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수수료, 해외명품 매장이 왜 더 싸지?
▶ 수수료 인하와 공정사회
☞ 요즘 각종 수수료를 둘러싸고 사회적논란이 거세다.
백화점 입점업체나 소비자, 정부 당국은 백화점에 매장을 여는 대가로 기업들이 백화점 측에 내는 수수료,신용카드 수수료, 은행의 각종 업무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며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사나 백화점업체, 은행들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피켓을 앞세운 미국의 금융자본 반대 시위가한국으로도 불똥이 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공정위가 샤넬, 구찌 등 명품업체들이 백화점 측에 내는 판매 수수료를 조사해 발표한 것은 백화점이 입점업체들로부터 걷는 수수료를 낮춰보자는 의도다.
공정위는 명품업체들의 수수료는 국내 유명 브랜드 매장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고 밝혔다.
쉽게 얘기하면 왜 해외 명품업체는 수수료를 싸게 해주고 국내 업체엔 수수료를비싸게 받느냐, 그건 공정하지 않으니 국내업체들의 수수료를 낮추라는 얘기다.
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업체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압박은 정말 우려스런 일이다.수수료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경제교과서를 들쳐보자. 정부가 모든 상품과서비스의 가격 및 생산량을 결정하는 계획경제가 아닌 한 ‘수수료’도 시장에서의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A라는 백화점이 장사가 잘되면 많은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입점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설 것이다.
반대로 장사가 안되는 B백화점은 입점하려는 업체가 없어 수수료를 A백화점보다 크게 낮춰야만 입점업체를 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A백화점의 수수료를 B백화점 수수료 수준으로 낮추는게 공정(公正)이나 사회정의에 부합할까.입점업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C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은 소비자들이 열광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백화점들은 이 업체의 점포를 유치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백화점 내에 이 매장이 있어야 고객들이 많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화점 측으로선 수수료를 안 받을테니 매장만열어달라고 할 수도 있다.
반대로 D업체의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D사는 장사가 잘되는 백화점에 매장을 내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싶어한다.
하지만이 백화점엔 입점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서 수수료를 많이 주지 않고선 백화점에매장을 낼 수 없다.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해외 명품업체의 백화점 수수료가 싼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인기가 있고 시장에서 파워가있는 까닭에 대접을 받는 것이다. 만약 백화점 판매 수수료가 모두 동일하다고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유명 백화점에매장을 내려는 기업은 끗발이 있는 백화점관계자에 줄을 대거나 뇌물을 주는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백화점 임직원들은 경쟁력있는 회사 제품을 찾기 보다는 뒷돈을많이 내는 업체만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되면 백화점은 그렇고 그런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소비자들은 점차 외면할 것이다.
백화점 영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아니라 정부가 민간 기업의 가격결정에 깊숙이 간여하는 건 옳지 않다.
시장기능 활성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가 설립 목적인 공정위는 경제 교과서가가르치는 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조차 모르는 것일까.
예전에 한 관료가 “관료는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일할 뿐) 영혼이 없다”
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철학이 바뀌고, 영혼도 파는관료라면 믿을 수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사가 제정한 국내 최고의 경제학상인 다산경제학상을 올해 수상한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의 시장개입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정부의 개입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며 “민간의 혁신을 북돋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시장경제 시스템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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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이야기 ⑪- 환율과 자본시장
환율은 주식·채권시장에도 큰 영향력
우리돈과 외국돈의 교환비율인 환율은 실물 경기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자본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처럼 경제가 대외적으로 거의 완전 개방된 나라의 경우 환율의 영향력은 크다.
외국 투자자의 돈이국내 자본시장에 흘러들어오거나 빠져나감으로써 주식이나 채권 가격이 출렁거리는 것이다.
외국인은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가운데 하나다.
금융감독원에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한 자금은 9월 말 현재 상장주식 339조원,채권 85조원 등 무려 424조원에 달한다.
먼저 주식시장을 살펴보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또 어떤 종목에 많이 투자했는지는 매일매일 알 수 있다.
한국거래소(KRX)는국내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는 물론외국인의 매도와 매수 현황을 매일 발표한다.
또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과 순매도 상위 종목도 발표하고 있다. 한국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자산운용사나 금융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한국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을 모아 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 자금으로 한국 주식을 산다.
그런데 외국인의 한국 주식 투자는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영업실적과 전망이나 재무구조 외에도 환율이 큰 영향을미친다.
원화의 가치가 하락 추세(즉 환율은 상승 추세)라고 해보자.
예를 들어A라는 외국계 펀드가 한국의 B라는 상장사에 110억원을 투자할지 말지를 고민중이다.
그런데 원화 환율이 현재 달러당 1100원에서 조만간 1200원으로 오를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면 A 펀드는 환율이 오를 때까지 투자를 늦출 것이다.
지금 투자하면 1000만달러(1달러=1100원)가 필요하나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916만달러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환율이 하락 추세라면 A펀드는 B사에 대한 투자를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이익일 것이다.
반대로 이미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이라고 생각해보자.
외국계 C펀드는 D사 주식 110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C펀드는 환율이 1달러=1100원일 때1억달러를 투자해 D사 주식을 샀다.
그런데 투자한 이후 D사 주가는 변함이 없고 환율이 올라 1달러=1200원이 됐다면C펀드가 D 주식을 팔면 손해다.
왜냐하면 D사 주식을 팔면 110억원이 수중에들어오는 데 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916만달러 밖에 얻을 수 없어서다.이처럼 외국인들은 투자대상국 화폐가치가 쌀 때, 즉 환율이 높을 때 주식을 사서 투자대상국 화폐가치가 비쌀 때, 다시말해 환율이 투자시점보다 낮아질 때 주식을 파는 게 이익이다.
이를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환차익)이라고 한다. 만약투자를 거꾸로 한다면 환율변동에 따른손해(환차손)를 본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채권투자자들도 원화 환율이 높을 때 한국채권을 사서 환율이 낮을 때 팔면 채권투자에 따른 이익 외에 환차익을 덤으로얻을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들은 환율전망을 주의깊게 살펴가며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하게 된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많이 몰려온다면 주식이나 채권 가격은 강세를 띨 것이고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면 주식이나 채권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이다.
국내 증권 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동향에 민감한 것도 외국인의 시장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 수수료 인하와 공정사회
☞ 요즘 각종 수수료를 둘러싸고 사회적논란이 거세다.
백화점 입점업체나 소비자, 정부 당국은 백화점에 매장을 여는 대가로 기업들이 백화점 측에 내는 수수료,신용카드 수수료, 은행의 각종 업무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며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사나 백화점업체, 은행들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피켓을 앞세운 미국의 금융자본 반대 시위가한국으로도 불똥이 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공정위가 샤넬, 구찌 등 명품업체들이 백화점 측에 내는 판매 수수료를 조사해 발표한 것은 백화점이 입점업체들로부터 걷는 수수료를 낮춰보자는 의도다.
공정위는 명품업체들의 수수료는 국내 유명 브랜드 매장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고 밝혔다.
쉽게 얘기하면 왜 해외 명품업체는 수수료를 싸게 해주고 국내 업체엔 수수료를비싸게 받느냐, 그건 공정하지 않으니 국내업체들의 수수료를 낮추라는 얘기다.
백화점에 입점한 국내 업체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압박은 정말 우려스런 일이다.수수료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경제교과서를 들쳐보자. 정부가 모든 상품과서비스의 가격 및 생산량을 결정하는 계획경제가 아닌 한 ‘수수료’도 시장에서의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A라는 백화점이 장사가 잘되면 많은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입점하려는 업체들이 줄을 설 것이다.
반대로 장사가 안되는 B백화점은 입점하려는 업체가 없어 수수료를 A백화점보다 크게 낮춰야만 입점업체를 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A백화점의 수수료를 B백화점 수수료 수준으로 낮추는게 공정(公正)이나 사회정의에 부합할까.입점업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C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은 소비자들이 열광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백화점들은 이 업체의 점포를 유치하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백화점 내에 이 매장이 있어야 고객들이 많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화점 측으로선 수수료를 안 받을테니 매장만열어달라고 할 수도 있다.
반대로 D업체의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다.D사는 장사가 잘되는 백화점에 매장을 내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싶어한다.
하지만이 백화점엔 입점을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서 수수료를 많이 주지 않고선 백화점에매장을 낼 수 없다.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해외 명품업체의 백화점 수수료가 싼 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인기가 있고 시장에서 파워가있는 까닭에 대접을 받는 것이다. 만약 백화점 판매 수수료가 모두 동일하다고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유명 백화점에매장을 내려는 기업은 끗발이 있는 백화점관계자에 줄을 대거나 뇌물을 주는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백화점 임직원들은 경쟁력있는 회사 제품을 찾기 보다는 뒷돈을많이 내는 업체만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되면 백화점은 그렇고 그런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소비자들은 점차 외면할 것이다.
백화점 영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아니라 정부가 민간 기업의 가격결정에 깊숙이 간여하는 건 옳지 않다.
시장기능 활성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가 설립 목적인 공정위는 경제 교과서가가르치는 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조차 모르는 것일까.
예전에 한 관료가 “관료는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일할 뿐) 영혼이 없다”
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철학이 바뀌고, 영혼도 파는관료라면 믿을 수 있을까.
한국경제신문사가 제정한 국내 최고의 경제학상인 다산경제학상을 올해 수상한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의 시장개입을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정부의 개입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며 “민간의 혁신을 북돋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시장경제 시스템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음미해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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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이야기 ⑪- 환율과 자본시장
환율은 주식·채권시장에도 큰 영향력
우리돈과 외국돈의 교환비율인 환율은 실물 경기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자본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처럼 경제가 대외적으로 거의 완전 개방된 나라의 경우 환율의 영향력은 크다.
외국 투자자의 돈이국내 자본시장에 흘러들어오거나 빠져나감으로써 주식이나 채권 가격이 출렁거리는 것이다.
외국인은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가운데 하나다.
금융감독원에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한 자금은 9월 말 현재 상장주식 339조원,채권 85조원 등 무려 424조원에 달한다.
먼저 주식시장을 살펴보자.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얼마나 투자했는지,또 어떤 종목에 많이 투자했는지는 매일매일 알 수 있다.
한국거래소(KRX)는국내 은행이나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는 물론외국인의 매도와 매수 현황을 매일 발표한다.
또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과 순매도 상위 종목도 발표하고 있다. 한국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자산운용사나 금융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한국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을 모아 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 자금으로 한국 주식을 산다.
그런데 외국인의 한국 주식 투자는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영업실적과 전망이나 재무구조 외에도 환율이 큰 영향을미친다.
원화의 가치가 하락 추세(즉 환율은 상승 추세)라고 해보자.
예를 들어A라는 외국계 펀드가 한국의 B라는 상장사에 110억원을 투자할지 말지를 고민중이다.
그런데 원화 환율이 현재 달러당 1100원에서 조만간 1200원으로 오를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면 A 펀드는 환율이 오를 때까지 투자를 늦출 것이다.
지금 투자하면 1000만달러(1달러=1100원)가 필요하나 환율이 1200원으로 오르면916만달러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환율이 하락 추세라면 A펀드는 B사에 대한 투자를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이익일 것이다.
반대로 이미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이라고 생각해보자.
외국계 C펀드는 D사 주식 110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C펀드는 환율이 1달러=1100원일 때1억달러를 투자해 D사 주식을 샀다.
그런데 투자한 이후 D사 주가는 변함이 없고 환율이 올라 1달러=1200원이 됐다면C펀드가 D 주식을 팔면 손해다.
왜냐하면 D사 주식을 팔면 110억원이 수중에들어오는 데 이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916만달러 밖에 얻을 수 없어서다.이처럼 외국인들은 투자대상국 화폐가치가 쌀 때, 즉 환율이 높을 때 주식을 사서 투자대상국 화폐가치가 비쌀 때, 다시말해 환율이 투자시점보다 낮아질 때 주식을 파는 게 이익이다.
이를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익(환차익)이라고 한다. 만약투자를 거꾸로 한다면 환율변동에 따른손해(환차손)를 본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채권투자자들도 원화 환율이 높을 때 한국채권을 사서 환율이 낮을 때 팔면 채권투자에 따른 이익 외에 환차익을 덤으로얻을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들은 환율전망을 주의깊게 살펴가며 한국 자본시장에 투자하게 된다.
외국인 투자 자금이 많이 몰려온다면 주식이나 채권 가격은 강세를 띨 것이고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면 주식이나 채권 가격은 약세를 보일 것이다.
국내 증권 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동향에 민감한 것도 외국인의 시장영향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