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군함 배치'무력시위'

#이스라엘, 이란 폭격 위협

#요동치는 국제유가

#이란, 다른 판매처 확보 주력
[Global Issue] 이란-이스라엘 갈등에…  깊어가는 글로벌 경제 '주름살'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연일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을 포격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앞마당’ 격인 지중해에 군함을 배치시키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란은 자신들에게 제재 조치를 내린 영국과 프랑스에 원유 수출을 중단해 국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란 국영통신 IRNA는 이란 함대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에 진입했다고 지난 19일 보도했다. 이란 함대가 지중해에 진입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이 일어나 이란에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반미 정권이 들어선 후 두 번째다. 이란은 작년 2월 서방과의 핵협상이 결렬되자 처음으로 지중해에 함대를 배치했다. 이란 해군의 지중해 진입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 폭격 위협에 대한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 군함의 항로를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미국 등에는 핵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이란은 17일 자국의 핵협상 대표인 사이드 잘릴리 명의로 ‘이란이 미국, 유럽과 가능한 한 빨리 대화를 재개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제의가 진지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함대가 지중해에 나타나자 이란 핵시설 공격 가능성을 다시 한번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내각회의에서 “핵, 미사일, 사이버 공격, 테러 등 4대 위협 요소 중 하나인 이란 핵시설을 무력화하는 것은 국토 방위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타격을 시사한 것으로 국제사회는 해석하고 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란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국제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선제 폭격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 등이 무력 사용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협상을 통한 이란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사실상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3주 만에 받아들이는 등 협상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란은 19일 영국과 프랑스에 원유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다음날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다른 EU 국가에 대한 수출 중단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U의 제재 조치에 선제 대응한 것이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 수출 물량의 1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20일 런던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21.1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8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JP모건은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배럴당 118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상품거래소(NYMES)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05.44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석유 소비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가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디디어 휴신 IEA 에너지시장·안보담당 국장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지난해 리비아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상 비축분을 방출하면 되기 때문에 심각한 석유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EU 등에 대한 원유 수출이 줄어들자 다른 판매처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중국과 인도에 대한 수출을 늘리려 한다고 보도했다. FT는 “세계 원유 수출 3위 국가인 이란이 하루 평균 50만배럴에 이르는 원유를 중국이나 인도 정유회사에 팔려 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이란 원유 수출량의 23% 가까이 되는 분량”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3월 중순까지 새로운 고객을 찾지 못하면 초대형 유조선의 부유식 저장고에 원유 재고를 늘리든지 감산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블룸버그통신은 인도 정유사들이 이란의 추가 선적 제안을 받았고, 인도 정부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원유 대금을 지불하기 전 신용기간을 늘려주고 원유 등급 유형과 선적 일자에 좀 더 융통성을 부여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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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손꼽는 최대 敵國은 이란"

갤럽 조사… 중국 23%로 2위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이란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을 미국의 최대 적(敵)으로 간주하는 미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갤럽이 지난 20일 발표한 조사 결과 32%의 미국인이 이란을 미국의 최대 적으로 꼽았다. 이란은 2006년 이후 매년 미국인이 가장 많이 꼽는 최대 적국 자리를 차지해왔다.

올해 조사에서 이란의 뒤를 이어 중국(23%)이 2위로 나타났다. 갤럽은 이번 조사에서 중국을 미국의 최대 적으로 꼽는 미국인들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16%의 응답자가 중국을 최대 적이라고 대답했으나 올해 조사에서는 7%포인트 높아졌다. 갤럽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걱정스러운 시각을 불러왔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당 지지 성향별로는 공화당원이 민주당원보다 더 중국을 적이라고 지목했다.

그 다음으로 북한(10%) 아프가니스탄(7%) 이라크(5%)가 미국의 최대 적으로 꼽혔다. 북한을 최대 적으로 꼽은 응답자 비율은 지난해 16%보다 약간 낮아진 것이다. 북한의 경우 2005년 조사에서 22%의 응답자가 미국의 최대 적이라고 대답해 이라크와 함께 미국인이 생각하는 최대 적국 공동 1위로 평가받았다. 이후 2008년 조사에서 이 비율이 9%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조사에서 다시 16%로 중국과 함께 2위를 기록했다.

한편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미국의 최대 적 1위에 이라크가 손꼽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미국의 성인 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