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자부심과 희망줬으니 예외인정을”

“한번 예외를 두다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것”


한국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가 국내 프로야구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복귀는 올해 600만명 관중시대를 연 프로야구계에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투수 최다승인 124승을 기록한 그가 국내 프로야구에서 뛴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선수가 내년부터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데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우선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조항이 문제다.

KBO는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해외무대로 진출한 선수가 국내로 복귀하려면 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위 ‘2년 유예’ 규정을 1998년 만들었다. 고교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이 규정을 적용하면 박 선수는 내년에는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없고 2013년이 돼야 가능하다.

또 다른 걸림돌은 야구규약 105조4항이다.

이 조항은 특정 구단이 해외파 선수를 특별지명하려면 신인지명에서는 1차 지명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재 박 선수는 당초 연고가 있는 한화가 적극적으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규정대로라면 한화는 박찬호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에 신인유망주 영입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한화는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 때 유일하게 한화만 선수를 지명하지 못했다며 박 선수도 영입하고 신인지명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찬호 선수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소위 ‘박찬호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 특별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찬성

찬성하는 측은 박찬호 선수의 경우 일반 다른 선수들과 같은 차원에서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든다.

박찬호는 1994년 어깨 하나만 믿고 혈혈단신 태평양을 건너가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디딘 후 17년 동안 아시아인 최다승을 거두는 위업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후 고교 루키들이 봇물처럼 태평양을 건넜지만 성공한 선수는 추신수 정도뿐이어서 박찬호의 124승은 더 값지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찬성론자들은 박 선수가 내년도부터 바로 국내 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하고 한화에도 박 선수 영입과 함께 신인 1차 지명권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야구 은퇴 선수들의 모임인 일구회도 최근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국민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줬다”며 “KBO는 특별법을 제정해 박찬호가 국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찬성 측은 박찬호가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국내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이들은 박 선수의 국내 무대 등장은 단순한 승수 쌓기 개념이 아니라 프로야구 흥행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년에는 이승엽 김태균 등도 일본 무대에서 복귀해 박 선수까지 가세한다면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볼거리가 가득해지는 만큼 프로야구 전체를 위해서 박 선수의 조건 없는 영입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선수가 내년부터 국내에서 뛰는 것은 찬성하지만 이 같은 예외는 박 선수에게 돌아가면 충분하지 한화 구단이 추가로 신인 지명까지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리라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한다.

박 선수가 한화 소속으로 내년부터 합류하되 한화는 신인지명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반대

반대하는 측은 박 선수가 한국 프로야구는 물론 국위를 선양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만을 위한 특혜를 주는 것은 다른 해외파 선수들의 입장을 감안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더욱이 앞으로도 추가로 메이저리그 등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많은데 그런 선수들이 국내에 복귀할 때마다 예외조항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것이다.

박 선수가 더 이상 해외 프로야구에서 활동하기 어려우니 국내 무대로 돌아오는 것인데 그런 그를 위해 특별법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박 선수가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끝낼 때 많은 팬들이 국내 복귀를 희망했지만 그는 일본행을 택했고 결국 일본에서조차 성적 부진으로 구단에서 퇴출당하자 할 수 없이 한국행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런 박 선수가 이제와서 “대한민국 사람인데 왜 한국에서 뛸 수 없냐”고 당장 복귀하게 해달라고 조르는 것은 아무리 그간의 공을 인정한다고 해도 다소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야구팬은 “박 선수가 외환위기 때 국민에게 희망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일방적인 희생은 아니었고 돈도 많이 벌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도 누렸는데 이제와서 일방적으로 서운하다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선수가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것이 좋다는 측면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그래도 아직 한국 야구의 영웅으로 남아 있는 그가 국내 팬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난타를 당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지금 은퇴를 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낫다는 것이다.


생각하기

박 선수의 국내 복귀는 프로야구에 활력과 재미를 더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박 선수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하면서 한국인으로서 국위를 선양하고 그런 점에서 국가를 위해 공헌한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점과 박 선수 한 개인을 위해 수많은 야구인들이 지켜야 하는 규정을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작은 규정이라고 해도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은 언제나 중요하다.

국내 다른 프로야구선수들의 입장을 봐서도 그렇다.

박 선수는 사실 40세에 가까운 나이로 볼 때 국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를 포함한 야구관계자들과 팬들도 대부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의 국내 무대 복귀는 그래서 성적보다는 상징성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박 선수가 진정 선수생활을 국내에서 끝내고 싶다면 그가 국내 무대에 뛰는 시점은 꼭 서둘러 내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박 선수와 한화구단이 당장 내년부터 뛰게 해주고 구단은 신인지명도 동시에 하게 해달라고 조를 필요가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오히려 박 선수 스스로 한국 프로야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기존 KBO의 규정을 묵묵히 따라 가능한 시점에 가능한 조건으로 국내 무대에 복귀하겠다고 밝힌다면 온 국민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환영할 것이다. 설사 그가 국내 복귀 첫 경기에서 1회부터 무수한 안타를 맞고 강판된다 하더라도.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한경닷컴 11월3일자 보도기사>

2012년 한국프로야구에서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모습을 볼 수있게 됐다. 지난 2일 서울 야구회관에서는 ‘박찬호 특별법’에 대한 9구단 단장단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박찬호의 국내무대 복귀에 긍정적인 뜻이 모아졌다.

단장 회의를 마친 노재덕 한화 이글스 단장은 “박찬호가 한국야구에 있어서 상징적인 점을 감안해 내년에 한국에서 뛰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희소식을 전했다.

이어 “이제 절차장으로 사장단이 모이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되면 내년에 한국에서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장단 회의 때 최종 결정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2010년 미국프로야구 생활을 정리하고 이승엽과 함께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부진한 성적과 부상으로 인해 1승만을 건진 채 일본프로야구 생활을 마쳤다.

한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박찬호의 국내 리그 복귀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2012년 국내 리그에서 활약할 박찬호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