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글로벌 환율전쟁 다시 점화···美,中 위안화에 '포격'
미국과 중국의 ‘통화전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실업률 증가 등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지난해에도 미국은 무역 불균형이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평가절하 정책 때문이라며 중국과 날선 공방을 벌인 적이 있다. 이번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사상 처음으로 강등되고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는 등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각국이 수출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 미-중 2차 환율전쟁 시작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4일 의회 합동청문회에 출석, “우리는중국의 통화정책이 세계경제가 더 정상적인 회복 수순으로 접어드는 것을 막고 있다는 데 대해 우려한다”며 중국을 겨냥해포문을 열었다.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6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특히 미국을비롯한 다른 나라에 불이익을 주면서 자기네는 이익을 취하는 매우 불공정한 무역게임을 하고 있다”며 “환율조작도 그 중 하나”라고 공격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직접적으로 비난한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런 가운데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 지급 사례 200건을 세계 무역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 통보하며 이 중 상당수가 WTO 규정을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 보복조치 단행한 미국

미국 상원은 11일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며 환율조작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통화환율감독개혁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외국 정부가 인위적인 환율조작을 통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면 미국 정부는 이를 보조금으로 간주,상계관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환율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 기업들이 미 상무부에 조사를 요구하고 상무부가 합당하다고 판단하면 보복관세를 물리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미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으로 먼저 지정해야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위안화가 20%절상되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1200억달러 줄어들고 50만명의 일자리가 생겨날것으로 분석했다.

상원 법안은 민주당의 척 슈머 의원과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주도했다.

이들은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 탓에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미국 내 일자리 200만개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지난해 대(對)중국 무역적자는 2730억달러로 전체 무역적자의 43%에달했다.

슈머 의원은 “중국은 그동안 환율조작을 통해 ‘경제적 살인’을 저지르고도 케 빠져나갔지만 이번 법안은 중국에 강력한 경고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하원도 지난해 9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회기가 끝나는바람에 상원에서 처리하지 못했다.

중국은 법안 통과 직후 이례적으로 외교부 상무부 인민은행 등이 모두 나서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상무부는 “법안 통과는 무역규칙에 위배되며 양국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국건설은행 관계자는 “만일 법안이 최종 통과돼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킨다면미국 국채시장을 뒤흔들어 반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미 국채보유국이다.

그동안 위안화 가치를 조금씩높여오던 인민은행도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전날 대비 0.01위안 오른 6.35위안으로고시,보란듯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중국 정부는 작년 6월 위안화의 페그제(위안화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것)를사실상 폐지한 이후 위안화가 충분히 절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1년3개월간 6.5% 올랐다.

통화환율감독개혁법 실행되려면 미국하원의 표결과 대통령 서명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하원의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미 의회가 중국의 화폐 가치를 놓고 보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해 최종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안 통과 후에도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4일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중국의 인위적인위안화 절하 정책은 시장을 왜곡하고 미국수출품이 경쟁력을 상실하도록 만드는 데그치지 않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미국의위안화 절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미국 상원의 환율 보복법안제정 움직임을 보호무역주의로 규정, “보호무역주의가 세계경제의 회복을 더디게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세계 모든 인민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부총리도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경제와 무역 문제를 정치 이슈화한다고 해서 미국 경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환율법안은 양국 관계에 중대한 훼손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 G20 정상회의 해법 찾을까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재무부는 15일 예정돼 있던 환율보고서국회 제출을 미뤘다.

이 보고서는 주요 무역국가의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환율 조작여부를 판단하는 내용을 담는다.

이는 미국이 아직은 외교적 해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친 비난전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에 대한 실무적 판단을 미룬 것이다.

재무부는 보고서 발표를 연기한 이유에대해 “다음달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한다”며 “연말 최종 결정에앞서 중국의 진전된 상황을 평가할 시간을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달 3~4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와 12~13일 하와이에서 개최되는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재무부의 언급대로 그가 두 회의에서 중국 측은 물론 다른 참가국들과 위안화 환율 문제를 논의해 해법을 도출할지주목된다.

정성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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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패널 싸움으로 번진 美-中 통화 갈등

미국과 중국의 통화전쟁이 태양광 패널 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7개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불법 보조금을 받아 덤핑 수출을 하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난 19일 미 연방정부에 관련 조사와 보복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독일 솔라월드AG의 자회사인 솔라월드인더스트리즈아메리카는 “중국 정부가 불법적으로 태양전지 및 패널 생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관련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덤핑수출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 내 경쟁 업체들이 고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든 브린저 솔라월드 사장은 “중국은 미국 시장을 파괴하고 이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중국은 대형 태양광 패널업체들에 지난해 3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태양광 산업 투자액의 20배에 달하는 액수다.

미국 내 최대 패널 생산업체인 솔라월드는 최근 오리건 공장 가운데 한 곳을 문닫고 150명 이상의 종업원을 해고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대출보증까지 한 태양광 패널업체 솔린드라는 지난 8월 패널가격 급락과 8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솔라월드는 미국 내 다른 6개 업체를 대표,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0% 이상의 보복관세 부과를 요청하는 제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업체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보복관세 부과로 인한 무역전쟁은 경제 회복과 청정에너지 산업 발전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