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 전환…처우 개선
#복지 포퓰리즘 논란
[Focus] 공공부문 비정규직 9만7000명 내년 정규직 전환
내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9만7000여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상여금과 교통비 등 각종 처우 개선에 2600억원의 정부 돈이 새로 투입된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를 통해 민간기업도 정규직 전환을 늘리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기업들은 “고용유연성 없는 정규직화는 기업 부담만 늘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나라당은 지난달 28일 당정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및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개선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데, 이들이 임금이나 복지 분야에서도 차별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차별을 점차 줄여 최종적으로는 공공기관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기계약직 전환…처우 개선


정부는 내년 말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34만1000여명 가운데 학교 조리사, 우편물 구분원 등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9만7000여명을 사실상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정규직 전환시 비정규직 근무 경력이 호봉 등으로 인정되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 포퓰리즘 논란

정부는 이날 고용차별 개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이를 바로 공공부문에 적용하기로 했다. 민간에도 적용될 가이드라인은 근무복 명절선물 등 현물급여와 상여금, 구내식당 통근버스 보육시설 주차장 등 편의시설, 명절휴가 등 법정휴가 이외의 휴가 등에 있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1년 이상 근무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8만6000여명에게 3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가 지급된다. 또 약 8만명에게는 명절휴가비 등 상여금이 지급된다. 조리사 등 학교종사자 13만여명에게는 각종 수당을 인상하거나 신규 지급하고 우편물 구분원에게도 작업복 및 안전화를 지급하는 등 처우를 개선키로 했다.

복지포인트 지급과 처우 개선에 매년 2600억원의 재정이 새로 투입될 예정이다. 정규직 전환 이후 퇴직금 증가나 각종 상여금 등은 각 부처 및 공공기관들이 자체 사업비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차별 철폐 가이드라인을 공공부문에 먼저 적용하면서 현재 600만명에 달하는 민간기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유도하고 처우 개선도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우리 사회의 현안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해 전향적으로 대책을 마련했다”며 “사회 전반에 불합리한 격차와 차별을 개선하는 상생과 협력의 노사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국민세금으로 공공부문 직원 숫자만 늘려 과도한 복지분야 지출이라는 포퓰리즘 논란이 제기된다. 특히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도 공공부문에서 6만902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에 빗대 내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비정규직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일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고 있는 야권에 맞서 한나라당도 포퓰리즘 정책 수립에 적극 나섰다는 해석이다. 공공부문의 취업문이 더욱 좁아져 청년실업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의 실천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정광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당사자들과 협의로(정규직화) 규모, 실효성 확보 방안 등을 결정해야 한다”며 “특히 이번 대책은 법적 강제 조치도 미진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태웅/도병욱 한국경제신문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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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도 가이드라인 압박… 재계 "고용창출 의지 꺾는 조치"
"고용 유연성부터 높여라" 반발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키로 한 데 이어 민간부문에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자 재계는 “기업의 고용 창출 의지를 꺾는 본말이 전도된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개선 가이드라인’은 동일 사업장 내 근로자 간의 차별 해소가 주요 골자로, 비정규직과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 현장에서는 “현실을 알지 못한 채 기업에 부담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자동차 회사 노무담당자는 “현재 현대차의 사내하도급에 관한 법정공방이 진행 중”이라며 “아직 최종적인 법적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이드라인 같은 것으로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선 사내하도급 근로자 중 일부를 정규직화하라고 하지만 형평성 문제도 있고,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현장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계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민간 기업들은 업무 특성과 인력 활용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규직화를 결정해야 한다”며 “더구나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획일적인 정규직화 등의 문제보다 신규 고용을 통해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인철 경총 본부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고용 관련 규제를 푸는 것이 우선인데 정부는 고용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고용 및 노동유연성 제고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새로운 규제들이 나오면 기업의 일자리 창출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황 본부장은 또 “노동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현행법을 개정해 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시간제 근로 확대와 기업 내 업무부진자 정리해고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한국경제신문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