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반대"급속 확산

#탈북자 문제'국제 이슈'로

#"이럴때 촛불들어야"주장도
[Cover Story] "인간다운 삶 선택한게 죄인가요?" …짓눌린 탈북자 인권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선영 의원의 단식, 배우 차인표 씨의 북송반대 호소 등으로 관심이 높아진 탈북자 문제는 점차 국제적 이슈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의회도 당사국인 한국보다 먼저 청문회를 열고 탈북자를 강제송환하지 말라고 중국에 촉구했고, 중국 내에서도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정치적 이념과 인도주의가 상충하면서 빚어진 탈북자 인권 논란은 상당기간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국내외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 조그만 텐트 안에선 탈북여성 1호 박사 이애란 경인여대 교수가 20일 가까이 단식 중이다. 함께 단식농성을 하던 박선영 의원은 탈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주변엔 “내 친구를 구해주세요”(Save my friend)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death) 등의 구호가 보인다. 일부 인권단체나 시민단체도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릴레이 단식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국내외에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아달라는 여론을 확산시키 위해 배우 가수 등 연예인들이 참여한 ‘눈물의 콘서트’도 지속적으로 연다는 계획이다. 박선영 의원은 7일 현재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 북송위기에 몰린 탈북자가 48명에 이른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들이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 있는 구류소에 수감되거나 군부대 내 수용소에 억류돼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6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에게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에 신경을 써달라고”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에게 탈북자 문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우리나라 국회 대표단은 12~14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참가해 탈북자 북송 저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탈북 난민 북송 반대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여의사협회와 한국여자변호사협회, 청년유권자연맹 회원들도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국제사회도 탈북자 강제북송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 기자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아시아기자협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중국 정부에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탈북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유의 땅을 갈망했다는 것은 죄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시아기자협회는 아시아·태평양 41개국을 회원국으로, 미국 브라질 등 16개 국가를 준회원국으로 두고 있다. 미국 의회도 ‘중국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를 열고 “미국과 국제사회가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탈북자)을 보내지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청문회에선 탈북자들의 눈물겨운 증언도 이어졌다. 탈북자 북송문제가 미국 정치권에서도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탈북자 처리의 핵심은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보느냐, 아니면 단순히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사람으로 보느냐에 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면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되지 않지만 단순한 불법으로 본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은 탈북자들을 단순히 경제적 문제로 탈출한 밀입국자로 규정하고 있다. 대다수 국제법 전문가들은 설령 북한을 탈출할 때는 밀입국자일 수 있어도 송환됐을 때 박해를 받을 위험이 크다면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중국 입장도 녹록지는 않다. 변방안보를 강조하는 중국이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면 탈북자들이 통제불능 상태로 중국으로 넘어올 수 있고, 이는 북한과의 정치적 관계도 부담이 된다.

한편에선 국내 정치권이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FTA를 반대하며 촛불을 켜들었던 사람들도 정작 탈북자들의 인권에는 관심이 덜 하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적 이슈에는 민감하면서도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인권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애란 교수는 “청계산에 터널을 뚫을 때 도롱뇽을 보호하자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탈북자의 강제송환엔 관심이 덜 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탈북자들의 강제북송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봅시다. 난민자 지위를 인정하면 탈북자들의 대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봅시다. 인권의 발달 과정을 역사적 사례나 인물을 중심으로 자세히 공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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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북송 막아주세요 … Cry with us"
연예인들'눈물의 콘서트'


[Cover Story] "인간다운 삶 선택한게 죄인가요?" …짓눌린 탈북자 인권
“여러분이 누구시든, 어디에 계시든 잠시만 하던 일을 멈추고 저희의 호소를 들어주십시오.”

지난 4일 오후 7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배우 차인표 신애라 송재호 심혜진, 가수 윤복희 노사연 박완규 김범수, 개그우먼 이성미 박미선 송은이 등 연예인들은 중국에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하지 말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콘서트 이름은 탈북 과정을 그린 영화 크로싱의 주제가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함께 울어요)’. 이날 콘서트에선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른 가수 강원래 씨가 호소문을 통해 “탈북자들은 울 힘조차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라며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탈북자들은 곳곳에서 울먹였다. 개그우먼 박미선 씨는 “탈북자들이 강제로 북송되면 공개처형은 물론이고 3대가 수용소로 끌려간다”며 “우리의 작은 관심이 그들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 47명은 차례로 “나 000는 탈북자들을 위해 함께 울겠습니다”라고 서약했다. 연세대에 재학중인 한 탈북 학생은 “용기를 잃지 말고 제발 조금만 견뎌달라”며 흐느꼈다. 연예인들은 앞으로도 이런 콘서트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행사를 주도한 배우 차인표 씨는 “아일랜드의 록밴드 유투(U2)에게도 도움을 청하겠다”며 “이번 콘서트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탈북자 구원행사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대관료를 포함한 콘서트 비용은 차씨와 가수 심태윤 씨 등이 냈다. 정치권이 총선에만 신경을 쓰느라 탈북자 문제를 외면하다시피하는 상황에서 연예인들의 ‘눈물의 콘서트’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