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밑 빠진 독’ 그리스, 결국 디폴트 되나
그리스발 경제위기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뉴욕증시와 유럽증시는 연일 급락 중이고 실물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구리, 니켈 등 원자재 가격도 출렁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원자재 시장은 이미 베어마켓(약세장)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는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기정사실화하고 대비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영국 BBC방송은 그리스 디폴트 여부를 결정지을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13일 유럽재무장관 회의가 취소됐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그리스 1차 구제금융 중 6차분인 80억유로 지급이 또 미뤄지게 된 것이다.

회의연기는 그리스 정부가 번번이 적자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회의 취소배경에 대해 “각국 정상들이 그리스가 현금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고 요구했다”며 “구제금융 차기분 지급 결정은 유럽연합(EU) 등의 그리스 긴축이행에 대한 실사가 완료된 이후인 다음달 중순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벼랑끝까지 몰렸다. 40억유로 규모의 국채만기는 이달 중 돌아온다. 그리스는 유로존의 1차 구제금융자금 80억유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스 디폴트 되나?

구제금융 집행이 또 미뤄지면서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라보뱅크의 제인 포레이 전략가는 “사전에 시나리오를 조율하지 못한 무질서한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11월까지는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융커 의장도 그리스가 다음달까지는 채무를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까지 버틴다고 해도 12월 80억유로의 채권만기 돌아오는 만큼 빚으로 빚을 막는 돌려막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유럽 국가들도 초비상이다.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는 물론이고 이들 국가의 국채를 다량 보유한 독일, 프랑스도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채 만기일이 몰려있는 이 달을 분수령으로 꼽는다.

10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PIIGS 국가의 국채 규모는 총 468억5000만유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이달에 각각 156억5000만유로, 140억유로의 빚을 갚아야 한다. 이탈리아가 올 연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국채는 550억유로에 이른다.

그리스 국채보유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최고 국가신용등급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유럽이 PIIGS 구제를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재정을 확충할 경우 독일과 프랑스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전염 가속도...해법은 없나?

그리스 디폴트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스템과 직결된다.

유럽 은행들과 미국 은행들도 그리스 국채를 대거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유럽은행감독청(EBA) 조사결과 그리스 국채의 33%가량은 해외 채권자 손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프랑스를 제외하고도 87억달러어치의 그리스 채권을 갖고 있는 미국도 다급하다.

유럽 은행권의 위기는 그리스 2차 구제안과도 얽혀 있다.

유로존이 지난 7월 1090억유로 규모의 2차 지원안을 확정했을 때 은행을 포함한 민간부문은 그리스 국채의 21%를 손실로 떠안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리스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 달성이 힘들다고 실토하면서 문제는 커지고 있다.

융커 의장은 지난 3일 “그리스 상황이 달라진 만큼 민간부문 부담과 관련해 기술적인 수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은행권의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그리스 추가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그리스를 수렁에서 건져낼 방안으로는 우선 EFSF가 꼽힌다.

2013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이 기금은 4400억유로로 조성됐다.

재정위기국의 채권을 사주거나 직접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최근 유럽 각국 의회는 4400억유로 중 쓰지 못하게 묶어놨던 담보금 1900억유로도 지원에 쓰자며 표결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주 최다 기금출자국인 독일 의회가 동의했다.

만장일치 원칙에 따라 11일 슬로바키아 의회에서 처리돼야 기금사용금액 확충안이 확정된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다.

자금 보충도 논란거리다.

기금조성시보다 위기의 규모가 커져 4400억유로로는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금 규모를 2조유로로 확충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자금출자 부담 확대를 우려한 독일의 반대로 진행이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만이 대안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경제력 격차가 큰 북유럽과 남유럽이 단일통화를 사용해 온 모순이 지목된 데다가 그리스가 독자적인 환율정책을 사용하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리스가 탈퇴가 글로벌 경제에 미친 충격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와 관계없이 판이 커진 탓이다.

유럽경제가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불황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위기에 몰린 유럽 금융권이 신흥국에 투자했던 자금회수에 나서면 신흥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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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를 점령하라” 거세지는 시위, 세계로 확산



유럽재정위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 경제위기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른바 ‘세계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는 3주째 시위가 벌어지는 중이다.

9%가 넘는 실업률과 실직상태를 견디기 힘들어진 젊은이들이 중심세력이다.

이들은 월가 금융권의 탐욕을 비난하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위대는 은행과 융자 브로커들이 권유한 집 구매 탓에 빚을 졌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주택차압은 물론 빚까지 졌고 의료보험이나 은퇴 연금 혜택은 줄어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수천억달러의 공적 자금을 받고도 보너스를 주고 받는 월가가 바로 모든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됐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아랍의 봄’이 ‘미국의 가을’로 옮겨 왔다(블룸버그통신)는 평가도 나온다.

‘월가를 점거하자’라는 구호로 시작된 월가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의 10여개 도시에서도 시위가 발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위는 특별한 구심점 없이도 규모가 커지고 있는 중이다.

시위 참가자들도 실직자나 젊은이가 아닌 이른바 ‘번듯한’ 직장을 가진 사람들도 동참하고 있는 추세다.

전국 조종사협회와 3만4000명의 조직원을 가진 전국교통노동자들도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뉴욕 공립학교 교사 연합과 운송노조도 가두 행진에 참가했다.

노조원이 70만명에 이르는 미국 통신노조 등도 시위지지 의사를 밝혔다.

시위는 미국을 넘어 세계 20여개 도시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시위를 호소하는 홈페이지를 소개하며 ‘도쿄점령(Occupy Tokyo)’이라는 시위를 포함해 캐나다,유럽 등 20개 이상의 도시에서의 시위가 안내돼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장기화 되면서 시위대는 환경, 교육, 의료, 사형제, 마약, 미국의 대외정책 등 미국의 전반적인 의제들에 대한 불만도 표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