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학습 부담 줄고 체험교육 기회 늘어"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가정의 부담 더 커져"

3월부터 초·중·고교에서 일제히 주5일 수업이 시작됐다. 그동안 격주로 소위 ‘놀토’라는 이름으로 토요일 수업을 쉬던 것이 이제는 매주 토요일 수업이 없어져 실질적인 주5일 수업이 가능하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1만1493개교 가운데 1만1451개교(99.6%)가 전면 주5일 수업을 시작했다. 41개교(0.4%)는 월2회 실시하기로 했고 실시하지 않는 곳은 1곳에 불과하다. 초등학교는 5882곳 모두가 전면 실시한다. 중학교는 3158곳(99.8%)이 전면 실시, 6곳(0.2%)이 월 2회 실시하고 전남의 1곳만 실시하지 않는다. 고교는 2263곳이 전면 실시하고, 33곳이 월 2회 주5일제를 운영한다. 특수학교도 98.7%인 148곳이 전면 주5일 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주5일 수업제는 1998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인 근거가 만들어진 뒤 2001~2003년 연구학교 운영, 2004년 월1회, 2006년 월2회 확대를 거쳐 14년 만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됐다. 정부는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 특별교부금 지원, 주말 프로그램 확충, 돌봄교실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실제 상당수 학교가 새학기 평일 시간표와 토요일 프로그램을 아직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근대교육이 시작된 이후 처음 맞는 학교 운영의 큰 변화인 주5일 수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고용노동부는 오는 7월부터 주 40시간 근무제가 5~19명 사업장에도 적용돼 사실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만큼 선진국처럼 일선 학교에서도 주5일 수업제가 병행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근로자들의 근무 형태가 사실상 주5일제로 정착됨에 따라 아이들의 학교 등교도 주5일로 바꾸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주5일제 수업에 대해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교원단체들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사의 자기계발 시간을 늘린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은 “10년을 넘게 끌어온 교육계의 숙원이 해결돼 매우 환영한다”며 “교사의 업무가 경감되고 자기계발 시간이 늘어난다는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가정에서의 체험교육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전교조는 “주5일제는 주 40시간 근로시간 원칙에 따라 당연히 실시돼야 하는데 학교라는 이유로 그동안 유보돼 왔다”며 늦었지만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찬성론자들은 일부에서 제기하는 사교육비 부담 증가 우려에 대해 “주5일 수업을 한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더 시킬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이 단순한 학과공부에서 벗어나 음악 미술을 비롯, 각종 과외 및 취미활동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고 이와 같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숨겨진 재능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 문제처럼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학생 간 각종 긴장과 갈등도 주5일제 수업의 정착으로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5일 수업제가 엄마가 집에 있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집 아이에게는 여유로운 시간 활용이라는 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맞벌이 부부 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에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교육과 육아에서 양극화를 더 가속화시킨다는 얘기다. 이런 가정에 대한 명확한 대책 없이 시행되다 보니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미 제도가 시작됐지만 토요일에 어떤 프로그램을 누가 하는지 등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도 세워지지 않은 학교나 지역이 많다.

이런 이유로 학부모 단체들은 주5일 수업 전면 도입으로 인해 방치되는 ‘나홀로 아동’과 사교육비 증가, 맞벌이 부모의 교육 부담 증가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장은숙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주5일 수업으로 방치되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이나 학부모의 교육 부담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학부모단체 등의 의견 수렴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전면 시행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승현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정책실장은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들에 대한 교육 부담이 늘어나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주5일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학교는 단순히 주말을 휴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나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대체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5일 수업제로 수업 일수를 맞추려다 보니 평일 수업이 5~7교시로 늘어나거나 방학과 재량 휴업일을 줄여야 하는 부작용 역시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말 2일 동안 쉬고 등교를 하다 보니 생활이나 학습리듬이 깨질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생각하기

주5일 수업제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학교만의 준비로는 부족하다. 주5일 수업제는 학교 중심의 기존 교육구조가 학교-가정-지역사회의 협력 구조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가정과 지역사회 모두가 이에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고 여기에 맞게 여러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학교에서 토요일 시간 활용 프로그램을 급조하는 식으로는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힘들다는 얘기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협조해서 교육인프라 문화인프라 등을 확충하고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다양한 기회를 체험할 수 있는 특색 있고 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맞벌이부부나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은 토요일만 되면 학교와 집 어디에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붕 뜬 상태로 방치돼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토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더라도 또 다른 학교 과정처럼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본래 취지대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마치 새로운 교과과정처럼 운영된다면 교사 학생 모두에 부담만 더 지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주5일 수업제의 성공 여부는 토요 프로그램을 어떻게 잘 설계하고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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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월24일 보도기사

교육과학기술부는 다음달부터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제의 자율적 시행을 앞두고 16개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준비 상황을 점검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교과부는 20일부터 이날까지 시·도 교육청을 차례로 방문해 주5일 수업제 교육과정 편성, 주말 예술교육 프로그램 확충, 토요 스포츠데이 운영계획, 토요 돌봄교실 및 방과후학교 준비, 학부모에 대한 안내 상황 등을 확인했다. 교과부는 이 과정에서 각 교육청에서 인력·예산 운용의 어려움과 건의 사항 등을 청취했으며 이를 토대로 오는 27일 열리는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서 주5일 수업제의 정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교과부는 주5일 수업제를 포함한 ‘2009 개정 교육과정 연구학교’ 운영과 시·군·구의 주5일 수업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주5일 수업제의 정착을 위해 50억2000만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다음달에 교과부와 각 교육청이 ‘주5일 수업제 상황반’을 한 달간 운영해 시행 현황을 확인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새 학기부터 전국의 1만1493개 초·중·고 가운데 99.6%가 주5일 수업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