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은 비상시 최후의 보루
◆ 외환보유액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88억달러 감소했다.3000억달러선은 유지했지만 유럽 위기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어 외환보유액 사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말 외환보유액이 3033억8000만달러로 전달보다 88억1000만달러 줄었다고 5일 발표했다.한달 감소액으로는 2년10개월 만에 최대다.

-9월5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긴급사태 발생시 사용할 수 있는 비상금
☞ 외환보유액은 한 나라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비축하고 있는 외화자금을 의미한다.

국가의 비상자금으로서 안전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환율을 안정시키고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긴급사태 발생으로 금융회사 등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외화를 빌리지 못해 대외결제가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하는 최후의 보루(last resort) 기능을 한다.

외환시장에서 외화가 부족,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시장안정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국가의 지급능력이 그만큼 충실하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외환보유액을 ‘교환성이 있고 유동성과 시장성이 높은 자산으로서,국제수지 불균형의 직접적인 보전 또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간접적인 국제수지 불균형 규모 조절 등의 목적으로 통화당국에 의해 즉시 사용 가능하고 통제되는 대외자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외환보유액은 △긴급할 때 바로 쓸 수 있도록 최소의 비용과 시간으로 매매 가능한 시장성이 높은 자산 △언제든지 현금화해 사용 가능한 자산 △정부나 중앙은행 등 통화당국이 통제가능한 대외자산인 것이다.

외환보유액에 포함되는 자산엔 △미 달러화,유로화 및 일본 엔화와 같이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선진국 통화표시자산 △국제금융시장에서 쉽게 현금으로 바꾸어 쓸 수 있는 주요 선진국 국채,정부채 등 외화자산(투자부적격 채권과 해외부동산 등은 제외) △국내 기업 및 금융회사의 해외법인 등을 제외한 비거주자에 대한 외화표시 청구권 △실물자산을 제외한 외화표시 금융자산(금,은 포함)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보유액이 고갈돼 대외거래에서 결제할 달러가 부족,외환위기를 맞았었다.

그후 외환보유액을 꾸준히 쌓아 2008년 말에는 2012억달러로 늘었으며 9월엔 3033억달러로 3000억달러선을 넘어선 상태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 말 기준 △미 국채 등 유가증권 2747억달러(90.6%) △외국 금융사에 맡겨둔 예치금 215억달러(7.1%) △IMF가 발행하는 화폐인 특별인출권(SDR) 35억달러(1.2%) △IMF 출자금(포지션) 22억달러(0.7%) △금 13억달러(0.4%)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 인도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큰 규모다.선진국들은 국가신인도가 높고 자국통화가 널리 사용되므로 외환보유액을 축적할 필요성이 작은 반면 신흥국들은 유사시 외화차입이 어렵고 대외의존도가 높아 외환보유액을 넉넉히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의견은 다양해 보편적인 기준을 설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IMF는 ‘연간 경상지급액(수입+서비스)의 25%’,국제결제은행(BIS)은 ‘연간 수입액의 3~6개월분+유동외채+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 규모+국내은행 외화예금 인출 규모+현지금융’을 적정 규모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2432억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 이상으로 불었고 경상수지가 꾸준한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 비중은 줄어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외환위기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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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야기 ⑨- 구매력평가설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긴급사태 발생시 사용할 수 있는 비상금
한나라의 통화가치는 물가수준에 의해 결정


우리돈과 외국돈의 교환비율,즉 외국돈에 비교한 우리돈의 가치인 환율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결정될까? 이를 설명하는 이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것이 구매력평가설이다.

구매력평가설은 환율이 각국 통화의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으로 하나의 상품 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같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를 전제로 하고 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산출해 발표하는 빅맥환율(Big Mac exchange rate)이 구매력평가설을 활용해 각국의 통화가치를 측정하는 대표적 사례다.

예를 들어 미국의 맥도날드 가게에서 빅맥 햄버거가 3달러에 팔리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한국에서 빅맥이 3600원에 판매된다면 빅맥 1개=3달러=3600원으로 빅맥으로 환산한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1달러=1200원이 된다. 마찬가지로 영국에선 빅맥이 2파운드에 팔린다면 2파운드=3600원으로 1파운드=1800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현재 외환시장에서 1달러가 빅맥환율(1달러=1200원)보다 낮은 1100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햄버거 가격이 달러로 환산해 3.27달러(3600÷1100)로 미국(3달러)보다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많은 상인들이 미국에서 싼 값에 빅맥을 수입해 우리나라에서 비싼 값에 팔려고 할 것이다.

같은 상품이 서로 다른 시장에서 가격차이가 나는 것을 이용, 한 시장에서 싸게 사 다른 시장에서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기는 거래를 차익거래(arbitrage trading)라고 하는데 이런 차익거래의 결과 한국의 빅맥 판매가격은 점차 하락해 결국 미국과 같게 된다.

이처럼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ies) 환율은 한 나라 통화의 구매력과 다른 나라 통화들 간의 구매력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국내물가와 외국물가의 수준을 환율에 반영시킨 것이다.

즉 환율은 두 나라 간 물가수준의 비율과 같아진다. 물가수준이 환율을 결정하는 것이다.

구매력평가설에 따르면 미국의 물가가 상승하고 한국의 물가는 안정적일 경우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이 하락하게 되는데 이는 원화 가치는 동일한데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게 돼 원화 가치가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상됐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두 나라 물가가 동시에 뛸 경우 환율은 물가수준의 상승폭에 따라 달라진다.

다시 말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높으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 셈이 돼 원화 환율은 오르고, 반대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한국보다 높으면 환율은 내리게 된다.

한 나라 통화의 대외가치를 측정하는 데는 평가기준이나 이용목적에 따라 구매력평가환율 외에 명목환율,실질환율,실효환율 등도 이용되고 있다.

명목환율은 외환시장에서 매일 고시되는 서로 다른 통화(이종통화) 간의 환율로서 1달러=1200원,1달러=80엔 등이 그것이다.

명목환율은 두 나라 간의 물가변동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갖는데 이를 감안해 구매력 변동을 반영하도록 한 게 실질환율이다.

실효환율은 두 나라 간의 통화를 확대해 모든 교역상대국 통화와의 종합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실효환율은 또 △주요 교역상대국의 명목환율을 교역량 등으로 가중평균해 구하는 명목실효환율 △명목실효환율에 다시 교역상대국의 물가지수 변동까지 감안한 실질실효환율로 나뉜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