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무상복지· 한미FTA… '대한민국을 달구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112/2011122239861_2011122334791.jpg)
# 복지갈등
2011년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는 복지였다. 뜨거운 한여름 무상급식 반대의 중심에 섰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33.3%)을 넘기지 못해 무효되면서 시장직을 물러났다. 복지 포퓰리즘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 후 첫 번째 결재는 초등학교 5, 6학년 무상급식 예산지원안 사인이었다. 주민투표 무산으로 2014년까지 서울지역 공립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 80여만명에게 전면 무상급식이 실시된다. 연간 예산은 4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무상급식 후폭풍은 정치권을 강타했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던 한나라당도 복지와 분배에 무게 비중을 높여가는 형국이다. 무상급식은 복지갈등의 한 사례일 뿐이다. 특히 내년엔 총선과 대선이 겹쳐 있어 복지 포퓰리즘의 유혹과 논란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복지가 바탕이 되는 풍요로운 사회는 모두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다. 여기엔 보수·진보가 있을 수 없고, 여당·야당이 다를 수 없다. 다만 ‘복지=재원, 재원=세금’의 등식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문제다.
# 한·미 FTA
11월22일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야당은 국회 내에 최루탄을 터뜨리며 한·미 FTA 비준을 강력히 반대했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체결됐으나 국회 비준을 놓고는 체결 주도 측이 비준을 반대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핵심은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였다. ISD는 FTA를 맺은 양측의 기업이나 개인투자자가 상대국의 불합리한 정책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제3의 기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야당은 ISD가 국가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고, 정부와 여당은 ISD가 글로벌스탠더드라고 맞섰다. 정치권의 논란이 격해지면서 괴담도 난무했다. 한·미 FTA로 맹장수술비가 900만원이 된다, 한·미 FTA 땐 빗물을 받아쓰게 된다, 수입쇠고기로 인간 광우병이 생긴다 등등 흉흉한 루머가 인터넷을 떠돌았다. 논란이 거셌지만 우리나라는 한·미 FTA로 세계의 경제영토를 크게 확장했다. 유럽연합(EU) 미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3곳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다. FTA는 기본적으로 양국 간 관세를 없애고 투자를 자유롭게 한다. 현재 전 세계 교역량의 절반 정도는 FTA를 통해 이뤄진다. FTA의 핵심 키워드는 개방과 경쟁이다.
# 무역 1조달러
수출은 한국경제발전의 핵심 엔진이다. 한국경제가 글로벌시장에서 부러움을 사는 것은 기본적으론 1960년대부터 일관되게 추진해온 수출 덕이다. 한국이 수출 강국임을 입증하는 의미 있는 숫자가 나왔다. 연간 무역규모(수출+수입) 1조달러 돌파가 바로 그것이다. 산업불모지에서 출발한 우리나라는 12월5일 사상 처음으로 연간 무역이 1조달러를 넘어섰다. 정부는 연말까지 수출 5570억달러, 수입 5230억달러로 올 무역 규모가 1조8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조달러 돌파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4만달러에 달하는 통상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선진국 반열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한 나라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번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중 무역 1조달러 고지를 밟은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물론 위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가경제를 지탱하고 경기회복을 이끈 건 언제나 수출이었다.
# 한류 열풍
2011년 지구촌은 한류에 열광했다. 지난해 일본 등 아시아권을 달궜던 K팝 열기는 2011년엔 유럽 남미로 종횡무진 퍼져나갔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원더걸스, 지드래곤 등 K팝에 세계의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같이 노래 부르고, 같이 춤을 추면서 코리아라는 이미지도 각인됐다. 컬러링 및 벨소리 등 디지털 음원의 매출도 급증했다.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등은 말 그대로 돈방석에 올랐다. K팝을 부르는 아이돌그룹은 가요 기획사들이 3~6년간 철저한 훈련으로 빚어낸 상품이다. 그들의 노래와 춤이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류가 문화수출의 선봉에 선 것이다. 신한류는 디지털이 만들어준 선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와 SNS인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한류 콘텐츠가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를 녹여내는 융합력이 한류의 최대 매력이다. 세계 음악시장에서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는 미국의 팝을 꼽는데, K팝은 서양의 팝을 동양적으로 세련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부침이 심한 것이 인기다. 한류의 지속적 확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 생산이 필수다.
# 안철수 신드롬
2011년 대한민국 기성 정당엔 경종이 울렸다. 경종을 울린 주인공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그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자신보다 지지율이 현저히 낮은 박원순 후보를 밀어 당선시켰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처럼 몰아닥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에 기존의 정치권은 맥없이 흔들렸다. 지난 수년간 웬만한 외풍에도 굳건히 버텨오던 박근혜(전 한나라당 대표) 대세론도 일순간에 무너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도 못내는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안풍은 단순히 바람이 아닌 세력임을 입증해 보이면서 야권의 대권주자로 우뚝 섰다. 그가 내년 총선후보로 나오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그는 여전히 대권의 유력후보다. 안철수 신드롬의 본질은 소통과 배려다. 바닥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은 실체가 없는 공허한 허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