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부활하는 美 제조업… 오바마 친기업정책 약효내나
미국의 제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8년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이후 금융위기와 함께 뒷걸음질을 시작했던 미국의 제조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제조업의 회복은 무엇보다 오랜 세월 얼어붙었던 미국 고용시장에 훈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도 갖는다. 미국의 제조업 부활은 무엇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기업정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백악관도 놀란 '고용회복'

금융위기 이후 백악관은 ‘갈 길이 멀다’며 경기회복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낙관적 어조가 강해졌다. 경기회복에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앨런 크루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최근 경제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경기회복세가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고용 부문이 깜짝 놀랄 정도”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올해 월평균 16만7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4만6000개보다 14.3% 늘어난 수치다. 고용이 늘어나면서 고용-소비-실적의 3박자선순환구조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라는 복병에도 미국의 다우지수가 1만3000포인트를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도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미국 제조업의 핵심지표인 2월 필라델피아제조업지수는 전달 7.3에서 10.2로 오르며 4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 10월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 1월엔 8.3%로 낮아졌다. 아직도 절대적 수치는 높은편이지만 고용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도는 것은 분명하다. 소비심리지수도 지난해 8월 55.7에서 최근엔 74까지 상승했다.

목소리 커지는 '제조업 살리기'

최근 뚜렷해지는 미국의 경기회복은 제조업이 뒷받침하는 측면이 강하다. 제조업이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고용이 늘어나고 소비심리도 함께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미국 제조업 성적표는 초라하다. 10여년간 60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무역적자는 4조5000억달러에 육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USA’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최근엔 미국 제조업의 대명사인 GM이 전열을 정비하고 재도약에 나섰고, IT(정보기술)의 대명사 애플은 잡스의 사망이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내에서 ‘제조업을 키워야 경제가 산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제조업 회복에 기폭제가 되고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환율조작과 인위적 임금억제로 제조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 강력히 대응하면 미국의 제조업 부활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치권은 '친기업'으로

미국 정치권은 ‘제조업 세금 인하’ 경쟁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최고법인세율을 35%에서 28%로 낮추는 세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특히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최고법인세율을 25%로 낮추기로 했다.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해서는 최저세율을 적용해 국내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한발 더 나아갔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25%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롬니 전 주지사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전체 기업의 법인세율을 17.5%로 낮추고, 제조업체는 아예 법인세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권이 제조업 부활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제조업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의 근간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는 반기업정서를 부추겨 표를 얻으려는 한국의 정치권과 사뭇 대조적이다.

브루킹스연구소는 기술발전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자동화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제품 가격이 떨어지고, 이는 시장 확대 및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동화로 줄어드는 일자리 감소분을 상쇄한다는 얘기다. 실제 1990년대 미국의 제조업 생산성은 연평균 4.1% 향상됐지만 제조업 일자리 수는 0.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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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오는 15일 발효

협상타결 4년 10개월만에

[Focus] 부활하는 美 제조업… 오바마 친기업정책 약효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15일 0시에 발효된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관세없는 무역’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미 FTA 재재협상을 요구해온 민주통합당은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 항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1일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FTA 국내 비준절차 완료 후 진행됐던 양국 간 협정이행 준비 상황 점검협의가 모두 끝났다”고 발표했다. 한·미 FTA 발효는 2006년 6월 협상을 개시한 뒤 5년8개월, 2007년 4월 정부 간 협상을 타결 지은 지 4년10개월 만이다.

정부는 또 이번 협상에서 △신약 가격 책정 시 우리 측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제3국을 통해 들어가는 물류에 대해서도 무관세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미국 측 양보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당초 양국이 올해 1월1일 발효를 목표로 준비작업을 벌여왔으나 양국 모두 점검해야 할 국내 법률의 범위가 워낙 방대했다”고 설명했다. 발효일을 15일로 잡은 것에 대해서는 “양국 기업들이 한·미 FTA를 활용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국회에서 재협상 촉구 결의안이 있었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서는 발효 후 90일 이내에 서비스 투자위원회를 열어 미국과 성실히 우리 입장을 정리해 협상을 해나가겠다”며 “전문가들 위주로 관련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두 나라 정부는 협정 발효 전 각각 국내법 절차에 따라 체결된 협정문의 공포를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FTA 발효 날짜를 발표한 것에 대해 “국익이 증대되고 국민 모두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재검토를 마치지 못한 채 발효일자를 발표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4·11 총선을 앞두고 정부에 재재협상 요구를 강도높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