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그늘' 걷히는 비정규직··· 혹시 고용 '포퓰리즘'?
정부와 여당이 최근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이 나온 이후 4년만이다.

영세사업장 저소득근로자의 사회보험료지원,불법파견이 확인될 경우 직접고용 의무화,사내하도급 전환때 노사협의회 의무화,1년미만 기간제근로자의 수습기간설정 제외,임금및 근로조건차별개선 가이드라인 제정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들이 많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정부정책이 너무 휘둘린것 아니냐는 비판도 높다.

재계는 지나치게 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해 일자리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뿐아니라 시장경제 원리에도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비정규직 보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영세사업장 저소득 근로자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지원키로 한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원대상은 5인미만 사업장 가운데 주당 15시간 이상 근로자로서 최저임금 120%이하(월 124만원이하)인 근로자와 사업주이다.

영세사업장 저소득 근로자는 고용형태상으로는 정규직이 많지만 임금이나 복지수준은 비정규직과 별반 다른 게 없다.

한나라당은 지원대상을 10인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했으나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는 정부의 반대논리에 밀려 결국 5인미만으로 결정했다.

보험료 지원은 정부와 기업,근로자가 각각 3분의 1씩 부담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사회보험료는 노사가 반반씩 부담해왔다.

현재 미가입자 가운데 50%가 가입한다고 예상하면 고용보험은 70만명,국민연금은 60만명이 지원을 받게 되고 연간 23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추산했다.

불법파견으로 확인된 경우 사용한 기간에 상관없이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키로 것도 관심거리다.

1년을 고용했든,2년을 고용했든 불법파견으로 드러나면 직접고용을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불법파견이 줄어들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불법파견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재계는 매우 긴장하고 있다.

다만 사업주가 불법파견 판정에 불복해 법정다툼으로 비화될 경우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난 뒤 고용의무가 주어지도록 한 점을 재계는 다소 위안으로 삼고 있다.

정부는 또 파견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회사측이 근로시간,휴일,휴가 등의 내용이 담긴 취업규칙을 작성하도록 의무화했다.사내하도급으로 전환할 때는 노사협의회에서 협의해야 한다.

사내하도급비율이 높은 원청의 재해율을 산정할 때 사내 하도급 업체의 재해가 포함되도록 했다.원청의 사내하도급 업체에 대한 산재예방 의무대상도 현행 건설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까지 확대된다.

여러차례 도급이 이루어진 사업장에서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임금체불이 발생할 경우 도급인도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모두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할 대책들이다.

최저임금 보호 및 단기 고용 남용을 막기 위해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를 수습기간 설정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현재는 수습근로자에게는 3개월까지 최저임금의 10% 감액 적용이 가능하다.

차별시정 정책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저임금과 근로조건 등에 대한 차별시정을 위해 근로감독관에게 차별시정 지도와 감독권한을 부여한다.

현재는 당사자의 신청과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을 통해 사후적으로 차별이 해소돼 불이익등을 우려해 활용도가 낮고 차별의 해소도 어려웠다.


차별시정 신청기간도 차별적 처우가 있는 날로부터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된다.

동일사업장내에서 근로자간 근로조건 등에서 차별이 개선될수 있도록 임금및 근로조건차별개선 가이드라인이 제정된다.

◆MB정책 포퓰리즘으로 선회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대체로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는데 모아진다.일본 미국등에선 사내하도급을 기업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반면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고용유연성을 추진하던 MB정부가 정권 말기에 들면서 비정규직 보호 등 고용 경직쪽으로 정책을 180도 선회한 것은 선거를 지나치게 의식한 때문이라는 비판도 많다.

고용부는 지난해에만 해도 사용기간 2년 제한을 4년으로 늘리는 등 고용유연성을 적극 추진했었다.

그러나 집권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원리를 훼손하는쪽으로 정책기조가 바뀌고 있다.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표만을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대중적 인기를 모으기 위해 한나라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정규직의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은 정부의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을 몇% 수준으로 올리자고 목표숫자를 제시하는 것은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고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며 “한나라당의 공세를 정부가 강력히 반대해 논의과정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정치권 포퓰리즘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밝혀 한나라당의 포퓰리즘 공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오히려 기업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MB의 정책기조가 친시장에서 친서민으로 바뀌면서 정권 초기에 추진했던 고용유연성 정책들은 이미 폐기된 상태다.

그래서 재계는 앞으로 발표될 고용정책들이 어느 정도의 경직성을 띠며 고용시장에 개입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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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 고용 유연성 가로막고 경영 자율성 침해"


재계는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반대하고 있다.

고용 유연성을 가로막고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불법파견자를 고용으로 전환하라는 대목에 대해선 위헌소지가 있는 과잉입법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비정규직 대책은 정규직인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비정규직으로 구분해 보호하려 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불법파견자의 직접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로 위헌적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500인 이상 제조업체 중 59.9%가 사내하도급을 활용하고 있지만 불법파견자의 직접고용 의무는 없다.

특별히 불법파견자로 판정날 경우 직접 고용에 대한 노력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직접고용을 강제하면 단기적인 고용안정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계는 비정규직의 과도한 보호보다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유연성확보와 임금자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박종남 조사2본부장은 “노동시장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저해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함으로써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인사담당 임원은 “기업단위로 비정규직 현황을 공개하는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이라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기업에 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용어***

<사내하도급>

원청업체로부터 위임된 생산공정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것.

근로자 조달은 물론 이들의 노동에 대한 지휘감독도 하청업체가 맡게 된다.

<비정규직>

근로방식이나 근로시간,고용의 지속성 등 여러 면에서 표준적인 정규 근로자가 아닌 근로자를 말한다.

용역직·시간제·촉탁·계약직·재택근무 등 근로계약 기간이 1개월 미만인 근로자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