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중국 우주軍 시대 연다"...'우주굴기' 경계령
지구에서 343㎞ 떨어진 우주에서 중국의 우주정거장과 우주선이 맞닿았다.

우주정거장인 톈궁(天宮·하늘의 궁전)1호에 우주선 선저우(神舟·신의 배) 8호가 도킹한 것이다. 지난 3일 새벽 1시36분(한국시간 새벽 2시36분) 중국의 첫 우주 도킹이 성공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본 중국 대륙은 환호에 휩싸였다.

전 세계의 시선도 중국이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독자적 우주선 도킹 기술을 확보하는 ‘우주 굴기’에 주목했다. 중국은 1970년 첫 인공위성인 둥팡훙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1992년 당시 장쩌민 총서기 주도로 ‘유인우주선 발사’ ‘우주공간에서의 도킹과 우주인 체류’ ‘우주정거장 운영’의 3단계 계획을 세우고 국가적으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국은 이번 도킹 실험으로 지상 343㎞ 상공에서 우주선을 오차 18㎝ 범위 안에서 조종할 수 있는 초정밀 제어 기술을 선보이며 경제 대국의 힘을 토대로 우주 강국으로 부상했다.

앞서 지난 9월29일 중국은 우주정거장 실험모듈 톈궁1호 발사에 성공한 뒤 지난 1일엔 선저우8호를 쏘아올렸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정부의 강력한 우주정책 드라이브로 빠른 기간에 압축적인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1992년 9월21일 장쩌민 총서기 주도로 수립한 ‘921공정’이 중국 우주개발 전략이 핵심전략이다.

1999년 첫 우주선 발사 성공 후 11년 만에 우주정거장 건설 기반까지 닦으면서 중국은 우주 도전 시기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우주 활용 시대를 열게 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도킹 성공은 2003년 중국의 첫 유인우주선 발사 성공에 버금가는 중국 우주개발의 역사적 사건”이라며 “1970년 중국의 첫 인공위성 발사에서 시작된 40여년의 우주탐색 꿈이 실현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총알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던 우주 비행체가 궤도를 맞추고 속도를 줄이며 맞물리는 도킹기술은 우주정거장에 우주인과 화물 등을 보내기 위한 핵심기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2020년까지 독자적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우주 야망을 향한 가장 중요한 관문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선저우8호와 톈궁1호는 결속된 상태에서 12일 동안 지구궤도를 비행한 후 도킹 기술 확보 차원에서 다시 한번 분리된 후 지난 14일 2차 도킹에 성공했다.

이번 도킹은 무인상태에서 진행됐지만 실제 우주인이 탑승한 것을 가정해 이뤄졌다.

좌석에 인간 모형 2개를 앉혀두고 심장박동과 혈압 체온 호흡 등 생체정보를 지상으로 실시간 전송했다.

유인도킹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확보한 것이다.

선저우8호에는 또한 17가지 실험을 할 수 있는 재료들이 실렸다.

무중력과 우주 방사능 환경에서 식물 어류 선충류 박테리아 인간 간세포 등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독일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펼친다.

또 75㎏ 몸무게의 로봇 인간 2명을 태웠고 몸에 인체대사 모형과 생리신호 장치 등을 장착해 지상통제소에서 신호를 받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2년에는 유인우주선 선저우9호·10호가 톈궁1호와 도킹한다.

우주인은 톈궁1호에 들어가 머무르며 과학실험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중국 우주프로그램 중 처음으로 여성 우주인 한명이 우주로 향해 톈궁1호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또한 톈궁1호보다 진전된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톈궁2호와 3호를 거쳐 2020년까지 무게 60t, 우주인 3명이 체류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계획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다.

일본의 중국 군사문제 전문가인 히라마쓰 시게오(平松茂雄) 전 방위연구소 연구실장은 중국의 잇단 우주개발 성공과 관련해 “톈궁1호의 발사 성공은 군사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중국경계론을 거론했다.

그는 “오랫동안 중국 군사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20년 전 일본 방위청이나 자위대에 중국의 미래 우주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비웃음 당했다”며 “그러나 이번 톈궁1호의 발사성공과 선저우8호의 우주 도킹은 일본인들로 하여금 큰 충격을 받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주공간 쟁탈은 누가 우주공간에서 우세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며 “미래 전쟁의 주력 부대는 대기층 밖의 ‘우주군’과 대기층 안의 ‘육해공군’으로, 이미 중국의 우주군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20년 일본과 미국 러시아 등이 공동 운영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퇴역하면 중국은 본격적인 독립 우주정거장을 운영하게 된다”며 “2020년에는 중국이 유일하게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우주 패왕’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미국은 중국의 우주개발사업에 대해 “미국의 기술을 불법적으로 빼내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한 청문회에서 백악관과 미 항공우주국(NASA)을 겨냥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우주개발 프로그램에서 협력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중국과의 협력은 미국의 경제 안보를 침해하고 오히려 중국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 7일 미국의 맹방인 호주에 위성이나 우주선을 추적하고 교신할 수 있는 지상국(ground station)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도킹 기술을 확보하는 등 우주 분야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미국이 기존처럼 우주 개발 분야에서 중국을 일방적으로 견제하기보다 협력하는 쪽으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jas@hankyung.com

---------------------------------------------------------

우주개발 투자, 中 늘리고... 美줄이고...

중국 정부는 1992년 유인 우주선 계획을 추진한 이래 지금까지 총 350억위안(6조1250억원)을 이 분야에 투입했다.

중국유인항천공정 판공실이 내놓은 수치에 따르면 1992년 유인 우주선 사업이 시작된 이후 2005년 처음으로 우주인을 태운 선저우(神舟) 6호를 발사할 때까지 1단계 사업에 총 200억위안(3조5000억원)이 들었다.

이후 2005년 제2단계 사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150억위안(2조6250억원)이 투자됐다고 북경신보(北京晨報)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유인항천공정의 총설계사 저우젠핑(周建平)은 과거 20년간 사용된 이런 비용은 미국이 우주개발에 사용하는 비용의 1년치에도 못미친다면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연간 예산은 170억~180억달러(18조8870억~19조9980억원)이라고 소개했다.

저우젠핑은 항공우주영역의 경우 1위안을 쓰면 나중에 7~12위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중국의 항공우주 사업은 중국 경제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익을 창출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올 7월 애틀랜티스호 비행을 끝으로 왕복비행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지금까지 우주왕복선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은 1137억달러로 추산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비용절감을 위해 당장의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끝내는 대신 2030년대까지 화성 유인 탐사를 새로운 우주개발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우주개발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미우주항공국(NASA)의 인력도 해마다 예산 배정액에 따라 수천명씩 감축될 운명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