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커 룰과 금융위기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정부가 은행의 자기자본투자 막는 이유
☞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본질적으로 금융회사의 위기로 볼수 있다.

모기지 부실로 경영이 어려워진대형 은행들이 대출을 급격히 회수하면서돈이 돌지 않고, 이게 실물경제로 옮겨 붙으면서 세계경제를 침체에 빠뜨린 것이다.

그래서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경영을 건전하게 할 수 있도록 감독하고,만약 한 은행이 무너진다고 해도 전체 금융시스템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돼왔다.

이른바 아무리 부실해도덩치가 너무 커 파산시키지 못하는 은행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의 해결이큰 과제가 된 것이다.

‘볼커 룰(Volcker rule)’은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미 행정부가 마련한 새로운 금융감독 규정의 하나라고 할 수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7월 광범위한 금융감독개혁안을 담은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Consumer Protection Act)을 발효시켰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중요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금융감독기구 개편△중요 금융회사 정리절차 개선 △금융지주회사 등에 대한 감독 강화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이다.

미 감독당국은 이 법안에 의거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볼커 룰은 이 가운데 금융지주회사에대한 감독강화 방안의 하나로 포함된 것으로 예금취급기관 및 그 지배회사의 자기매매(proprietary trading·자기자본투자),헤지펀드·사모투자펀드(PEF)의 지분취득및 경영지배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대출을 해주고 이자 마진으로 수익을 내는은행들은 함부로 자본을 위험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지 말고 헤지펀드나 PEF에도 돈을 넣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리먼브러더스나 골드만삭스 등 미국의 금융사들이 자기자본의 무려 30배에 달하는 빚을 내가며 무분별한 투자를해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는 인식을 깔고있다.

그래서 볼커 룰을 포함하고 있는 도드-프랭크법은 은행의 업무영역을 엄격히구분해 상업은행은 상업은행의 업무만,투자은행은 투자은행의 업무만 하도록 제한한 1930년대 글래스-스티걸법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이처럼 예금과 대출이 주업무인 상업은행이 투자은행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면한 은행이 파산해도 그 영향은 예전보다미미해 금융사의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

폴 볼커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79년부터 1987년까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을 지냈으며 오바마정부의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을 맡은 인물로 은행의 과도한 투자나 몸집 불리기에 아주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금융산업에서 유일하게 쓸모 있었던것은 자동입출금기(ATM)의 발명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금융산업이 실물경제를 넘어서 과도하게 팽창하는 걸 경계해왔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은 반발하고 있다.프랭크 키팅 미 은행협회장은 “볼커 룰은 은행들의 다양한 수익원을 줄여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말했다.

미 감사원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6개 은행이 2006년 6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자기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156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자기자본거래에서 158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벌어들인 돈을 모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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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이야기 (10) 환율의 자동조절 기능

환율, 경제 펜더멘털 따라 오르고 내려

우리 돈과 외국 돈의 교환비율인 환율은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실물경제는 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생산된 제품은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되며 근로자들은 노동의 대가로 얻은 소득으로 소비를 하는 시장을 모두 포함한다.

먼저 원화 환율이 오르는 경우, 다시 말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나 경상수지가 개선된다. 외국으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해 1억달러어치의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대미 달러환율이 1달러=1100원일 경우 이 회사는 원화로 따져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만약 환율이 1200원으로 뛰었다면 원화로 따진 매출은 1200억원으로 100억원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이 회사의 순이익은 전보다 증가하게 되고, 수출 단가를 낮춰 수출 물량을 늘릴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수입업체의 부담은 커진다.

옥수수를 수입하는 식품업체라면 1달러=1100원일 때는 1억달러어치를 수입할 때 1100억원이면 됐지만 1달러=1200원이면 1200억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은 늘고 수입은 억제돼 외국과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판 결과인 경상수지는 개선된다.

물가 측면에서 살펴보면 환율 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환율이 오르면 원유 등 수입 원자재 및 부품 값이 올라 국내 물가수준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상품 가격이 낮아져 국내 물가수준은 내려간다.

우리나라는 특히 원유 등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환율 상승은 외채 상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외채가 많은 금융사와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가령 1억달러의 외화부채를 가진 기업이 1년에 3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면 환율이 1달러=1100원일 때는 연간 33억원의 이자를 지급하면 됐지만 1달러=1200원으로 환율이 뛸 경우 36억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환율이 오르면 일반적으로 수출이 늘고 수입은 줄어 경상수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입물가가 상승해 물가가 불안정해질 수 있고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의 외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게 된다.

반대로 환율이 내리면 대체로 수입이 늘고 수출은 줄어 경상수지에는 부담이 되는 반면 수입물가가 낮아져 물가가 안정될 수 있고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의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만약 한 국가의 경상수지가 적자 상태를 지속한다고 해보자.

환율은 나라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반영하므로 이 나라의 통화가치는 떨어지게(다시 말하면 환율은 오르게) 된다.

이렇게 환율이 오르면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 경상수지 적자가 축소돼 장기적으론 균형상태에 이르게 된다.

반대로 한 국가의 경상수지가 흑자 상태를 오래 지속하면 통화가치는 오르고(환율은 하락),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어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돼 장기적으로 균형상태에 이른다.

이를 환율의 자동조절 기능이라고 한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이 최근 재정위기를 겪는 것은 유럽 공동의 화폐(유로화)를 사용하는 까닭에 자국의 경제 상황에 맞게 돈의 가치가 조절되지 않음으로써(다시 말해 환율이 변동하지 않음으로써) 환율의 국제수지 자동조절 기능이 마비된 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 환율의 자동조절기능]

국제수지 적자 > 환율상승 >수출 증가·수입 감소>국제수지 적자 축소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