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글로벌 석학·CEO들, 혼돈의 세계경제 미래를 말하다


미리 보는 한경 주최 인재포럼

쉐라톤워커힐호텔 11월 2일 개막

미국 뉴욕 주코티 공원은 세계 금융 심장부인 월가의 마천루들 틈새에 자리잡고 있다.

실직한 젊은 청년 수백여명이 지난달 17일 이곳에 모여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는 구호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3주일 만에 미국 주요 도시로 퍼져나갔다.

지난 15일에는 한국을 포함한 82개국,951개 도시에서 유사 시위가 벌어지는 등 ‘세계를 점령하라(occupy the world)’로 확산됐다.

세계 경제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봉합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뉴스에 따라 ‘패닉’과 ‘희망’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한다.

이런 혼란스러운 세계 경제의 위기 탈출 해법을 명쾌하게 짚어줄 전문가들이 다음달 초 서울에 집결한다.

‘세기의 인플레 파이터’로 불리는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다음달 2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의 기조연설을 통해 향후 글로벌 경제의 향방에 대한 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1979~1987년 Fed를 이끌었던 볼커 전 의장은 재임 당시 살인적인 물가를 잡은 것으로 유명하다.

1981년 13.5%에 달했던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983년 3.2%로 낮아졌다.

기준금리를 무려 20%로 끌어올린 볼커 전 의장의 과감한 처방 덕분이다.

고금리 탓에 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실업률이 10%까지 올라가는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미국이 1990년대 장기 경제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볼커 전 의장은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또다시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을 맡아 월가 개혁에 나선 것.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볼커룰’을 만들었다. 지난 11일 초안이 공개된 볼커룰에 따르면 미국 대형 은행들은 거래 목적을 입증하지 못한 60일 이내의 단기 자기자본 거래를 할 수 없다.

헤지펀드·사모펀드 투자는 자본의 3%까지만 허용한다.

대형 은행들의 무책임한 투기를 막으려는 취지다. 월가 시위대의 분노가 대형 은행을 정조준한 가운데 볼커 전 의장이 어떤 견해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중·일과 아세안 10개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맞설 경제공동체를 만들자고 주창해온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어떤 처방을 내릴지도 관심사다.

세계적 정치철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중국 수뇌부의 경제 교육을 맡아온 황웨이핑 런민대 교수도 포럼에 참석,위기 해법을 모색한다.

각국 정부의 정치·경제 전략을 자문하는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도 기조세션Ⅰ의 주제발표자로 나선다. 라이스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부커 소장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영 글로벌 리더’로 선정됐다.

1982년 설립된 세계정책연구소는 글로벌 혁신정책을 개발·분석하는 워싱턴 싱크탱크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라는 책으로 유명한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 교수(마케팅)와 독일 최고 지성으로 불리는 파울 놀테 베를린자유대 교수(역사문화학)는 새로운 자본주의와 상생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스에마쓰 지히로 일본 교토대 경제학 교수는 경기침체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교토식 경영’의 진수를 들려주며 기업과 경영자에게 위기 대처법을 강연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도 대거 참석한다.

기업 입장에서 본 금융위기 타개책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인재 육성법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홍보컨설팅 회사인 버슨마스텔러의 해럴드 버슨 회장,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여성 CEO로 꼽히는 제니스 하우로이드 액트원 회장, 세계적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컴퍼니의 러스 헤게이 부회장, 웨인 톨마체 퍼스트어드밴티지 회장, 다국적 기업인 다우코닝의 사쿠라이 에리코 한국·일본지역 사장 등이 인재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이호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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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대표 석학 끝‘장 토론’ 주목

美 후쿠야마 vs 황웨이핑

[Focus] 글로벌 석학·CEO들, 혼돈의 세계경제 미래를 말하다
“가난한 국가들의 문제는 자원 부족이 아니라 효과적인 정치 제도 결핍에 있다.”(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사진 왼쪽)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 자원배분의 권한이 중국으로 넘어올 때가 됐다.”(황웨이핑 중국 런민대 교수·오른쪽)

올해 글로벌 인재포럼에는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석학이 참석, 불꽃 튀는 맞짱 설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야마와 황 교수는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 심화와 금융 위기 원인 분석 및 해법을 놓고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황 교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원들이 집단학습을 가질 때 단골 강연을 해온 중국의 간판 경제학자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안정되려면 미국이 많은 권한을 중국에 넘겨야 한다”며 패권이동을 주장한다.

반면 세계적 석학인 후쿠야마 교수는 저서 ‘역사의 종언’과 ‘정치질서의 기원’ 등을 통해 “중국이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의 대안은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은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다. 미국의 쇠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미국식 민주주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점을 드러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로는 중국을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판이하다. 후쿠야마 교수가 중국의 한계에 주목하는 데 비해 황 교수는 중국의 커진 힘을 강조한다. 후쿠야마 교수는 “중국과 서구식 사회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주저없이 서구 제도를 선택하겠다”며 “중국이 잘나가고는 있지만 경제상황이 악화하거나 무능하고 부패한 지도자가 정권을 잡는다면 체제가 언제든지 도전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최근의 글로벌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는 미국의 탐욕과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저금리 기조가 원인”이라며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고 미국이 도덕적 명분을 잃으면서 중국이 자원배분의 주도권을 가질 기회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치면 25억명에 달하지만 한 해 총 소비량은 3조달러 이하로 인구 3억명, 연간 소비 10조달러에 이르는 미국에 못 미치는 만큼 아시아 소비시장을 미국 수준만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한·중·일 3국이 자유무역지역을 만들어 미국과 유럽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아시아지역 내 수요를 키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