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국가들의 경제 성장세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브라질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중국이 올해 성장 전망치를 낮췄고 인도 러시아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브릭스 경제가 경착륙하면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3월 8일 한국경제신문
☞ 브릭스(BRICs)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 경제 4개국의 영문자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造語)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짐 오닐 회장이 2001년 11월 ‘더 나은 글로벌 경제 브릭스의 구축(Building Better Global Economic BRICs)’이라는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신흥 경제대국을 나타내는 용어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금도 “투자의 세계에서 어떤 사람들은 브릭스를 낡고 지겨운 이야기로 치부한다. 그러나 나는 ‘다음도 브릭스’라고 답하겠다. 브릭스의 성공 스토리는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에 가깝다”고 말한다.
오닐 회장의 얘기처럼 브릭스 국가들은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라는 성장엔진을 잃은 세계경제가 대공황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브릭스는 세계 경제성장률의 36.3%를 기여했다. 세계경제 성장의 3분의 1 이상이 브릭스 덕분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브릭스의 성장세는 최근 주춤거리면서 세계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실제로 남미 최대이자 세계 6위 경제대국인 브라질의 지난해 성장률(GDP 증가율)은 2.7%에 그쳤다. 2010년 7.5%에서 급추락한 것으로, 8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성장 속도 둔화로 철광석 수출이 줄어들고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 금리를 대폭 올리는 등 경기 억제 정책을 편 게 직격탄이 됐다.
인도와 러시아의 상황도 좋지 않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성장률이 전망치(9%)보다 크게 낮아진 6.9%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도는 2000년 이후 연평균 8% 안팎의 고성장을 지속해왔지만 지금은 성장둔화와 물가상승이라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의 물가상승률은 9%대로 브릭스 국가 중 가장 높다. 인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2010년 3월 이후 13차례나 금리를 올렸다.산유국인 러시아는 고유가 덕에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3.6~4%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4.3%)보다 낮은 수치다. 푸틴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정치 불안은 다소 줄었지만 부정선거 의혹에 따른 불확실성이 경제 분야로 퍼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유럽 경기둔화 여파로 러시아 경제가 1분기 0.1%가량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중국의 작년 성장률은 9.2%로 전년보다 1.2%포인트보다 낮아졌다. 중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성장률 8%선 지키기(바오바·保八) 정책을 포기하고 올해 성장 목표를 7.5%로 제시했다.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이 주춤거리는 것은 미국의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지 않은 데다 유럽도 재정위기로 경기가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7.4%(2010년 기준)다. 2001년(8.3%)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률 하락은 중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의 경제에 악재다. 브릭스 국가들의 경기가 연착륙(소프트 랜딩)할 수 있을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한국거래소(KRX)는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결제이행을 책임지는 청산기관(CCP·Central Counter Party)으로서 연내 청산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7일 밝혔다. 거래소는 최초 청산대상 상품으로 원화 이자율스와프(IRS)를 선정했다. 이후 달러 이자율스와프, 차액결제선물환(NDF),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으로 청산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 3월 8일 한국경제신문
--------------------------------------------------------- 거래소가 장외 파생상품 청산 서비스 왜 하지?
금융위기와 장외파생상품 청산소
☞ 파생상품은 기초가 되는 자산(기초자산·underlying asset)의 가격 변동에 따라 그 값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은 통화(FX), 금리, 주식 등 금융상품과 농축산물, 비철금속, 귀금속, 원유 등 실물(Commodity)상품이다.
파생상품은 크게 △선물(특정 가격으로 특정 미래 시점에 자산을 사거나 파는 계약) △옵션(미래의 일정 기한 내에 특정 상품을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거래) △스와프(고정이자율과 변동이자율을 서로 바꾸는 이자율스와프와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서 통화를 서로 교환하는 통화스와프)가 있다. 선물은 또 거래대상 품목과 계약단위, 만기일 등이 표준화돼 있는 선물(Futures)과 표준화돼 있지 않지만 매매 당사자 간에 다양한 거래가 가능한 선도(Forward)로 구분된다.
파생상품은 예상치 못한 금리나 환율, 주가의 변동에 따른 위험(리스크)을 회피(헤지)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래서 헤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물론 위험을 감수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투기적 거래도 적지 않다.
파생상품 거래는 특정 거래소 내에서 거래되는 장내거래와 거래 당사자 간 전화나 컴퓨터로 거래되는 장외거래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장외거래 비중이 훨씬 크다. 파생상품의 특성상 규격화돼 장내에서 거래될 수 있는 상품보다는 특정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맞춤형 상품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장외파생상품 거래잔액은 2010년 말 기준 무려 600조달러에 달한다.
그렇지만 장외거래는 거래 당사자끼리 협의해 거래를 하는 까닭에 계약 이행을 보증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한 게 단점이다. 예를 들어 수출업체인 A가 B은행과 석 달 후인 6월12일 미 달러화를 달러당 1100원에 1억달러어치 팔기로 장외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 만기에 달러화 가치가 달러당 1200원으로 뛴다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KRX가 장외파생상품 청산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이 같은 거래불이행의 위험을 방지해 전체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청산(clearing)은 거래 당사자 간에 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계산하는 절차다. KRX가 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 역할을 하게 되면 거래 당사자가 개별적으로 결제 이행을 책임지는 일반 장외거래와는 달리 KRX가 CCP로서 모든 거래의 결제 이행을 보장하는 까닭에 거래의 안전성이 크게 높아진다.
중앙청산소 설립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를 증폭시킨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라는 파생상품이다.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 상품은 천문학적 규모로 거래됐는데 장외에서 거래되는 까닭에 누가 사고 팔았는지 불투명했다. 또 결제 불이행이 우려되면서 대형 금융사의 부실을 가속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