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경제의 만남] (51) 공공 예술품을 정부가 만들어야 하는 까닭은?
프랑스 파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호주의 시드니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은 무엇인가? 뉴욕에 가면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누군가로부터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은 비슷한 대답을 하게 된다. 프랑스 파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에펠탑이며, 호주 시드니 역시 오페라하우스다. 뉴욕 또한 자유의 여신상에서 사진을 찍는다든지, 여러 영화에서 주요한 장면에 많이 등장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빌딩의 전망대를 떠올릴 것이다.

이처럼 건축물 중에서는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예술적 가치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가 부여돼 이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서적 만족도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이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와 도시의 실질적인 소득 증가에도 기여하는 건축물이 많다. 이는 건물이나 공원뿐만 아니라 거리에 놓여 있는 조형물이나 조각상, 거리에서 전개되는 공연, 도시 벽에 그려진 벽화 등 공공조형물 형태인 예술품 또한 마찬가지 효과를 가져다 주는데, 그것은 이들 조형물들이 공공재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재란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공공재는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고 있는 재화를 의미한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해당 재화를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경우 비배제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비경합성은 누군가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소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동시에 소비할 수 있을 때 비경합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도로, 치안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앞서 언급한 조각품이나 건축물 또한 공공재라 할 수 있다.

축제 등도 공공재에 해당한다. 브라질 리우 축제의 경우 포르투갈에서 브라질로 건너온 사람들의 사순절 축제와 아프리카 노예들의 전통 타악기 연주와 춤이 합쳐져 생겨났다고 한다. 이것을 점차 발전시켜 지금과 같은 형식의 카니발이 완성됐다. 초반에는 보통의 거리 축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 뒤 삼바학교들이 설립되고 학교별로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지금과 같은 큰 규모의 축제로 발전했다. 오늘날 리우 축제는 10만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연 예술로 자리잡혀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예술 행사로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춘 공연 예술이기 때문이다.

옥토버페스트로 알려진 독일의 맥주 축제 또한 마찬가지다. 1920년 가을 바이에른 왕국의 황제 막스밀리안 1세가 루드비히 황태자와 작센 공국의 테레사 공주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주민들을 초청해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던 것에 기원한다. 이것이 농부들이 한 해의 농사가 끝난 것을 자축하기 위한 축제로 계승됐고, 지금은 맥주 제조 회사들이 자신들의 맥주를 선전하기 위한 시음회 등이 결부돼 전 세계 700만명이 참여하는 성대한 축제로 발전했다.

위에서 언급한 대형 축제, 초대형 건축물, 조각품, 대규모 공원 등과 같이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고 있는 재화들은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으로 인해 다른 누군가가 생산하면 그 혜택은 누구나 공짜로 누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무임승차(free ride)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공공재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모두 다른 누군가가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대신 나서 공공재를 공급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도시 건물의 벽화, 도시의 상징적인 건축물에 직·간접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조형물로 너무나도 유명한 에펠탑의 경우, 처음 설립 당시에는 많은 프랑스 시민들로부터 비판받았다. 에펠탑은 1889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건축됐다. 프랑스는 파리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뭔가 특별한 게 필요했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짓기로 한 것이다. 전 세계인에게 프랑스의 발전상과 문화 예술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에펠탑이라는 초대형 건축물을 철제 구조물로 건설하기로 하였다. 철은 군함, 대포 등 군사력을 보충하는 데 있어 반드시 사용되는 자원인데, 이처럼 귀한 자원인 철을 거대한 예술품에 사용할 수 있는 국력을 가진 프랑스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간파해서인지 에펠탑 건립 당시 많은 문화 예술인들은 이를 반대했다. 유명한 문인, 화가, 음악가 300명이 모여 에펠탑 건립 반대 운동을 했다. 그 중에는 단편소설 작가인 모파상, 시인 베를렌느, 작곡가 구노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반대를 무마하고자 에펠은 일부러 높은 층에 자신의 사무실을 차리고, 에디슨을 비롯한 당대 유명인사를 두루 초대한다. 예술가들에게 이러한 높은 공간에서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할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파리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상상할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다. 결국 이러한 체험을 한 많은 예술가들은 에펠탑에 대한 반대 운동을 철회하게 된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의 대표적인 공공재인 에펠탑이 탄생한 것이다. 다른 모든 공공재가 그러하듯 에펠탑 유지 보수의 주체 역시 정부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공재는 무임승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제공해 준다면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직접 공급하려고 나설 이유가 없다. 즉, 해당 재화를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하기 위해 먼저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에펠탑의 경우 7년마다 도색작업을 해야 하며, 칠을 하고 보수하는 시간만 해도 1년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 어머어마한 비용과 시간을 먼저 지불하겠다고 나서는 개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2012년엔 에펠탑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전망대 1층 바닥을 유리로 개조해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경치를 선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연간 700만명의 방문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방문해 봄 직한 광관 명소를 다시 한번 방문해야 할 이유가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개조 작업의 주체 역시 민간이 아닌 파리시가 추진하고 있다. 에펠탑이 처음 세워졌을 때 그러했듯이, 오늘날에도 세계적인 조형물이나 축제가 새로 기획될 때는 많은 진통이 있다고 한다. 혈세를 낭비했다든가,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데 사용해야 하는거 아니느냐는 의견에서 그럴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결코 절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에펠탑이 세워졌을 때 누군가 그러한 여론에 밀려 계획을 취소했다면 파리가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인 명소이자 관광지로 각광받지 못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경제용어 풀이

공공재

공중(公衆)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이나 시설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도로, 치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공공재는 단순히 정부나 공공단체가 공급하는 물건들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적재와 반대로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의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지닌 재화를 말한다. 즉 어떤 사람이 재화와 서비스에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 소비를 막을 수 없는 비배제성과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재화와 서비스를 동시에 소비할 수 있고 한 개인의 소비가 다른 사람들의 소비를 감소시키지 않는 비경합성이 동시에 충족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