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비용 지나치게 들고 단체장과 갈등 빚기 쉬워”

반 “문제점이 있다고 교육 자치의 근간 없애서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됨에 따라 교육감 선출제도를 다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가 곽 교육감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후보 단일화와 선거를 둘러싸고 각종 비리와 부작용, 금품수수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쉬운 만큼 현행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특히 곽 교육감 뿐 아니라 역시 직선으로 선출됐던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 역시 뇌물 수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어 이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그 이전 교육감은 학교 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선거를 통해 뽑았다.

하지만 교육부의 교육관료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교원단체가 교육 사무를 성역화하다시피 하고 그들끼리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선출해 오면서 갖은 부정과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따라 참여정부는 교육감 주민 직선제를 실시하면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관련법 개정을 통해 직선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직선제 도입 4년만에 또 다시 교육감 직선제가 위기를 맞게됐다.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측,

정부와 한나라당은 직선제의 문제가 적지 않다며 적극 개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기념 기자단 오찬에서 “시장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공동등록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당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정부도 원래 그 방향을 모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러닝메이트 제도는 교육 중립성 훼손 등의 문제가 있지만 공동등록제는 시장과 교육감이 파트너가 되는 것이므로 중립성 보장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직선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점진적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최근 교육감및 교육위원에 대한 직선제를 폐지하고 의회의 동의를 얻어 광역자치단체장이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임명토록 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총 11명의 서명을 받아 대표 발의했다.

최영출 충북대 교수는 “종전 교육감 선거과정이 지나치게 고비용 구조인데도 투표율은 낮고 주민의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으며 교육감이 시도지사와 갈등을 빚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후보자 공동등록제를 제안했다.

한국교총도 직선제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교총은 “시도지사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은 교육이 정치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교육 자치는 교육자, 교육전문가에 의해 주도되고 관할돼야 한다는 헌법정신과 헌법재판소 결정을 유념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반대 측,

직선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비록 부작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치와 분권화라는 민주주의 정신을 구현하는 데는 직선제만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교육감을 시도지사가 임명하거나 시도지사와 교육감간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면 교육에 정치가 개입하게된다”며 교육자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인 변재일 의원도 “직선제가 문제점은 있지만 교육이 정치화해서는 안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최홍이 서울시 교육의원은 “간선제 교육감 20년 만에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전국 동시 교육감 직선을 치렀는데 선거비리가 터졌다고 곧바로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것은 직선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작은 결점을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국교직원노조 역시 직선제를 유지하자는 편에 서 있다. 전교조는 “직선제 폐지 주장은 교육자치를 말살하려는 음모”라며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는 통합돼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전교조는 특히 시도지사 임명제나 공동등록제 등은 명칭만 다를 뿐 교육자치를 말살시킨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며 직선제를 폐지할 경우 교육감 후보들이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과정에서 정당의 개입은 강화되고 더욱 많은 부정과 비리가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직선제 유지론자들은 따라서 직선제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미디어 선거확대와 선거비용 후원회 허용 등 공직선거법을 보완해서 풀어야 하는 것이지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들 일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 생각하기

우리나라처럼 교육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과 열의가 높은 나라도 드물다.

이런 사실은 교육 분야에서는 어떤 정책도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렵고 그래서 늘 끊임없이 관련 제도가 바뀔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교육자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방법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일장일단을 가질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찬반 또한??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교육감 직선제는 이제 막 시작해서 걸음마 단계에 있는 상태다. 현 상태에서 교육감 직선제의 전면 폐지주장은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교육자치를 몇몇 부작용이 있다고 하루 아침에 포기할 수는 없다.

이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제도 자체도 수 많은 문제와 부정 등이 개입됨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이를 포기할 수 없고 유지해야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교육자치에는 정치의 입김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다시말해 교육감 선출 문제를 포함한 교육자치 문제에 관한한 교육계가 중심이 되어 폭넓은 여론을 수렴하고 교육계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현재 교육감 직선제를 둘러싼 논의는 교육의 당사자인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의견은 묵살되고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당리당략에 따라 진행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감 직선제의 제도개선 자체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누가 주체가 되어서 하느냐 하는 것이 지금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가능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과도한 선거비용도 줄이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갈 필요성이 크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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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8월 30일자 보도기사>


교육감의 주민 직선제를 폐지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30일 교육감·교육위원에 대한 주민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육감·교육의원을 광역자치의회의 동의를 얻어 광역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대표 발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 범죄 행위가 나타나고 막대한 선거 자금도 드는 등 부작용이 심하다”며 “교육감·교육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보 부족 역시 직선제를 지속하는데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과 법안에 동의하는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은 가급적 오는 10월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전에 법을 개정해 불상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차기 교육감·교육의원부터는 개정된 법률안을 적용된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