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미성년 연령 낮춰야 할까요
찬 "피해자보다 가해자 입장 먼저 고려해선 안돼"
반 "한때 잘못으로 평생 범죄자 낙인 찍혀선 곤란"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예방책으로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폭력은 점차 흉포화·저연령화하고 있는데 형법이 형사처벌 가능 연령대를 만 14세 이상으로 제한해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처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주장은 특히 직접적인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은 학생이나 가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범죄에 대해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범죄 예방 효과 또한 증명된 바가 없는 데다 비교육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적 차원의 처벌 강화 대책만을 내놓았고 형사처벌 연령 하향 조정은 이번엔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조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알아본다.
찬성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말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기존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14세 미만자의 범죄가 날로 흉포화됨에 따라 각계각층에서 이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있어왔다”면서 “2007년 12월 소년법을 개정해 소년보호 사건의 대상 연령을 종래 12세에서 10세로 하향 조정했지만 형법상 책임 연령은 하향 조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불균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와 관련, 2010년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제시한 바 있다. 학교 폭력 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최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초청한 피해 학생 및 상담교사들도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피해 여고생은 “학교폭력도 범죄인 만큼 학생이라고 해서 예외가 돼선 안 된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청소년비행예방센터의 강성수 교사도 “청소년 지도에는 일관된 규범과 질서 확립이 중요한데, 현행 가해 학생 처벌은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잠깐의 잘못으로 가해 학생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가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가해자에게는 잠깐의 잘못이지만 상대방 피해 학생이 받는 고통은 평생 갈 수도 있는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피해자의 고통보다는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식이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
학교폭력으로 2주간 특별교육을 받은 한 중학생은 “극기훈련 등 지금까지의 처벌과 가르침으로 내 행동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충분히 뉘우쳤다”며 “한때의 잘못된 행동으로 영원히 ‘빨간 줄’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도 “가해 학생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어린 나이에 형사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직 제대로 인격 형성이 되기 전인 어린 나이에 전과자를 만드는 것은 결코 가해 학생 본인을 위해서도,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아이들이 형을 살고 나온 뒤에는 그야말로 낙인 찍힌 인생을 살 가능성이 크며 성인이 돼서도 범죄의 길로 빠질 가능성이 큰데 이는 모두에 불행한 일이라는 것이다. 당장 피해 학생 측에서 볼 때는 엄벌에 처하고 싶겠지만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미성년자에 대한 형벌보다는 교화가 세계적 추세이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형사책임 연령을 오히려 높일 것을 권고하는 등의 상황을 감안할 때 당장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을 막는 것이지 가해 학생을 벌주자는 게 아닌 만큼 논의의 핵심을 폭력 예방에 둬야 한다는 측면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역시 있다.
생각하기
학교폭력 문제에 접근할 때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궁극적 목표는 물론 학교폭력을 없애고 피해 학생들이 입은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충분히 치유하는 것이다. 14세가 안 된 가해 학생을 형사처벌 하는 것이 옳은가 여부도 이런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만 한다.
만약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학교 내 폭력 행사를 상당히 자제한다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마치 사형제도가 범죄 발생을 줄이는지에 대한 논쟁만큼 결론이 쉽지 않은 주제다. 인과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랜 시간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처벌 가능성이 교내 폭력행사를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조치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조치가 당장 피해자나 그 가족의 분풀이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당사자에게도, 사회 전체로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처벌 가능성이 교내 폭력 행사를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은 다른 쪽에서 해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우선 학교 내에서, 혹은 방과 후에 아이들이 폭력 현장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학교와 각 가정, 지역사회는 물론 필요할 경우 경찰력까지도 동원돼야 할 것이다. 특히 잠시 반짝하고 마는 식이 아니라 지속적인 감시와 예방이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형사범으로 유죄선고를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교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가해 학생이 진정으로 뉘우치고 잘못을 깨닫게 하는 것이 결국 가해 학생은 물론 피해 학생에게도, 사회 전체적으로도 가장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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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월 8일자 보도기사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들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제재하는 한편 형사사건에서 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검찰청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개최한 ‘학교폭력 근절대책 세미나’에서다. 이날 이례적으로 행사에 참석한 한상대 검찰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해 깊은 책임의식을 갖고 자체적으로 대처 방안을 강구해 왔다”며 “학교폭력은 범죄와 같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어린 학생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근절 의지를 내보였다.
법무부와 일선 검사, 학계 및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등 유관기관 전문가 등 참석자 15명은 “전시성 대책은 무의미하다”며 “학생인권조례에 교수권을 명시하는 방식 등으로 교권을 확립하고 대안교육기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처벌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인성교육이 체계화되기 전까지 일시적인 징벌이 불가피하다고 한 반면 또 다른 참석자들은 처벌 위주 대신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청 범죄예방위원인 고금자 경기대 교수는 “가해학생들을 장기적으로 돌볼 수 있는 인성교육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찬 "피해자보다 가해자 입장 먼저 고려해선 안돼"
반 "한때 잘못으로 평생 범죄자 낙인 찍혀선 곤란"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예방책으로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폭력은 점차 흉포화·저연령화하고 있는데 형법이 형사처벌 가능 연령대를 만 14세 이상으로 제한해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처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주장은 특히 직접적인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은 학생이나 가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범죄에 대해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범죄 예방 효과 또한 증명된 바가 없는 데다 비교육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적 차원의 처벌 강화 대책만을 내놓았고 형사처벌 연령 하향 조정은 이번엔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는 상황이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조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알아본다.
찬성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말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기존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것을 핵심으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14세 미만자의 범죄가 날로 흉포화됨에 따라 각계각층에서 이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있어왔다”면서 “2007년 12월 소년법을 개정해 소년보호 사건의 대상 연령을 종래 12세에서 10세로 하향 조정했지만 형법상 책임 연령은 하향 조정되지 않아 이에 대한 불균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와 관련, 2010년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제시한 바 있다. 학교 폭력 종합대책 마련을 위해 최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초청한 피해 학생 및 상담교사들도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피해 여고생은 “학교폭력도 범죄인 만큼 학생이라고 해서 예외가 돼선 안 된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청소년비행예방센터의 강성수 교사도 “청소년 지도에는 일관된 규범과 질서 확립이 중요한데, 현행 가해 학생 처벌은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잠깐의 잘못으로 가해 학생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은 가혹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가해자에게는 잠깐의 잘못이지만 상대방 피해 학생이 받는 고통은 평생 갈 수도 있는데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피해자의 고통보다는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식이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
학교폭력으로 2주간 특별교육을 받은 한 중학생은 “극기훈련 등 지금까지의 처벌과 가르침으로 내 행동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충분히 뉘우쳤다”며 “한때의 잘못된 행동으로 영원히 ‘빨간 줄’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관계자도 “가해 학생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어린 나이에 형사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직 제대로 인격 형성이 되기 전인 어린 나이에 전과자를 만드는 것은 결코 가해 학생 본인을 위해서도,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아이들이 형을 살고 나온 뒤에는 그야말로 낙인 찍힌 인생을 살 가능성이 크며 성인이 돼서도 범죄의 길로 빠질 가능성이 큰데 이는 모두에 불행한 일이라는 것이다. 당장 피해 학생 측에서 볼 때는 엄벌에 처하고 싶겠지만 좀 더 큰 틀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미성년자에 대한 형벌보다는 교화가 세계적 추세이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형사책임 연령을 오히려 높일 것을 권고하는 등의 상황을 감안할 때 당장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낮추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을 막는 것이지 가해 학생을 벌주자는 게 아닌 만큼 논의의 핵심을 폭력 예방에 둬야 한다는 측면에서 반대하는 사람도 역시 있다.
생각하기
학교폭력 문제에 접근할 때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궁극적 목표는 물론 학교폭력을 없애고 피해 학생들이 입은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충분히 치유하는 것이다. 14세가 안 된 가해 학생을 형사처벌 하는 것이 옳은가 여부도 이런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만 한다.
만약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학교 내 폭력 행사를 상당히 자제한다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마치 사형제도가 범죄 발생을 줄이는지에 대한 논쟁만큼 결론이 쉽지 않은 주제다. 인과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랜 시간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처벌 가능성이 교내 폭력행사를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는 조치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조치가 당장 피해자나 그 가족의 분풀이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당사자에게도, 사회 전체로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처벌 가능성이 교내 폭력 행사를 줄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은 다른 쪽에서 해답을 찾는 수밖에 없다. 우선 학교 내에서, 혹은 방과 후에 아이들이 폭력 현장에 노출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학교와 각 가정, 지역사회는 물론 필요할 경우 경찰력까지도 동원돼야 할 것이다. 특히 잠시 반짝하고 마는 식이 아니라 지속적인 감시와 예방이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형사범으로 유죄선고를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교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가해 학생이 진정으로 뉘우치고 잘못을 깨닫게 하는 것이 결국 가해 학생은 물론 피해 학생에게도, 사회 전체적으로도 가장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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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월 8일자 보도기사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들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제재하는 한편 형사사건에서 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검찰청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서 개최한 ‘학교폭력 근절대책 세미나’에서다. 이날 이례적으로 행사에 참석한 한상대 검찰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해 깊은 책임의식을 갖고 자체적으로 대처 방안을 강구해 왔다”며 “학교폭력은 범죄와 같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어린 학생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근절 의지를 내보였다.
법무부와 일선 검사, 학계 및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등 유관기관 전문가 등 참석자 15명은 “전시성 대책은 무의미하다”며 “학생인권조례에 교수권을 명시하는 방식 등으로 교권을 확립하고 대안교육기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처벌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인성교육이 체계화되기 전까지 일시적인 징벌이 불가피하다고 한 반면 또 다른 참석자들은 처벌 위주 대신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청 범죄예방위원인 고금자 경기대 교수는 “가해학생들을 장기적으로 돌볼 수 있는 인성교육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