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폴트와 모라토리엄
☞ 가계나 기업이 과도한 빚에 허덕이다가 채무를 못 갚게 되면 어떻게 될까.
수중에 있는 돈이나 자산은 자금을 빌려준 채권단에게 모두 넘기고 법원에 파산했음을 신청하는 길을 밟게 된다.
법원은 가계나 기업의 재무상태가 어느 정도나 되고 빚을 갚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등을 감안해 회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워크아웃 등의 판결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과는 협의를 통해 갚지 못하게 된 채무를 언제,얼마나 갚을지를 결정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나라살림을 오랫동안 빚으로 꾸려올 경우 파산 상태에 몰린다.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지금 딱 그런 처지다.
이들 나라는 한두 해가 아니라 10년 넘게 대외교역에서 적자를 내고 매년 막대한 재정적자를 쌓아왔다.
오랜 세월동안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았으니 이제까지 버텨온 것만 해도 용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디폴트와 모라토리엄은 파산과 관련한 용어다. 디폴트(Default)는 '빚을 갚을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국채나 공 · 사채,은행 대출 등 계약상 원리금 변제시기 · 이율 등이 확정돼 있으나 채무자가 사정에 의해 이자 지불이나 원리금 상환을 정해진 대로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으로 '채무불이행'이라고도 한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일종의 '배째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모라토리엄(Moratorium)은 디폴트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빚을 갚기는 하겠으나 지금은 그럴 여유가 안 되니 시간을 주면 조금씩 갚아나가겠다는 것이다.
대출 만기가 다가왔는데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상환을 미루는 행위로 '채무지불유예'라고 하기도 한다.
한 나라가 디폴트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경우 그 나라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모여 채권단을 구성해 파산한 국가와 협상을 벌인다.
이 협상에는 돈을 빌려준 다른 나라도 참여한다.
협상은 △채무상환(지불) 유예 기간을 얼마나 줄지 △빚을 얼마나 탕감해줄 것인지 △이 빚을 어느 정도의 기간에 걸쳐 갚을 것인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협상이 타결되면 디폴트 등을 선언한 국가는 그 결과 대로 빚을 갚아나가게 된다.
디폴트나 모라토리엄 모두 해당 국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금리는 치솟으며 실물경제도 고꾸라지는 게 보통이다.
1998년 러시아,2009년 중동의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적 있으며 아르헨티나 페루 브라질 멕시코 등도 과거 국가부도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개월간의 지불유예를 선언했다.
디폴트나 모라토리엄은 국가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낸다.
누가 빚을 갚지도 못할 나라에 돈을 빌려주려 할 것인가.
남유럽 재정위기는 국가든 가계든 건전한 살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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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이야기 ⑥ - 시장환율과 재정환율
우리 돈과 엔·유로화의 환율은 어떻게 계산하지?
우리돈과 미국 달러화간의 교환비율(대미 달러환율)은 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환율이 올라가고(원화가치는 하락), 반대로 달러의 공급이 많으면 환율이 내려간다(원화가치는 상승).
그렇다면 일본 엔화나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도 달러처럼 시장에서의 수요·공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될까.그렇지 않다.
미 달러화가 아닌 외국돈에 대한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을 국제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이들 외국돈의 달러환율로 재정(裁定)해 간접적으로 산출한다.
여기서 재정이란 마름질해 정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는 외국돈의 환율을 결정할때 원/달러 환율과 국제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엔/달러 환율 또는 달러/유로 환율을 이용해 산출한 환율을 재정환율(arbitrage rate)이라고 한다.
반면에 달러화처럼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환율을 시장환율이라고 부른다.
재정환율은 두 해당 통화가 직접 은행간 시장을 통해 매매되지 못하는 경우에 서로 다른 시장에서의 가격을 이용(마름질)해 산출되는 환율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1달러=1100원이고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의 환율이 1달러=80엔이라면 1달러=1100원=80엔이다.
따라서 원화와 엔화의 환율은 1100원=80엔이 된다.즉 1엔=13.75원, 100엔=1375원인 셈이다.
여기서 원화와 엔화간 재정환율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된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의 환율을 크로스 레이트(cross rate)라고 하며,이같은 재정환율을 산출하는데 기준으로 삼는 환율(여기선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을 기준환율(basic rate)이라고 한다.
파운드화도 마찬가지다.
원화와 달러화의 환율이 1달러=1100원일때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파운드화의 환율이 1파운드=1.6달러이면 1파운드=1760원(1.6달러×1100원)이 된다.
재정환율을 산출하는 공식은 재정환율=달러화의 매매기준율÷크로스 레이트다.만약 1파운드=1.6달러처럼 자국통화를 기준으로 환율을 고시하는 통화는 달러화 매매기준율에 크로스 레이트를 곱해서 재정환율을 산출한다.
위의 사례에서 일본 엔화의 재정환율(100엔당 원화 환율)=1100÷80×100=1375로 100엔=1375원이다.반면에 파운드화의 재정환율=1100×1.6=1760원이다.
파운드처럼 유로,호주 달러,뉴질랜드 달러화는 자국통화를 기준으로 환율을 고시하므로 원/달러 환율과 크로스 레이트를 곱해서 재정환율을 산출하게 된다.
기준환율에 사용되는 화폐는 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의 화폐로 통화가치가 안정돼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다.
기축통화는 국제금융거래나 무역에서 결제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기본통화를 말한다.
뉴욕과 런던은 세계의 금융의 중심지로서 미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환율은 세계 각국의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 가계나 기업이 과도한 빚에 허덕이다가 채무를 못 갚게 되면 어떻게 될까.
수중에 있는 돈이나 자산은 자금을 빌려준 채권단에게 모두 넘기고 법원에 파산했음을 신청하는 길을 밟게 된다.
법원은 가계나 기업의 재무상태가 어느 정도나 되고 빚을 갚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등을 감안해 회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워크아웃 등의 판결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과는 협의를 통해 갚지 못하게 된 채무를 언제,얼마나 갚을지를 결정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나라살림을 오랫동안 빚으로 꾸려올 경우 파산 상태에 몰린다.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지금 딱 그런 처지다.
이들 나라는 한두 해가 아니라 10년 넘게 대외교역에서 적자를 내고 매년 막대한 재정적자를 쌓아왔다.
오랜 세월동안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았으니 이제까지 버텨온 것만 해도 용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디폴트와 모라토리엄은 파산과 관련한 용어다. 디폴트(Default)는 '빚을 갚을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국채나 공 · 사채,은행 대출 등 계약상 원리금 변제시기 · 이율 등이 확정돼 있으나 채무자가 사정에 의해 이자 지불이나 원리금 상환을 정해진 대로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것으로 '채무불이행'이라고도 한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일종의 '배째라'는 얘기다.
이에 비해 모라토리엄(Moratorium)은 디폴트의 전 단계에 해당한다. 빚을 갚기는 하겠으나 지금은 그럴 여유가 안 되니 시간을 주면 조금씩 갚아나가겠다는 것이다.
대출 만기가 다가왔는데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상환을 미루는 행위로 '채무지불유예'라고 하기도 한다.
한 나라가 디폴트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경우 그 나라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 모여 채권단을 구성해 파산한 국가와 협상을 벌인다.
이 협상에는 돈을 빌려준 다른 나라도 참여한다.
협상은 △채무상환(지불) 유예 기간을 얼마나 줄지 △빚을 얼마나 탕감해줄 것인지 △이 빚을 어느 정도의 기간에 걸쳐 갚을 것인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협상이 타결되면 디폴트 등을 선언한 국가는 그 결과 대로 빚을 갚아나가게 된다.
디폴트나 모라토리엄 모두 해당 국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금리는 치솟으며 실물경제도 고꾸라지는 게 보통이다.
1998년 러시아,2009년 중동의 두바이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적 있으며 아르헨티나 페루 브라질 멕시코 등도 과거 국가부도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개월간의 지불유예를 선언했다.
디폴트나 모라토리엄은 국가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낸다.
누가 빚을 갚지도 못할 나라에 돈을 빌려주려 할 것인가.
남유럽 재정위기는 국가든 가계든 건전한 살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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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이야기 ⑥ - 시장환율과 재정환율
우리 돈과 엔·유로화의 환율은 어떻게 계산하지?
우리돈과 미국 달러화간의 교환비율(대미 달러환율)은 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환율이 올라가고(원화가치는 하락), 반대로 달러의 공급이 많으면 환율이 내려간다(원화가치는 상승).
그렇다면 일본 엔화나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도 달러처럼 시장에서의 수요·공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될까.그렇지 않다.
미 달러화가 아닌 외국돈에 대한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을 국제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이들 외국돈의 달러환율로 재정(裁定)해 간접적으로 산출한다.
여기서 재정이란 마름질해 정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는 외국돈의 환율을 결정할때 원/달러 환율과 국제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엔/달러 환율 또는 달러/유로 환율을 이용해 산출한 환율을 재정환율(arbitrage rate)이라고 한다.
반면에 달러화처럼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환율을 시장환율이라고 부른다.
재정환율은 두 해당 통화가 직접 은행간 시장을 통해 매매되지 못하는 경우에 서로 다른 시장에서의 가격을 이용(마름질)해 산출되는 환율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1달러=1100원이고 도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의 환율이 1달러=80엔이라면 1달러=1100원=80엔이다.
따라서 원화와 엔화의 환율은 1100원=80엔이 된다.즉 1엔=13.75원, 100엔=1375원인 셈이다.
여기서 원화와 엔화간 재정환율을 계산하기 위해 사용된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의 환율을 크로스 레이트(cross rate)라고 하며,이같은 재정환율을 산출하는데 기준으로 삼는 환율(여기선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을 기준환율(basic rate)이라고 한다.
파운드화도 마찬가지다.
원화와 달러화의 환율이 1달러=1100원일때 런던 외환시장에서 달러와 파운드화의 환율이 1파운드=1.6달러이면 1파운드=1760원(1.6달러×1100원)이 된다.
재정환율을 산출하는 공식은 재정환율=달러화의 매매기준율÷크로스 레이트다.만약 1파운드=1.6달러처럼 자국통화를 기준으로 환율을 고시하는 통화는 달러화 매매기준율에 크로스 레이트를 곱해서 재정환율을 산출한다.
위의 사례에서 일본 엔화의 재정환율(100엔당 원화 환율)=1100÷80×100=1375로 100엔=1375원이다.반면에 파운드화의 재정환율=1100×1.6=1760원이다.
파운드처럼 유로,호주 달러,뉴질랜드 달러화는 자국통화를 기준으로 환율을 고시하므로 원/달러 환율과 크로스 레이트를 곱해서 재정환율을 산출하게 된다.
기준환율에 사용되는 화폐는 경제적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의 화폐로 통화가치가 안정돼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다.
기축통화는 국제금융거래나 무역에서 결제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기본통화를 말한다.
뉴욕과 런던은 세계의 금융의 중심지로서 미 달러화와 영국 파운드화 환율은 세계 각국의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