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그리스 구하기'...유로존 붕괴 막을까

[뉴스&피플] 유로존 위기로 '동분서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당당한 풍모에서여장부다운 기질이 물씬 풍겨난다.

‘유럽의 대처’,‘대륙판 철의 여인’이라는 수식어엔 그의 당당함과 문제해결의 리더십이 함축돼있다.

그는 2005년 집권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10여년간 중병을 앓아온 독일경제를 치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 총리 재선에 성공한 것도 영국병을 고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이미지가 부각된 영향이 컸다.

3선의 길목에 선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구하기’라는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쓰러져가는 그리스를 떠받쳐야 하는 그의 시험대는 버팀목이 그리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1차 관문은 일단 통과했다.

지난7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은 2500억 유로 규모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4400억 유로로 늘려 재정악화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그리스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독일의회의 승인이었다.전 세계가 독일 의회의 표결에 이목을집중한 것은 독일의 분담금이 27%로 가장많고 다른 유로존 국가의 승인에도 결정적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그리스를 구하자”고 호소했고,정치적 득실을떠난 그의 외침은 의회를 움직였다.

지난달 29일 독일 의회는 EFSF 증액안을 승인했다.

국내 여론이 그리스 구제금융에 부정적이었고,돈 줄을 더 풀면 내년 3월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지만 유로존 맏형으로서 뚝심있게 소신을 밀어붙인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은 올 들어 치러진 7차례 지방선거에서 연전연패해 내년 총선에 먹구름이 짙어진 상황이고,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유로존 지원 불가’를 당론으로 반대했다.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연정분열은 이미 진행 중이며 메르켈 총리는 유럽을 구한 대가로 자신은 낙마하는 상황을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를 알면서도 메르켈이 적극적으로 ‘그리스 구하기’에 나서는이유는 뭘까.

그는 그리스를 버리면 궁극적으로 유로존이 붕괴되고 유럽에서 독일의 리더십이 치명적으로 손상을 입을까 우려했을지도 모른다.

또 그리스의 ‘무질서한 디폴트’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면 유로존리더로서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있다.

메르켈의 그리스 구하기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

독일 의회가 EFSF 증액을 승인했지만 유로존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그리스 지원은 무산된다.최대 걸림돌은 17일 마지막으로 표결하는 슬로바키아다.

슬로바키아는 “우리보다경제규모가 큰 그리스를 왜 도와야 하는냐”며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이 고비를 넘겨도 갈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프랑스와의갈등도 조율해야 하고,언제 터질지 모르는시한폭탄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등 허약체질 국가들도 어루만져야 한다. 메르켈의 ‘그리스 구하기’가 어떤 식으로 막을 내릴지 주목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