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자화상 ‘사람됨이 빠진 지식’

“너 나 보여? 난 너 보고 있는데.”

그는 수화기를 통해 섬뜩한 목소리로 수아(김하늘 분)를 위협한다.

술 취한 여성을 자연스레 납치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감금, 폭행해 죽음에까지 이르게도 한다.

출근해서는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낙태 시술을 한다.

이러한 그의 직업은 일명 ‘사’자 들어가는 직업인 ‘의사’였다.

지난 8월에 개봉한 영화 ‘블라인드’는 범죄 현장의 목격자가 되어 사건을 증언하는 시각 장애인 수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릴러 영화이다.

그녀의 증언을 중심으로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지던 중 또 다른 목격자인 기섭(유승호 분)이 나타나면서 사건은 서서히 그 진상을 드러낸다.

이에 맞서 범인 역시 수사를 저지하기 위해 두 목격자 수아와 기섭을 해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저 섬뜩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가진 직업에 눈길을 돌리게 한다.

그가 가진 의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직업이다.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소위 말하는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직업인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신뢰, 정보에 대한 높은 접근성 등은 이 단순한 ‘의사’라는 직업 하나에서 기인한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의사라는 직업 또는 이와 비슷한 다른 직업이 얼마나 큰 파급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지 짐작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파급력이 바로 ‘사회 지도층’의 범죄가 그렇지 않은 이들의 범죄보다 중하게 여겨져야 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일어난 고려대학교 의대생 성폭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모은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장차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의미 있고도 신성한 일을 하게 될, 그와 동시에 사회를 이끌어 나갈 지도층이 될 학생들이 학우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서도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없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안하다’는 말을 바랐던 피해자의 기대가 컸던 것일까? 진상이 밝혀지고 나서도 ‘모를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인 이들.

이들이 훗날 사회에 나가 ‘의사’라는 이름을 내걸고서는 사람들의 신뢰와 머릿속 지식을 바탕으로 어떠한 일을 벌일지 생각해보면 지난 9월 5일 발표된 이들의 출교 처분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성이 결여된 학문이, 사람됨이 빠진 지식이 도처에 널린 세상이다.

그러나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 빠진 상태로 다른 것을 채워 넣는 것은 그 자리를 아예 비워두는 것만 못하다.

‘너는 공부만 해라, 나머지는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하는 식의 자식을 향한 부모의 태도도, 타인과의 의사소통 부재로 인한 공감 능력의 결여도,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만 하는 기이한 사회 구조도 모두 이러한 ‘인성이 결여된 학문’에 일조하고 있다.

사회적 풍토, 사람들의 인식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정책 하나 바꾼다고, ‘사건’ 하나 터질 때만 잠깐 나서서 큰소리 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보다 실천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과 지속적인 노력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예린 생글기자(민사고 1년) yerin0708@nate.com




과열된 경쟁 구도,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할 길은?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코리아 갓 탤런트’, ‘기적의 오디션’ 등 요즘 시청자들의 안방을 장악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들의 양상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의 경쟁을 통해 나온 탈락자를 떨어뜨리고 우승자를 선발하거나 새로운 도전자를 출연시킨다.

출연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출연자가 떨어져야만 한다.

이러한 진행 방식의 프로그램들은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적 사회 구도는 효율적인 발전의 방안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경쟁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어 자신의 맡은 바를 더욱 열심히 하도록 부추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도 경쟁이 강조된 형태의 사회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냈다.

경쟁은 우리에게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게 해주었고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경쟁을 통해 발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쇠퇴되어가는 협력의 자세와는 다르게 경쟁은 더욱 과열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경쟁적 사회 구도를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경쟁 못지않게 우리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것은 협력이다.

서로간의 자극제가 되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에 반하여 협력의 중요성이 간과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와 교류하며 성장하는 것이 인간이며 다른 사회 구성원과의 관계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력적 사회 구조는 이러한 인간에게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나아가는 길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누군가가 떨어져야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추구해야할 길은 경쟁과 협력,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서로에게 당근과 채찍이 되어 힘들 때는 서로 끌어주고 뒤처질 때는 자극이 될 수 있는 관계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만들어 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일 것이다.

이렇듯 사회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과 협력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

그렇게 될때 우리 사회가 진정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국민 프로그램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무한도전’ ‘1박2일’ 등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출연진 모두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얼마 전 무한도전 팀은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참가자 전원 우승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가요제라는 경쟁적 형식 속에서도 공동 우승이라는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준 무한도전 팀에 많은 네티즌들이 박수를 보냈다.

어쩌면 시청자들은 서로의 대결을 부추기기 보다는 경쟁 속에서도 남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자세를 보여주는 이같은 프로그램들을 소리없이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민지 생글기자(부산국제외고 2년) dhalswl94@hanmail.net




25년만에 이름 되찾은 ‘짜장면’… 언어 ‘홍길동’시대 종결?

이제 마음 놓고 ‘호짜호짜’ 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 31일 국립국어원이 ‘짜장면’을 공식 표준어로 인정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짜장면 표기문제는 국립국어원의 언어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말해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흔히 쓰이던 ‘짜장면’은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생기면서 국립국어원이 ‘자장면’을 표준어로 삼아 위기에 봉착했다.

국립국어원이 ‘자장면’을 옳다고 본 이유는 2가지. 한자말인 ‘작장면(炸醬麵)’의 초성 ‘zh’는 중국어 표기원칙에 따라 된소리를 피해 ‘ㅈ’으로 적는다는 것.

그리고 사전에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짜장면’을 굳어진 외래어로 볼 수 없다는 것.

이 두 가지 이유로 ‘짜장면’은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렸다.

외래어 표기법에 의해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안도현 허영만 정호승 등 유명 문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빼앗긴 ‘짜장면’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그들의 작품속에는 ‘짜장면’이라는 표현은 보이지만 ‘자장면’은 찾아 볼 수 없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짜장면되찾기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그런 노력 끝에 투쟁이 시작된 1986년으로부터 25년 만인 2011년, 마침내 ‘짜장면’은 표기원칙을 누르고 현실에서 언중과 친숙한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국립국어원의 발표가 전해지자,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짜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트위터에서는 ‘이제는 마음 편하게 중국집에서 “짜장면 주세요”라고 주문 할 수 있게 되어서 그 기념으로 짜장면을 먹었다.’는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의 이번 발표로 ‘짜장면’을 포함해 ‘택견’(태껸)처럼 현재 쓰이는 단어와 표기가 다른 단어 3개, ‘맨날’(만날)처럼 뜻이 같은 단어 11개, ‘개발새발’(괴발개발)처럼 표준어와 어감이 다른 단어 25개를 합친 39개의 단어들이-‘짜장면’은 이중에서 첫째 경우에 속한다- 새로운 표준어의 자격을 얻었다.

표준어 규정 폐지론이 나올 만큼 표준어 규정 발표 이래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국어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을 받으며 불평이 끊이지 않았던 언어정책이 이번 결정으로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길 기대해 본다.

구형모 생글기자(덕원고 3년) h-m5215@hanmail.net