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는 독약인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오해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오해들

[Cover Story] 시장이 제대로 작동해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2008년 미국을 강타한 금융위기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켰다.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탐욕스럽고 부도덕하며, 부자들은 가난한 이들을 희생시켜 더 큰 부자가 된다. 시장이 개방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는 무자비하게 내팽개쳐지고, 공기업의 민영화는 가격 인상을 초래해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비난이 거세다. 배우고 성공한 사람들조차도 이런 오해에 한몫 거들며, 학교에서도 반기업 정서가 적지 않다.


# 신자유주의는 독약인가

‘자본주의는 도덕적인가’하는 질문은 오랜 시간에 걸쳐 논란이 돼왔다. 비판가들은 미국 금융위기의 한 원인인 금융사의 약탈적 대출 관행, 대형 금융 피라미드 사기사건, 대규모 회계부정, 일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천문학적인 연봉 등을 들어 자유시장은 승자가 독식하는 정글이라고 말한다. 시장경제에서 부정적 행위들이 나타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부정행위는 꼭 시장경제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경제는 다른 어떤 대안보다 더 도덕적이다. 시장경제는 협력과 민주주의, 자유로운 선택 등의 도덕적 가치를 고양시켜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인다.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인 마이클 노박은 “자본주의는 마르크스의 주장처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시장의 교환, 이익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요소는 자본주의 이전에도 존재했다. 자본주의 경제를 특징짓는 요소는 새로운 재화를 개발하고 대중에게 효율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교환을 통해 타인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비로소 자기 욕구도 만족시킬 수 있는 자본주의가 등장한 후로 소득, 생활수준, 수명 등 인류의 삶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신용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몇십 년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부가 팽창한 시기였다.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1982년부터 2007년 사이 무려 15배가 늘었다. 서민들이 사는 주택가격도 평균 6만9000달러에서 24만7000달러로 높아졌다.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사치품들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물질적 행복이 커짐에 따라 사람들의 도덕적 수준도 높아졌다.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국민들을 빈곤으로 몰아온 북한이나 베네수엘라, 옛 소련과 비교해 보라. 노박은 “국민 인권을 보호하는 지구상의 모든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남을 희생시켜 부를 쌓는다?

경제적 재앙이 닥쳤을 때 흔히 사람들은 민간 부문, 특히 부자들에게 화살을 돌린다. 요즘 부자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난이 거센 것처럼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구두쇠 부호(富豪)’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부자들이 더 큰 부자가 된 것은 사실이다. 자본주의 비판가인 바버라 에런라이히는 “부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하류층을 늘려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비겁한 상류층”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다른 측면을 살펴보자. 부자들은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부모 덕분에 부자가 된 사람도 있지만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부자가 된 사람이 훨씬 많다. 페이스북을 맨 처음 만든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등 혁신을 통해 세상을 편리하게 만든 사람에 큰 보상이 주어지는 게 이상한 일일까.

1972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은 부유한 상인 계층을 형성하고 있던 인도인들을 추방했다. 그는 세금을 회피하고 이익을 재투자하지 않는다며 이들을 우간다 경제를 좀먹는 ‘흡혈귀’라고 비난했다. 그 결과 8000여명의 인도인들이 고국으로 되돌아갔다. 그 뒤 어떻게 됐을까. 우간다 경제는 무너졌으며, 10여년 후 수만명의 국민들을 학살한 아민은 망명자 신세로 전락했다. 대부분의 부자들은 남을 희생시켜 부를 쌓는 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부를 쌓는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임금을 주는 사람들을 괴롭히면서 임금을 받는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다”고 했다. 경제학자인 벤 스타인은 “부자들을 향한 질투를 사회정책의 수단으로 삼은 사회는 어디서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신자유주의는 독약인가

최근의 경제위기는 금융자본의 탐욕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정부의 막강한 권력이 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라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그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장기 저금리 정책이 주택거품을 일으킨 데다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가 이를 부추겼으며 △감독기관들이 금융회사들에 시가평가 회계를 강요함으로써 금융사들의 부실을 가속화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를 공격하는 쪽에서는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레이건 전 미 대통령과 대처 전 영국 총리 집권 당시에서 보듯 노동자를 억압하며, 미국의 경제 식민지를 전파하는 이념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하이에크 등이 지적했듯 사유재산권과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고 자유시장과 자유무역, 규제완화, 법에 의한 통치 등을 통해 민간의 혁신을 북돋워 인간의 역사를 발전시켜온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장경제가 완벽한 건 아니다. 금융위기로 자유시장에 대한 신봉은 상당부분 무너졌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계획경제보다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신장시키고 물질적 삶도 고양시켰다. 강남 좌파처럼 시장경제의 수혜자가 자본주의를 매도하는 건 경제위기가 낳은 역설이기도 하다. 슘페터가 설파했듯 인간의 삶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진화한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인류는 과거처럼 이번 위기에서도 지식과 기술을 재창조해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지혜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의 경제위기도 어쩌면 ‘창조적 파괴’의 한 과정일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책;

*스티브 포브스《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How capitalism will save us)》

*밀턴 프리드먼《자본주의와 자유》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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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는 탐욕아니라 '신뢰'가 바탕

[Cover Story] 시장이 제대로 작동해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1980년대 나온 할리우드 영화 ‘월스트리트’는 자유시장의 어두운 측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기업사냥꾼인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 분)는 돈만 아는 부도덕하고 탐욕스런 인간이다. 그러나 영화와 달리 자유시장에서 매일 일어나는 거래의 대부분은 실제로는 탐욕과는 반대의 이유로 발생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거래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구두 약속이나 문서를 바탕으로 ‘신뢰망’ 속에서 협력하기 위해 거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신뢰 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고객은 상품을 얻은 후 대가를 지불하고, 노동자는 사업주로부터 매달 월급을 받는다. 이런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없다면 경제도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어떤 시장에서도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면 사고팔 수도, 부를 창출할 수도 없다.

자본주의가 탐욕을 기반으로 한다는 주장은 주로 정치인들이 경제정책의 도덕성을 강조하기 위해 활용한다. 예컨대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는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식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정책은 생산적인 혁신에 투자돼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은 부를 형성해야 할 자본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