.

그런데 그랬던 산복도로가 다시금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KTX 2단계 공사완료, 북항 재개발 등과 맞물려 산복도로를 부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침체된 지역 구석구석을 새롭게 단장해 주민의 편의성과 삶의 질을 높이고 부산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재개발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낡은 계단을 개보수하고 체육공원을 만드는 등의 계획과 산복도로 일대에 분포한 폐공간과 공터를 문화시설과 휴게시설 등으로 재탄생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또한, 60년 넘게 부산시민과 함께한 산복도로에 녹아 있는 부산시민들만의 이야기를 잘 살려내 이를 문화공간과 결합시켜 관광자원으로 만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부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오랜 시간 부산시민과 함께하며 시민들의 삶의 애환과 희로애락을 간직해온 산복도로. 이제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이야기로 함께 하기 위해 시작되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앞으로 도시정비사업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부산시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조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주형 생글기자(금성고 3년) mirae57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